월간참여사회 2003년 08월 2003-08-01   1318

CCTV · 카메라폰 · 위치추적기술시스템의 폐해

‘감시의 눈이 당신을 노리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로 가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최근 CCTV, 카메라폰, 위치추적기술시스템,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사생활 침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날로 지능화되는 사생활 침해, 대책은 없는가. 편집자 주

서울 봉천동에 사는 김주홍(가명) 씨는 휴일에 관악산에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피로를 씻기 위해 목욕탕에 들렀다. 낯선 동네의 목욕탕에서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욕탕에 몸을 담그려다 따가운 시선에 화들짝 놀랐다.

CCTV가 벌거벗은 몸뚱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욕탕의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쑤근덕거렸지만 정작 주인에게 CCTV의 문제점을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욕탕에 빠진 알몸의 남자들을 통째로 찍고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다 급작스런 공포에 빠졌다.

누군가 나를 훔쳐보고 있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CCTV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문제점을 따지자, 주인장은 도난방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사생활 노출에 무방비

이 상황에서 김씨가 목욕탕 주인을 상대로 고발한다면 법적 보호는 받을 수 있을까? CCTV는 음성녹음이 되지 않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아울러 관련법에는 CCTV 녹화물의 보관기간과 폐기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조항이 없다. CCTV 설치를 미리 알린 경우 설치자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관련법의 미비점을 악용한다면 목욕탕 CCTV에 찍힌 김주홍 씨의 알몸은 언제라도 타인에 시선에 잡힐 수 있다. 어쩌면 ‘청계천 로드비디오가게’에서 벌거벗은 김씨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CCTV 문제는 끝이 없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 설치된 CCTV가 24시간 인터넷 생중계 된다는 게 알려져 행인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으며, 서울 강남구 일대에 설치될 예정인 방범용 CCTV도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21일 SK텔레콤을 통해 ‘지능형 복합단말기 `MITs400’의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제품은 휴대폰에 PDA(개인휴대단말기), 카메라, 캠코더, TV,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게임기까지 달린 만능휴대폰이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는 2년 전 “휴대폰으로 동영상 녹화와 전송이 가능한 세상이 곧 올 것이다. 그게 실현된다면 시민기자들은 언제든지 생활 속의 뉴스를 휴대폰으로 가장 빠르고 생생하게 네티즌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지만 사람들의 생활은 마냥 장밋빛이 아니다. 젊은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만 잠시 둘러보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졸 때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차안에서 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디지털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에 포착되어 네티즌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 칼럼니스트는 이제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성직자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일반 인터넷 모임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 중 하나가 자신의 사생활이 타인에 의해 공개되는 것이다. 젊은 네티즌들의 경우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후 상대방에 의해 자신의 과거가 폭로되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례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인터넷을 전혀 모르는 사람과 사귀는 게 낫다는 우스개도 한다. 공인을 단란주점에 데리고 가서 동영상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누구라도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이 무섭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최근 사생활 침해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안재욱이 김민선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휴대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활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드라마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은 타지에서 만난 안재욱에게 김민선이 감성적으로 끌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다. 물론 현재는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만 위치정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여성이나 어린이에 대한 폭행과 살인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이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캐드랜드와 (주)동아시테크는 ‘법무부 모바일 이동보호 관찰시스템’을 수주했다. 사업규모는 3억400만 원에 이른다. 이 시스템으로 연간 15만 명의 범죄인, 비행청소년에 대한 보호관찰업무를 PDA와 GIS(지리정보시스템)기술을 이용해 대상자분포, 위치, 최단경로 등을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의 활용은 끝이 없는 것이다.

휴대폰은 도청·감청문제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미8군이 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에 미국 퀄컴사가 만든 CDMA비화 휴대폰(도·감청방지 방치가 설치된 휴대폰) 1000대를 국내에서 SK텔레콤 통신망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이를 승인해줄 경우 기존 휴대폰이 마치 도청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노동자도 현대 과학기술에 감시받고 있다. CCTV 이용은 물론이고, 이메일과 메신저 이용에도 제한을 받는다. 롯데호텔노조, 아시아나항공, 여천NCC, 발전노조 등은 노동조합 파업시기에 사내 정보통신망 이 차단 당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일반적으로 사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자신분증으로 출퇴근 여부나 특정 장소 출입 여부가 자동으로 확인되며, ERP(전사자원관리시스템)은 거래소 상장기업 및 코스닥 등록기업 총 1494개 중 656개 기업이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사내 곳곳에 전자정보센서를 부착하여 개별 노동자의 휴식시간, 작업시간, 생산량, 생산속도, 불량률, 작업장 내 현재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함으로써 노동자의 자율성과 여유시간 활용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주) 대용 직원 60여명은 2001년 직장 내에 CCTV가 설치된 이후 스트레스와 두통, 근육통 증세를 호소했다. 결국 그 해 8월 직원 김명진 씨는 정신과의원에서 ‘망상적 급성 정신병적 장애 추정’판정을 받았다.

노동자 해고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전북고속에서 일해온 박종만 씨는 지난해 버스에 설치된 CCTV로 인해 해고됐다. 그 해 2월 전주-마산간 고속버스운행 중 승객 2명의 운송요금을 착복한 사실이 찍혔다며 회사측에서 해고한 것.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은 회사에 불만을 가지는 세력들을 해고하기 위한 빌미로 CCTV를 악용하는 것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소한의 사생활보호 방법은?

이러한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들도 대응에 나설 기미다. 정보통신부는 현재 위치정보 이용에 있어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발전시키기 위해 ‘위치의 정보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사생활침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6월 27일부터 ‘역감시 카메라 설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역감시’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감시하는 사람을 거꾸로 감시하는 활동으로 첫 감시대상은 카드사들의 과도한 채권추심행위로 결정했다.

그러나 제도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위치정보활용에 관한 법률제정 문제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미봉책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단순히 현대과학기술의 그림자라고 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감시의 눈이 우리 생활에 파고드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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