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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l  since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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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12월
  • 2002.11.29
  • 640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만 쓰기로 한 인권이야기의 연재가 예정보다 훨씬 길어져서 20여 회를 실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준 『참여사회』 독자들에게 감사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조선반도)의 인권상황을 살펴보는 것으로 연재를 마칠까 한다.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우크라이나공화국의 수도 키에프 등에 사무소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매년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의 폭을 기준으로 세계 170여 개 나라의 인권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가장 우수한 나라에 1점, 가장 뒤떨어진 나라에 7점을 주는 방식인데 올해 7월 23일 발표된 평가에서 한국은 2점(정치적 권리 2점, 시민적 자유 2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종평가에서 자유로운 나라로 분류됐다. 최종평가는 ‘자유로운(Free)’ ‘부분적으로 자유로운(Partly Free)’ ‘자유롭지 못한(Not Free)’의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북한은 이 평가에서 7점을 받아 미얀마, 수단 등 12개국과 함께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국가보안법 그리고 국방비 과다지출

한국의 인권상황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뒤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물론 안 된다. 프리덤하우스의 평가에서 우리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 다시 말해 1점이나 1.5점을 받은 나라들이 59개국이나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의 폭에 있어 세계 60위에 불과한 것이다.

필자는 유엔경제사회위원회가 지난해 4월 30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연 A규약(사회권, 문화권, 경제권) 심의에 해당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5년마다 한번씩 A규약 심의를 받아야 한다. 유엔이 이번 심의에서 한국에 많은 권고안을 냈다. 주목할 만한 두 가지를 인용해 보겠다.

“한국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권리침해를 가져왔음에도 적절한 보호가 수반되지 않았다.… 세계화 속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이 초래하는 이중성은 인권의식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한국정부는 대외적으로는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남북대치 상황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이유로 국내인권에 대해서는 제한을 가하고 있다.”(제13항)

14항은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국가예산의 많은 부분이 국방비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2000년 17%, 2001년 17.1%) 사회개발 및 복지에 투입되어야 할 자원배분의 왜곡이 초래되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통계로 보면 전체 정부 지출 중 17.4%가 국방비로 소요된 반면 문화, 체육, 인력개발, 보건, 생활환경, 사회보장, 주택 및 지역사회개발을 포함한 사회개발비 전체에 소요된 것은 11.26%에 불과하였다”고 지적했다.

이 권고안은 한국인권의 현주소와 우리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권고안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인권을 신장시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권신장을 위해 하루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 국가보안법이요, 국방비의 과다지출인 것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사건들의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인권위원회가 발족한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올 9월30일까지 10개월간 접수된 진정은 모두 2786건이다. 이 중 81.2%(2262건)가 인권침해에 관한 구제 건이다.

이 가운데 30.2%(842건)는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 24%(668건)는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이다. 검찰에 의한 인권침해도 266건(9.5%)이나 된다. 아직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교도소의 환경도 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연탄난로로 난방을 하는 곳이 있고 징벌방에는 난방시설이 없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구금자에 대한 있으나마나한 의료지원 시스템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 또는 유엔의 권고사항과 국내법의 괴리도 법 개정을 통해 차근차근 해소해나가야 할 것이다. 4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의 개폐, 사형제도 폐지, 난민지위 부여 제도의 개선,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의 인정, 국제형사재판소조약 가입, 대인지뢰금지조약 가입, 국가보안법 개폐 등이 그것이다.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유엔의 권고사항을 수용함은 물론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인권신장의 장애물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녘 인권

인권신장은 각자의 책임의식이 동반되어야 이뤄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유가 아니라 책임 없는 방종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 더미, 불법주차의 범람,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등은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해결되는 문제들이다.

여기서 잠깐 북녘의 인권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북녘의 인권상황은 한마디로 열악하다. 그러나 이를 남쪽이 직접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남은 북이 스스로 인권을 신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권신장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침해당한 이들의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올해로 통일 12주년을 맞는 독일에서는 지난 12년을 되돌아보고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글들이 주장하는 공통점은 통일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독일은 아직도 1국가 2민족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글들은 “서독은 강대국이라는 착각 속에서 동독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고 지적하면서 “비록 늦긴 했지만 서독은 동독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 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동독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북녘으로 하여금 인권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북이 세계무대의 일원이 되도록 협력해야 하고 세계무대에 나온 그들이 인권의 소중함을 배우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작년 한해 268명의 북의 일꾼들이 선진국에서 여러 종류의 장단기 훈련을 받고 돌아갔고 비슷한 수가 지금도 캐나다 유럽연합(EU)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지에서 세계를 배우고 있다. 북은 작년 9월 미흡하지만 B규약(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에 냈고 작년 11월에는 유럽연합 국가의 인권전문가들과 평양에서 워크숍도 가진 바 있다. 아직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에게는 생존권이 우선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위해서 현안이 되고 있는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어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은 걸음마를 시작하게 되고 신의주 개방이 성공해 확산되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다.

이는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북의 인권개선이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탈북자들의 인권은 인도주의 원칙에서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북의 인권에 대한 각론적 접근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으며 분단고착의 논리와 궤를 같이할 위험성도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그런 점에서 남은 북이 스스로 개방을 추진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박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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