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0월 2002-10-24   1050

남한구와 북반구 함께 잘 살긴 글렀다

남하공 요하네스버그 wssd 참가기


2002년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상회의(WSSD: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가 개최되었다. 191개국의 약 4만여 명이 참석한 이 회의는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환경과 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의제 21의 구체적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동안 부속지역회의(subregion), 지역회의(region), 제1∼4차 준비회의를 거쳐 개최된 이번 회의는 향후 10∼20년간 국가, 지역, 국제적 차원에서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 이행방안을 규정하는 이행계획(plan of implementation)과 정치적 의지를 담은 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지난 8월 26일 개막연설에서 WSSD 의장으로 선출된 타보 움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남반구와 북반구간의 빈부차를 비교하며 이를 최소화하는 데 지구정상회의가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퇴치기금 설립키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설정된 원칙으로 지구환경악화의 책임이 각국 모두에게 공통으로 있으나 특히 선진국이 좀더 특별한 책임을 진다는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원칙(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 된 원칙의 각 문항 삽입 외에도 이 원칙을 명심할 것인가(bearing in mind) 혹은 고려할 것인가(taking account into)의 수사적 표현을 두고 협상한 바, 제19항과 제37항을 제외한 모든 문항은 고려한다(taking account into)는 내용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이는 강제성이 없는 표현으로 개도국의 요구는 협상초기부터 제압당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구체적 재정마련(제10장)에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원칙 삽입을 통해 선진국의 재정출연을 더 도모하려는 G77과 중국의 제안에 미국, 호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은 제10장에 이 원칙이 언급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우세론에 힘입어 여기서도 결국 선진국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리우원칙 제15조로 설정된 바 있는 사전예방원칙은 당초 사전예방 접근(approach)과 사전예방 원칙(principle)의 용어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 바 미국, 일본, 호주는 당초 리우선언에 언급되어 있는 대로 접근(approach)했고, EU는 리우회담 이후 발효된 모든 국제협약에 언급돼 있는 바와 같이 원칙(principle)을 주장했으나 결국 여기서도 미국, 일본, 호주의 승리로 이어졌다. 또한 사전예방 접근을 환경에만 적용시킬 것인지 아니면 환경과 건강으로까지 함께 적용시킬 것인지에 있어서도 대부분 환경적인 부분으로만 제한되었다.

제4차 준비회의 때 타결된 안전한 음용수를 마실 수 없는 세계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됐다. 당초 위생시설지원 부분이 유엔밀레니엄 발전목표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선진국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개도국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빈곤퇴치기금을 설립해야 한다는 개도국의 요구에 선진국은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ODA 달성을 통한 빈곤퇴치를 주장했다. 이에 개도국은 빈곤퇴치기금은 새로운 기금 설치가 아니라 유엔체제 내에서 이를 설치하라고 주장했고, 이 역시 빈곤퇴치기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OPEC 가입국가들 에너지역사를 후퇴시키다

천연자원 이슈 중 가장 첨예한 부분이었던 에너지 문제는 전체 정상회의가 후퇴했다고 평가된 데 대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당초 발리회담 이후 미타결된 내용은 새로운 재생에너지(new renewable energy)의 세계점유율을 2010년까지 15% 확대하자는 EU의 제안에 미국, 일본, 호주, 사우디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타결된 내용은 이들에 대한 목표년도와 목표치가 사라졌다. 이외에도 새로운 재생에너지라는 용어도 사라졌으며 화석연료와 같은 비용효과적인 에너지 기술(화석연료는 결코 비용효과가 있는 기술이 아님), 수력으로 인한 전기생산 등을 재생에너지 범주에 넣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요소랄 수 있는 에너지 문제는 이로써 결국 에너지역사를 100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NGO 활동가들은 입을 모았다.

2007년까지 에너지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노력을 선진국이 먼저 시행하고 평가가 만족스러울 경우 개도국이 이를 따라 수행한다는 조항은 “적절한 경우에 에너지 보조금을 폐지한다”로 문안이 수정되었으며 역시 목표년도가 사라진 채 합의되고 말았다. ‘적절한 경우’라는 표현은 결국 각국이 필요시기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전체적으로 에너지이슈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OPEC 가입국가들의 반대로 전반적인 후퇴에 머물렀다. 현재 에너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지구상의 인구는 60억 중 20억에 달하며 이에 대한 긴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달성하기 어렵다. 교토의정서 관련해서도 당초 EU와 개도국은 모든 국가들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는 문구를 주장했으나 호주 미국 등의 강력한 반대로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국가군이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의정서 비준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생물다양성 체제 내에서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인한 이익의 균등한 공유를 권장하기 위한 국제체제 마련에 대해서도 개도국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체제를 정상회담 기간에 마련하라고 주장했으나, 선진국은 생물다양성협약 세계지적재산권 기구 WTO 등과의 업무중복을 들어 반대했다. 결국 문구는 생물다양성협약 내에서 국제체제 마련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는 것으로 하향 조정됐으며 이제부터 국제체제 마련을 위한 지리멸렬한 협상을 전개해야 할 형편이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이행수단 부분에 있어서도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몬테레이합의문, WTO합의문에 나온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강조하는 선에서 합의됐다. 지난 3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원마련 회의(Finance for Development)에서 “해외개발원조 0.7%의 미달성국은 0.7% 달성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합의된 바 있으며 준비회의를 통한 정상회담 협상시 개도국은 몬테레이선언 이상의 재원출연을, 선진국은 몬테레이에서 합의한 내용 이상의 재원출연을 거부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국 재원출연을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샅바싸움에서 선진국이 승리한 것이다.

NGO 미국행태 비난하다 총회장서 쫓겨나

8월 30일 제인 구달, 반다나 시바 등 대표적인 NGO 활동가들은 연간 85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군사주의 팽창에 쓰여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군축도 지속 가능한 발전 아래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3일이 되자 전반적으로 협상 실패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NGO들은 속속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환경연합은 빈곤의 현장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말잔치만 무수한 정상들에게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면서 “WSSD 죽다(WSSD is Dead)”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으며 “Stop Bush”라는 주제로 집회를 하였다. 9월 4일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이 부시의 연설문을 대독하던 중 “무역이 발전의 핵심이다(Trade is the engine of development)”가 언급되자 NGO 활동가들은 플래카드를 걸고 미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왜곡하는 행태를 비난하다 유엔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총회장에서 쫓겨나기도 하였다.

정상회담이 끝났다. 정상회담이 끝나면서 NGO 활동가 모두에게 또 다른 숙제가 부여되고 있다. 우리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과연 정상들이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NGO 내부의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이 역시 국내 NGO간, 국제 NGO간의 협력을 통해서 가능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면이 있다. 물도 없고 전기도 없는 곳에서 씻지 않은 얼굴로 우리를 때로는 무표정하게,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바라보던 남아공의 어린 소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남반구 및 북반구 세계 정상들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결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김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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