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1월 2002-10-30   513

‘병역비리 사실이면 어때! 이회창 찍겠다’

강남 찜질방 민심, 대통령은 이미 정해졌다?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상호비방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기성언론은 이런 정치권을 분석하고 질타하는 보도 대신 흥미위주의 여론조사에 의한 ‘경마식 보도’를 일삼고 있다.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2002 대선에 시민은 없다. 본지는 실종된 밑바닥 대선 민심을 듣기 위해 청년들이 자주 찾는 술집, 강남의 찜질방, 서울 각지의 노인들, 정치학회 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었다. (편집자 주)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모입장에서 그 정도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사안 아닌가요? 비록 사실일지라도 난 이회창 후보를 찍을 거예요.”

압구정동에 사는 한효애 씨(59세)는 자신의 남편이 정보기관에 있었다고 밝히며, 대선에서 지지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한인옥 여사가 김대업 씨에게 병역면제 청탁을 했다는 데 그 말은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병역면제를 부탁한다면 좀더 윗선에 부탁했겠지 한인옥 여사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 김대업 씨에게 부탁했겠어요?”

대선 민심기행을 위해 강남의 한 찜질방을 찾은 기자는 혹시 ‘내가 부산이나 대구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가질 정도로 그곳 사람들의 반DJ정서는 강했고, 정치에 전혀 무관심하다고 답한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 중 일부는 정몽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노무현 후보나 권영길 후보를 찍겠다고 밝히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왜 북한에 그렇게 퍼주는 거야? 사실 남한사람도 지금 먹고살기 힘들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 지난번 대선에서는 DJ를 찍었는데 지금은 끔찍해.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이회창이 제일 나은 것 같더라.”

현재 광주에 살고 있지만 일이 있어 서울에 왔다는 김애자 씨(60세) 역시 현재로서는 이회창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했다. 연신 요즘 살기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고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김씨를 가리키며 옆에 있던 동료가 “그래도 저 사람 광주지역에서는 유지에 속해”라며 귀뜸했다.

스스로를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김은주 씨(29세, 논현동 거주)는 정몽준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씨는 이미지가 젊고 참신한 느낌이에요. 월드컵을 통해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구요. 노무현씨요? 왠지 생활에 찌든 사람이란 느낌이에요. 물론 그런 것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너무 과격하다는 생각부터 들고요.”

서초동에 거주하는 한선희 씨(33세)는 대통령에게 가장 요구되는 조건으로 도덕성보다는 국정운영능력을 들었다. 하지만 현재 대선주자 중에 만족할만한 국정운영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 중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가장 나을 것 같은데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 지는 확실히 정하지 않았어요.”

의견을 물으려 하자 손사래를 치며 성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던 한 아주머니는 “대선 민심 알고 싶으면 골프장 한번 가봐요. 거기가면 다들 DJ, 박지원 죽일 놈들이라고 그래요”라며 기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남의 찜질방에서 확인한 민심은 반DJ정서가 극심하고, 이러한 정서가 그대로 이회창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소득층이 몰려 사는 강남지역의 특성상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현장에서 만남 민심의 편향은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이러한 지역여론의 편향을 지켜보며 그동안 지역주의에 묻혀져 있던 계층적 분화에 의한 지지성향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조짐이라고 판단하며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은 무리한 생각일까?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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