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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05월
  • 2002.04.28
  • 993
한글 세벌식 자판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내 나이 스무 살 때인 1997년. 벌써 다섯 해가 지났다. 잘 치던 두벌식을 갑자기 그만두고 세벌식으로 바꾼 까닭은 다른 많은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속도보다는 세벌식이 한글 기계화의 올바른 방향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속도는 연습량에 달려 있는 것이라서 자판을 바꿀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세벌식 자판 익히기

세벌식은 한글 구성원리에 따라 컴퓨터 글쇠를 과학적으로 배열하여 한글 처리 면에서 두벌식보다 훨씬 뛰어나다. 두벌식의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도깨비 불* 현상(받침에 붙어 있던 글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다음 글자의 첫소리로 휙~)이다. 두벌식이 한글 구성원리를 따르지 않고 자음과 모음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세벌식 자판을 써보면 요즘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말글파괴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두벌식 자판에 원인이 있다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세벌식을 써야 하는 까닭이 한 두 가지가 아님을 알고서도 타성에 젖어 두벌식을 고집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세벌식 자판 익히기에 나섰다. 모두가 두벌식을 연습하던 학교 PC실에서 혼자 세벌식을 연습하자니 느린 속도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혼자 세벌식을 쓴다는 생각에 우쭐하기도 했다. 요즘 어떤 광고에 나온 대사처럼 “나는 노는 물이 달라!”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소개팅에 나가 세벌식에 대한 소개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바람에 자리를 마련해준 선배까지 난처한 지경에 이르게 한 적도 있다. 그 뒤로 학과 선배들은 나를 볼 때마다 농담 삼아 “안녕하십니까? 이정민입니다. 한글은 세벌식입니다∼” 하곤 했다.

세벌식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일로 세벌식을 쓰고 나서 두벌식으로 바꾸어 놓지 않는 바람에 나타나는 고장 아닌 고장(?) 사건을 들 수 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구청에서 일할 때였다. 컴퓨터를 조금 다룰 줄 알다 보니 이리 저리 직원들의 컴퓨터를 손봐주게 되었다. 그때마다 세벌식에서 두벌식으로 바꾸는 것을 깜빡 잊어버려 한글이 이상하게 나온다며 다시 고쳐놓으라는 잔소리를 듣곤 했다.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전산실에 신고하는 이도 있었다. 세벌식에 대해 잘 몰라 일어난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두벌식의 불편함

워드프로세서 시험 공부를 하면서 두벌식과 세벌식에 대한 설명 몇 줄 겨우 읽어보았거나 그것마저도 본 일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쯤은 세벌식의 장점에 견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세벌식을 알고 나면 두벌식의 문제점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도깨비불*, 보기 좋게(?) 자리한 글쇠들의 엉터리 배열, 잘 느끼지 못했던 윗글쇠(쉬프트)의 불편함, 한글 발전의 지체…. 그런 면에서 한글 입력을 올바르게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물론 쓰면 쓸수록 우리말글을 생각하게 만드는 세벌식 자판을 만든 공병우 박사는 앞날을 내다본 선각자요, 선구자다.

어느 것 하나 잘난 것 없는 두벌식을 미련 없이 버리고 세벌식을 익힌 것은 백 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두벌식에 얽매여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벌식의 편리함을 몸소 느껴보기 바란다. 세벌식을 쓰는 것은 큰 수고 없이 한글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다. (http://sebul.org)

이정민 세벌식사랑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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