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2월 2002-11-29   775

일단패라?

조천훈 검찰치사 사건으로 되돌아본 형사피의자 인권


10월 26일, 이름 없는 한 사람이 죽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평소엔 기사 한줄 쓰기도 아까워했을 보통 사람의 죽음에 언론이 이처럼 달아오른 이유는 단 한가지. 사망 원인이 검찰의 가혹수사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사과성명을 내는가 하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했고,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은 구속됐다.

‘사람의 목숨은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믿음이 깨지지 않아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일이 혼란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달랐다. 진상규명 도중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럼 강력사범 조사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항변이 고개를 들었다. 가혹행위를 지시 혹은 방조한 검사의 가정형편까지 들먹이며 그에 대한 동정론도 이어졌다. 사망자 목숨과 살해자 직무의 가치가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조직폭력배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천훈 씨는 ‘치안 파괴자’였고 고문을 자행한 사람들은 ‘치안의 수호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였다.

조씨의 사건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은 여전히 인권 불모지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인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에 늘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형사피의자 신분이라면 더 말할 게 없다. 체포되는 순간부터 인권이란 말은 그와는 무관한 단어가 되고 만다.

『참여사회』는 한 사람의 시민이 형사피의자가 되는 순간 밟게 될 경로를 따라가며, 그가 어떠한 인권침해를 겪게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가 자기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사람의 판사가 너무 많은 사건을 다룬다. 서면 위주의 판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수사기관으로선 확실한 증거서류를 갖추려면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결정적이면서도 손쉽다. 자백을 받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기를 꺾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니까 검거 초기부터 두들겨 패는 것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의 말은 수사기관이 형사피의자들에게 가하는 가혹행위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고 있다. 자백을 받기 위한 폭행과 고문.

기를 꺾으려면 체포 순간부터 패야 한다?

폭행은 체포 순간부터 시작된다. 지난 1월, 경기도 수원에 사는 손모 씨는 시흥시에서 발생한 강도사건 혐의자로 체포됐다. 손씨를 승합차에 태운 4명의 경찰관은 혐의를 부인하며 변호사 선임을 요구하는 손씨를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차안에서부터 다짜고짜 얼굴을 때렸다. 경찰들이 사건을 설명해 주지 않고 먼저 때리기부터 했다. 내 기를 꺾으려고 일단 때리고 보자는 거였다.”

손씨는 반항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주먹세례였다. 수갑을 차고 있던 그의 손등을 한 경찰이 다른 수갑으로 찍는 바람에 아직까지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다고 손씨는 주장하고 있다.

검경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방법에는 임의동행, 긴급체포,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임의동행과 긴급체포다.

임의동행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싫다는 의사표현을 분명히 했는데도 체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불법체포에 대한 소송은 승소 확률이 매우 높다. “거부의사를 무시한 채 임의동행이 이루어졌을 경우 피해자는 돈 벌었다고 보면 된다”는 게 인권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검경이 별다른 증거 없이도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긴급체포는 강제력이 훨씬 크다. 피의자가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체포영장 없이 피의자를 긴급체포 할 수 있다. 따라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자신이 이 요건에 맞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무엇 때문에 체포되는지를 따져서, 사실이 아닐 경우 체포를 거부해야 한다. 압수수색도 이유를 확인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만 압수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사관이 체포 사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뿐 아니라, 항의나 확인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럴 경우 오히려 입을 다물게 할 목적으로 경찰의 폭행이 뒤따르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그래도 항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항의도 못하고 끌려가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해도 싸다. 자신의 인권을 경찰이 보호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경찰서에 들어가면 무조건 죄인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신발 끈도 풀지 못하고 있는 거야. 피곤하니까 눈을 감고 있는데 그걸 가지고 잔다고 그러나?”

11월 9일 새벽 3시 30분경, 서울 ○○경찰서 형사계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들어온 지 2시간이 넘었잖아요. 자지 말고 빨리 (조사를) 끝내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술 취한 상태에서 가벼운 다툼으로 연행되어 온 취객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조사조차 받지 못한 데 대해 항의하자, 형사 한 명이 고함을 질렀다.

“그 사람 조서 이빠이 써 가지고 (최대한 시간 끌고 나서) 내보내. 일찍 내보내지 말고. 여긴 48시간 내에 내보내는 법이 없어.”

다른 형사가 말을 받았다.

“내가 피곤하면 졸고, 조사를 해도 그 후에 하는 거야. 형사가 피곤하면 들어가서 자고 내일 조사해도 아무 문제 없어.”

취객의 항의가 계속됐다.

“피곤한 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 빨리 조사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졸고 있는 건 근무태만 아녜요?”

형사는 목소리를 낮춰 타이르듯 말을 받았다.

“내가 피곤하면 조사를 못해. 난 48시간이라는 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이야.”

결국 취객은 힘이 빠졌는지 신발을 끌며 대기하고 있던 ‘주취자 안정실’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형사계 벽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붙어 있었다.

“우리 ○○경찰서 형사들은 전화 응답은 친절하게, 찾아오는 민원인들에게는 공손하게, 피의자들에게도 반말은 하지 않습니다.”

경찰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혐의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일단 경찰서에 들어오면 죄인으로 취급받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경찰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사람에겐 ‘48시간’을 들이댄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경우 최대 48시간 동안 구금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이용, 시끄럽게 굴면 48시간을 다 채운 뒤 내보낸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문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다. 물론 경찰 수사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던 가혹행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경찰서가 개방된 데 힘입은 바 크다. 경찰서를 찾아온 시민들이나 기자들이 조사과정을 비교적 쉽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보이는 곳은 있는 법.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구타나 폭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앞서의 손씨는 차안에서 폭행을 당한 뒤 시흥경찰서 형사계 맞은 편의 작은 사무실로 끌려갔다.

“사무실 안에 있던 경찰 세 명이 포승으로 내 손을 뒤로 묶고 천장을 보도록 바닥에 눕혔다. 한 사람은 내 배에 올라타고, 다른 한 사람은 무릎을 붙잡고 꼼짝 못하게 한 상태에서 곤봉으로 허벅지와 옆구리를 찌르고 때렸다. 곤봉으로 머리도 수없이 때렸을 뿐 아니라, 주리 틀듯 다리를 비틀기도 했다.”

손씨의 주장에 따르면, 조사받는 1박2일 동안 경찰은 손씨를 재우지도 않고, 먹이지도 않았다. 자백을 강요하며 진술서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의 의도대로 손씨가 진술하지 않으면 폭행과 자백강요를 일삼았고, 이에 못 이긴 손씨는 허위자백을 했다고 한다.

열흘 뒤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손씨는 2002년 2월 구속취소로 출감했고, 4월 ‘혐의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손씨는 6월 시흥경찰서 경찰관 4명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수사개시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들이 가혹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손씨는 “조천훈은 죽으니까 진실이 밝혀지고 수사관들이 고문 사실도 인정했다. 진실이 밝혀지려면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야 한단 말인가”라며 분개했다.

경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도 억울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되면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찰조사의 경우 피의자는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이에 응해야 한다. 만약 경찰이 이를 거부하면 수사에 응해서는 안 된다.

진술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진술 내용이 조서에 정확하게 기재되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확한 기재를 요구해야 한다. 답변을 위해 자료를 확인하거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을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답변해야 하고, 즉시 답변할 수 없는 것은 서면답변을 하겠다고 해, 부정확한 내용이 기재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조서 작성 후에도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잘못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삭제, 첨가를 요구해야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명날인을 거부해야 한다.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피조사자가 책임져야 하므로, 답변이 조서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요구하는 것은 피조사자의 권리다.

인권을 보호하는 수사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다

조천훈 씨가 사망한 지 5일 뒤인 10월 31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의 한 찻집에서 박모 씨를 만났다. 그는 조씨가 살인혐의로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받을 때 같은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바로 앞방에서 조사받고 있었던 사람이다. 검찰이 조씨의 사망원인을 ‘자해’로 몰아가고 있던 그 즈음, 박씨의 입에서는 이와는 완전히 상반된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씨가 자해가 아닌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증언이었다. 박씨는 물고문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참고인이었는데도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수사관 한 명이 내 머리를 툭툭 치면서 ‘너희가 죽였잖아. 이제부터는 인간 취급 안 한다’며 머리를 박게 하고 기마자세 등 얼차려를 시켰다. 그 후 수사관 두 명이 더 들어와서 ‘유관순이 독립운동 할 때 무슨 고문당했는지 아느냐. 물고문, 전기고문, 통닭구이 등을 당했다. 너도 물고문 한번 당해봐라’며 욕실로 들어가서 어딘가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박씨의 증언은 얼마 안 있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검찰 창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검찰 수사도중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제보도 속속 이어졌다. 그중에는 조씨 사건 담당검사로 구속된 홍경령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다 심한 모욕을 당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어도 검찰에 오면 다 쓰레기 취급한다”며 “내가 쓰레기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건 원인에 대해 각계의 진단이 이어졌다. 경찰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에서는 변호인 입회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라거나, 증거수집 위주의 과학수사가 아닌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사건이라는 등 진단도 다양했다. 그러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러한 것들이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변호사 입회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변호사 입회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검찰 조사과정을 지금보다 더 공개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고문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검찰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 국장은 이를 위해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 채워져 있는 검찰 또는 법무부 산하 여러 위원회에 시민단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집단은 없다. 해직되어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나. 검찰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을 향한 공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검사 출신 박모 변호사는 이를 ‘교각살우(矯角殺牛)’, 즉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고 마는 꼴이라고 빗댔다. 피의자 인권만 강조하다 보면 치안부재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자꾸 조폭의 대변인처럼 굴면 검찰이 의기소침해져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벽을 보고 서 있는 ‘면벽수도’나 욕설 등 수치심을 자극해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은 고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그는 “변호인 입회도 불필요하고 특별조사실도 있어야 한다”며 “검찰을 완전히 열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또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인 이유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사무차장의 의견은 달랐다. 이 차장은 “법무부가 11월 15일 특조실 폐쇄, 밤샘수사 금지, 검사 없이 검찰직원 단독으로 피의자를 조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고문수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형사소송법에 검찰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을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또 “더 많이 구속시키고, 더 많은 사건을 인지하는 검사가 능력 있는 검사라고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서는 검사들에게 인권의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인권을 보호하는 수사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검사들은 수사를 하다 보면 범죄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책임과 피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검찰이나 법무부는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찾아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인권단체들이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가장 안 되는 곳이 검찰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권침해를 알리지 못하는 게 더 큰 인권침해

경북 청송감호소에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100여 명의 수용자가, 10월 30부터 11월 11일까지는 300여 명의 수용자가 집단 단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용자들의 표면적인 요구는 근로보상금 인상과 가출소 조건 완화였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사회보호법 폐지였다. 사회보호법은 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삼청교육대의 문제점을 합법화하기 위해 제정한 악법으로, 상습범의 출소 후 사회복귀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운용되고 있는 보호감호처분제도도 이 법에 근거한 것이다.

청송감호소에서 단식에 참여한 조모 씨는 면회 온 부인에게 이 이야기를 하다 여러 명의 교도관에게 끌려나갔다. 조씨는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목으로 40시간 넘게 감금당했다. 수감자가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그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법무부에 청원을 하거나, 면회 온 가족을 통해 알리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씨의 경우처럼, 면회 도중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면 면회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버리기 일쑤다. 편지나 변호인 접견을 통해 알리는 것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편지가 검열을 받는 데다가, 유일하게 검열에서 제외되는 경우인 미결수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재소자들이 법무부에 청원을 목적으로 보내는 편지 또한 어떤 내용으로 편지를 쓸 것인지에 대해 미리 보고하는 ‘집필보고’ 과정에서 모두 걸러지기 때문이다.

변호인 접견 또한 쉽지 않다. 특히 기결수의 경우 교도관 입회하에 접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지와 변호인 접견은 오히려 교도소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재소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로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보면, 교도소에서 교도관 또는 같이 수감된 재소자들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본 재소자가 사용할 수 있는 대응법에는 소장과의 면담, 손해배상청구소송, 행정소송, 헌법소송, 형사고소 등이 있다. 그러나 재소자들이 이런 구제절차를 밟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재소자가 진실을 밝히려 들면 ‘문제수’로 낙인찍어 조건이 더 열악한 곳으로 이감을 시키거나 행형점수를 불리하게 주어 재소자 스스로 체념하게 만든다.

김보영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법무부보다 교도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행형법이 재소자들의 인권을 제약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교도관들의 역할이 크다. 교도관들이 편지 검열이나 재소자 감시에 주력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교도관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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