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8월 2002-08-10   496

한국남자의 미성숙을 지적하는 눈치빠른 베테랑 활동가

진중권이 본 곽배희


곽 소장의 인상은 지적이고 단아했다. 민감한 질문에는 “공인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하며 조심하는 눈치. 하지만 이런 말로 뉘앙스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분절화해갔다. 이미 수십만 건의 상담을 거친 베테랑 활동가의 말을 들으며,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알려지지 않은 고통을 단편적으로나마 구체적으로 실감한다. 대한민국에 이상한 남자들, 정말 많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은 남자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세상에 나쁜 놈들 많구나, 그에 비하면 나는 비교적 괜찮은 남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간통죄’를 유지해야 하는 근거를 묻자, 윤리적 반성의 능력이 없는 한국 남성들의 윤리적 미성숙을 지적하며, 상담의 체험을 근거로 처벌의 위협 없이 남편으로 하여금 가정을 보호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도 뺀질이는 ‘나는 반성 능력이 있으므로, 윤리적 형성을 위해 굳이 사법적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여성의 권리가 가정의 유지를 통해서 보장될 수 있는 게 현실이지만, 사랑할 권리 역시 침해할 수 없는 천부의 인권이 아닌가. “아내는 사랑하나, 결혼제도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독일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물론 참담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처지를 고민하는 헤라 여신(가정의 수호신)에게 이런 말은 사치로 여겨질 게다. ‘문제는 아내와 남편, 남자와 여자가 서로 교통하는 법을 미처 배우지 못한 데에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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