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2월 2002-02-01   415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23대 정치개혁 청사진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23대 정치개혁 청사진


모든 일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개혁의 효과가 다른 영역으로 연쇄적으로 파급돼 정치 전반이 개혁되는 지점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는 유권자의 평가를 주기적으로 받게 돼 있다. 잘못된 정치는 정치인의 잘못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잘못이기도 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이 말은 또한 선거 때마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뜻도 된다. 정치인과 정당의 생사가 선거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정치구도가 계속될 것인지, 개혁될 것인지에 선거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개혁은 선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선거 개혁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민의를 정확하게 대변하게 된다면, 지역주의와 금권정치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당도 보스의 사당이 아니라 공당의 지위를 되찾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쓰이고, 공개적으로 검증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국회 운영과 관련한 개혁은 어쩌면 제일 쉽게 될 수 있는 일이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을 개혁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거제도가 필요한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정치적 대표로 전환시키는 제도적 장치이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 없이 의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가 바람직하다. 현행 소선거구 1인 당선제도는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간 분열이 심한 우리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도 있었던 만큼 1인 2표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과감하게 고려해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제2표인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결정하므로 평소 그 당의 정책에 대한 지지와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곧 국회 의석수가 되는 것이다. 정책선거가 가능하게 될 때, 지역주의도 완화될 수 있다. 또 제1표인 지역구 당선자를 우선 배분함으로써 비밀스런 비례대표 선정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공개적인 검증을 거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이 제도는 다원화 시대에 각계각층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할 소수당의 정치적 진출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하고 평등한 선거의 조건

현행 선거법의 기탁금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돈 없는 사람은 정치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후보자의 기탁금을 크게 낮추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3000만 원, 국회의원 선거는 100만 원, 시·도 지방의원 선거는 50만 원, 시·도지사 선거는 300만 원, 자치구·시·군·구의 단체장 선거는 100만 원, 자치구·시·군·구의원 선거는 5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 대신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는 유권자 상당수의 서면 동의를 받아 등록하게 하면 된다.

둘째, 선거구 획정을 공정하게 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현재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획정위가 낸 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 법정주의를 부활시킬 수 없다면, 선거구 획정위에서 정치인을 배제하고, 획정위가 결정한 안을 정치권에서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도록 어느 정도 강제력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획정위는 국회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에 두고, 정당추천 인사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통계 전문가 등 민간인으로 구성하며, 10년 이내에 수정을 금지하는 강제 조항을 두어야 한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현행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4대1에 이르는 것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였다. 지나친 인구편차는 투표가치의 평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므로 편차를 3대1 이내로 줄여야 한다.

넷째,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외에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제한은 선거운동의 과열과 혼탁을 방지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선거운동 기회 면에서 무소속 출마자와 정당 출마자, 신규 후보자와 기성 정치인 사이에 불평등한 요소가 많다. 기성 정치인이나 정당 출마자는 정당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실효성을 잃은 포괄적인 제한규정은 폐지하는 편이 낫다. 선거운동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제한하는 것보다 선거운동 비용이나 방법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선거권 연령

선거권 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논의가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세계 168개 국 중 선거연령이 20세 이상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23개 국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국가가 선거연령을 18세 이하로 정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봐서도 선거연령의 인하가 필요하다. 혹자는 공부에 몰두해야 할 고등학생 일부가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면학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고 반대하지만, 주권 행사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일 것이다.

시민단체의 유권자 운동

국민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모인 시민사회단체의 공적인 정치참여, 즉 유권자 운동을 허용해야 한다. 유권자 운동과 후보가 당선을 위하여 벌이는 좁은 의미의 선거운동을 구별하여 규정하면 된다. 또 유권자 운동은 제한 없이 허용되어야 하므로 운동의 방법 역시 후보나 정당의 선거운동에 적용되는 운동 방식의 제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선거운동 기간을 불문하고 인정되어야 한다. 낙천운동뿐 아니라 선거운동기간 동안 국민을 직접 상대로 하는 낙선운동을 통한 정치참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정당개혁의 출발점

정당은 국가기관이 아니고 자발적인 정치적 결사이기는 하지만 공직선거, 국회 운영, 행정부의 조직 및 정책 결정 등 폭넓고 중요한 공적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에서는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정당의 설립 및 활동에 대하여 일반결사와 달리 특별한 보호를 하는 한편, 그 공적기능에 비추어 공적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즉, 정당의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의 목적이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정당이 내부적으로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의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먼저, 상향식 공천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현행 상향식 정당민주주의에 관한 규정은 추상적이어서 실효성이 없으므로 정당법 31조 2항을 개정하여 각 정당의 당헌을 구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비례대표 후보자의 선출과정은 ‘공천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잡음이 많았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선정과정에 당원의 의사가 수렴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이에 더해 공천소송의 경우 사법적 심판과 함께 국고보조금을 삭감해 정당의 민주적 공천을 유도하도록 한다.

둘째, 실질적인 여성할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2000년 2월의 정당법 개정에 따라 비례대표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였으나, 민주당을 제외한 당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하위 순위에 여성들을 공천함으로써, 여성할당제의 도입취지를 무색케 했다. 관련 조항을 좀더 구체화해 비례대표 추천시 3명마다 1명 이상이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정치자금법은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막는 한편,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정치자금 수입에 대한 유효한 검증장치가 전혀 없다.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시 수표나 카드 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정치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당의 회계보고에 대한 검증장치도 부족하여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 후원금 및 당비의 수입금액, 일시, 성명, 주소 등의 구체적인 내역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100만 원 이상의 경우, 유권자에게 명단을 공개하도록 한다.

국고보조금 제도도 전면 개혁해 정당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그 지출용도를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 국고보조금 배분 기준을 원내교섭단체 구성여부로 할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이 얻은 유효득표수로 한다. 특히 정당이 스스로 노력하여 모집한 당비 및 기부금의 액수와 국고보조금을 연계한다. 예를 들어 연간 100만 원 이하 납부 총액의 2배 액수를 국고보조금으로 지급함으로써 소액다수의 원칙에 충실한 정당재정의 확립을 유도한다.

공인회계사 선임의 범위를 넓히고, 각 정당이 자체적으로 선임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중앙선관위가 공인회계사를 지정하고 공인회계사가 중앙선관위에 보고하도록 한다.

또한 정치자금법의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없애 불법 정치자금을 엄단한다.

국회 중심의 생산적 정치는 가능한가?

국회의 기능은 크게 입법, 예·결산 심의, 행정부 견제 및 감시로 나눌 수 있다. 국회 부실화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전문성 부족이다. 이는 국회의원 개인의 전문성 부족이라기보다는, 보좌 기능의 부실을 의미한다. 행정인력 중심의 사무처 구조를 개선해 입법활동을 전문적으로 보좌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법제실, 예산정책국 등 입법·정책 지원 부서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크게 늘려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이권 추구를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원외활동을 신고·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제척·회피 제도 등을 통해 자신과 유관한 법안의 심의와 국정감사 및 조사, 예결위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권 개입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또 유명무실한 윤리특위의 활성화를 통해 국회의원의 윤리심사 및 징계를 엄격히 해야 한다.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한 것은 국가예산의 편성과 집행의 전 과정을 국회가 상시적으로 심의, 감독하게 하려는 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었다. 그러나,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잦은 교체와 전문적인 예결산 심의 보좌시스템의 부실, 그리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에 급급한 특위 운영이 결국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 소속의원의 임기를 현행 1년에서 다른 상임위와 마찬가지로 2년으로 늘리고, 사무처의 예산결산 심의 관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개혁 4대 방향 23대 개혁과제

1.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는 1인2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2. 돈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 대폭 하향 조정

3. 선관위 산하 정치인을 배제한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4. 지역간 인구편차 3:1의 확보로 표의 등가성 확립

5. 포괄적 사전선거운동 제한 규정 폐지를 통해 후보자간 차별

철폐

6. 선거연령을 18세로 국제적 수준에 맞춰 하향조정

7. 시민단체의 유권자 운동 자유보장

8. 상향식 공천절차를 정당법에 구체적으로 규정

9. 비례대표 공천의 민주적 절차 구체적으로 규정

10. 비민주적 공천 무효화 및 국고보조금 삭감 등 처벌강화

11. 실질적인 30% 여성할당제의 도입

12.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단일계좌 지출 등 투명성 확보

13. 정치자금 수입내역의 신고 및 100만원 이상 공개

14. 국고보조금의 합리적 계상 및 득표율에 따른 배분

15. 국고보조금제도에 매칭펀드 도입

16. 정치자금 회계감사의 강화

17. 정치자금의 자유로운 열람 및 복사 허용

18. 광범위한 예외조항 삭제를 통한 실효성 확보

19.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20. 입법 보좌 기능 강화

21. 국회의원 이권추구의 제도적 방지 및 윤리위 강화

22. 실질적인 예결위 상설화

23.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의 장 포함

김두수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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