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5월 2002-04-28   379

참여연대 “얼굴마담” 대중속으로 가라!

참여연대의 얼굴인 『참여사회』가 일곱 살, 초등학교 1학년으로 진급할 계제를 맞았다. 물리적인 나이로야 고작 7세에 불과하지만 그간 여기에 담아낸 온갖 사연들, 그 정신적 심도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면 가히 성인을 능가하는 영재교육 대상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으리라. 한국 현대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에서도 드문 성공적인 시민운동 단체로 자리매김한 참여연대의 활자매체로서는 유일한 대외 창구 역을 맡은 이 월간지는 이제 회원과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만나게 되는 친목회의 얼굴마담처럼 익숙해졌다.

표지부터 목차를 거쳐 차근차근 한 쪽씩 넘기다 보면 이 책자 속에서 한국사회의 신음소리와 희망의 외침이 동시에 느껴진다. 다른 어떤 월간지에서도 얻을 수 없는 민족사의 비타민제라면, 자화자찬일까. 그렇다 한들 조금도 꿀릴 게 없다.

그러나 만족에 비례해서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처음 『참여사회』를 받아드는 순간부터 나는 당장 판본을 바꾸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참여사회』를 사랑하면서도 언제나 별거를 하고 지낸다. 곧 그 달치를 읽고는 이내 버린다는 뜻이다. 이내 지난 호의 기사를 다시 뒤져야 할 절박한 순간이 닥칠 걸 뻔히 예견하면서도 다른 잡지들과 함께 보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어딘가로 기증해 버린다.

『참여사회』와 동거할 수 없는 이유는 순전히 판본 때문이다. 우리나라 잡지는 대개 여성지처럼 4.6배판이거나 일반 교양지의 국판이다. 현재의 판형으로 출판하는 게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제발 키 좀 줄일 수 없겠니 묻고 싶어진다. 보통 책꽂이에는 꼽히지도 않는 이 거구의 개성미 앞에서 매월 보관할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후자로 마음이 기울어 버리곤 한다.

키만이 문제인 건 아니다. 참여연대 조직 안에서 『아름다운 사람들』, 『시민과 세계』 등 다른 간행물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모두 하나에 담아 아예 의젓한 월간지로 만드는 게 최상책이지만 아마 이런저런 사연이 많을 것 같다. 하나의 월간지로 만들어 이 자체만으로 회원은 물론이고 비회원들에게도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망상해본다. 거대 언론의 횡포 때문에 진실이 가려지는 현실이고 보면 참여연대가 밝힌 진실을 회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에게 보급하려면 더 대중적인 내용을, 보다 대중적인 판형의 잡지로, 보다 대중적인 방법(보급)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마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며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단체의 회지란 그 모임의 활동 전모와 회원들의 친목이 목적이겠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그런 기능을 수행할 잡지를 만들기에는 너무 비대해져 일종의 레바이어턴이 되어버렸다. 여러 조직의 활동을 두루 담아내고도 회원들의 친목의 기능까지 보장하려면 꽤나 본격적인 잡지로 다시 태어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온갖 매체의 홍수 속에서 왜 『참여사회』까지 일반잡지처럼 변신해야 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참여연대의 진실 밝히기 활동(곧 잡지의 활력소인 폭로성 기사)을 고려하면 다른 어떤 상업적인 거대 신문사도 흉내낼 수 없는 장점이 있는, 시민의 입맛을 돋궈주는 잡지가 될 것이다. 잡지란 말 그대로 잡탕이 그 본질이기에 참여연대의 활동 속에서의 비화를 엮어내는 일종의 실록적인 요소와 논문, 기사, 회원 활동 등이 고른 비율로 분배되어야 할 것이다. 행운의 일곱 살에 각종 선거 잘 치르고 새로운 얼굴의 『참여사회』를 만나고 싶다.

임헌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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