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1월 2002-10-30   1133

주세진 ‘시민운동에 무임승차 하려는 사람들 싫어요’

지난 8월 참여연대 자유게시판에 ‘서울 사는 여학생’이 쓴 글 하나가 올라왔다. 현재 고3이지만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합격해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는데 아르바이트보다는 자원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캠페인에도 참여할 수 있고, 참여연대 건물 안에서 몸으로 하는 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주인공은 서울 양재고등학교 3학년 주세진 씨. 한양대 경영학부에 합격했다고 한다.

만나보니 표정과 말투에서 수험생의 피곤함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열아홉의 패기와 자신감도 함께 느껴졌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많아 보이는 그와의 만남은 유쾌했다.

“자원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공부만 하는 인문계 고등학생이죠. 친구들도 2학년까지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데 3학년이 되면 공부만 해요.”

평범한 학교 생활이었지만 교복 윗도리에 받쳐입는 흰 셔츠를 다 빨아버려 대신 회색 셔츠를 입고 갔다가 선생님께 혼난 날, 처음으로 자퇴도 생각해 봤단다.

“교복 안에 입는 옷 색깔까지 간섭하는 데 화가 났어요. 일부러 안 입은 것도 아닌데. 그렇지만 막상 자퇴를 떠올리니까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 없더라구요. 계속 다녔죠. 대학 학과도 사실은 취직이 잘 된다고 해서 선택한 거예요.”

솔직한 그의 말에서 어른들로부터 쉽게 ‘생각이 없다’고 치부되는 요즘 청소년의 마음 속에 숨겨진 고민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걸 계기로 그는 청소년알바페스티벌을 같이 준비하게 됐다.

“청소년에게 공부할 의무만 있지 노동할 권리가 없는 현실이 답답해요.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인정하는 운동도 해보고 싶어요.”

알바페스티벌을 준비하며 느낀 게 또 있다.

“청소년알바 문제에 대한 사이트를 열었는데 글이 하나 올라왔어요. 참여연대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운동만 하더니 이제는 청소년까지 이용한다구요. 자기는 털끝만큼도 운동에 동참하지도 않으면서 함부로 비난하는 게 기가 막혔어요. 시민운동에 무임승차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이 싫어요.”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 때문에 친구들과 많은 대화는 못하지만 참여연대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씩 한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낙선운동을 말하면 참여연대를 떠올리듯, 친구들에게는 핸드폰 요금인하운동을 얘기해야 참여연대가 어떤 곳인지 안다. 대학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물었더니 눈이 빛난다.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시민단체에서 일해보고 싶고, 트럭도 몰고 싶고, 공장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 좋아요.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주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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