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4월 2002-04-10   699

재계가 밀어주는 시민단체?

보수세력 총동원 “비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창립


지난 3월 6일 김상조 교수(한성대·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는 연구실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한 시민단체의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을 알리는 이메일 안내장이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으로부터 각각 날아왔던 것. 이 안내장은 김 교수 외에도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의 이메일 정보서비스를 받아보는 모든 인터넷 회원들에게 일괄 발송됐다. 재계 1, 2위의 경제연구소에서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까지 홍보해주고 싶어한 이 단체는 바로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이에 대해 LG관계자는 “홍보차원에서 보낸 것일 뿐 다른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메일 발송 후 여러 차례 항의메일과 전화를 받았다는 이 관계자는 그러나 “원장님께 직접 협조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 쪽에서 이메일을 보낸 것을 확인한 후에 ‘원장님 지시’로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삼성쪽 얘긴 다르다. 메일링리스트를 관리하고 있는 삼성쪽 관계자는 “괜찮은 심포지엄이 있길래 담당자의 판단으로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절대 ‘윗분’들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회의는 “준비위원들 중에 삼성, LG쪽에 아는 분들이 있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홍보를 부탁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회의 창립식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있는 시민회의 사무실을 찾았다. ‘해군 대령’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찬철 대외협력실장은 “더 이상 원로 보수들이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차원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은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석준, 김태련(이화여대), 곽수일, 송병락, 신용하(서울대), 송복(연세대), 유재천(한림대), 석종현(단국대) 교수, 이군현(한국교총회장)을 비롯 고문을 맡은 강영훈, 남덕우 전 국무총리,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장, 김종규 삼성출판사 사장 등이 그 ‘계몽’에 앞장서고 있다.

– 제3세대 시민운동’을 표방하고 있는데.

= 우린 시민 없는 시민운동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보자면 ‘중도보수’라고 할 수 있다.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다.

– 기존의 시민단체가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 “예를 들어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은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에 저해요인을 가져오고 자유시장경제 형성에 장애가 된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반대한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만 강조하고 기업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 철도에 이어 발전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 중이다. 기간산업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 “민영화에 적극 찬성한다. 자유경쟁을 도입한다는데 왜 반대하나.

– 자유기업원 등 재계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 “부정하지 않겠다.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경제단체들의 주장과 우리의 주장이 일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이번 창립 심포지엄에서 전 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연 변호사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그가 시민회의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 “언론에 발기인으로 이 변호사의 이름이 나가고 나서 이 변호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발기인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공식적으로 이 변호사는 발기인이 아니다.”

–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나.

= “월 5000원을 내는 일반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기업이나 이익단체로부터도 후원을 받겠다. 규약에 년 1000만 원 이하의 후원금을 내는 ‘특별회원’ 규정을 두고 있다.”

오진아 진보정치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