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7-08월 2020-07-01   1442

[특집] 이커머스 시장의 과당경쟁과 불공정거래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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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의
과당경쟁과 불공정거래행위

 

글. 서치원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정경제팀장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2001년 3조 3천억 원, 2019년 134조 원. 우리나라 이커머스e-commerce❶ 거래액수다. 18년 만에 약 40배 성장. 실로 놀라운 수치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오프라인 쇼핑 거래액을 앞질렀다는 통계도 눈에 띈다. 바야흐로 유통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 변화의 특이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제력을 갖기 위해 대기업 중심의 시장참여자들은 과당경쟁에 몰입하고 있다. 2018년도를 기준으로 쿠팡, 위메프, 티몬의 거래액은 각각 9조 원, 5조 4천억 원, 4조 원이었고, 이들의 영업손실은 각각 1조 970억 원, 1,254억 원, 390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도 이들의 거래액과 영업손실은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SSG닷컴, 롯데ON 등 대기업 기반 후발주자가 이커머스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커머스 시장의 과당경쟁은 작년에 경쟁기업에 대한 공정위 신고 형태로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과당경쟁으로 거래 이익을 충분히 얻지 못한 유통기업이 그 부담을 거래상 열위에 있는 납품업체에게 떠넘기는 불공정행위로 표출되기도 한다.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유통분야 서면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대규모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관행은 다소 개선되었으나,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판매대금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 판매장려금, 판매촉진비용 전가 등 불공정행위 유형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 입점업체(판매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공백

어떠한 시장의 과당경쟁이 항상 불공정거래행위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높은 불공정거래행위 비율에는 고유한 원인이 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는데, 그중 유력한 것이 ‘규제의 공백’이다. 온라인 쇼핑은 유형에 따라 쇼핑업자가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와 직접 판매하지 않고 판매 중개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전자에 대해서는 소매업종 매출액이 1천억 원 이상인 경우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고 그에 따라 과도한 수수료, 대금 미지급, 판매촉진비용 전가 등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진다(대표적으로 쿠팡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판매중개업자는 매출액이 수조 원에 달한다 하더라도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공정위가 오픈마켓 등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중개 개념을 두고 있어 오픈마켓에도 곧바로 적용이 가능하지만 소비자보호법으로서 기능하므로 입점업체의 불공정거래 피해 등에 관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오픈마켓’의 경우 일반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율만 가능한데 실무상 적용례가 극히 드물어 과도한 수수료, 대금 미지급, 판매촉진비용 전가 등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사실상 규제공백 상태에 놓여있는 셈이다. 

 

최근 쿠팡도 오픈마켓 부문을 운영하고 있는데 같은 쿠팡의 행위라도 판매경로가 무엇이냐에 따라 규제가능 여부와 근거법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러한 규제공백의 문제점과 불합리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확대되는 전자상거래 영역과 입점업체의 보호방안 필요

온라인 쇼핑 입점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공백에 대책으로는 「대규모유통업법」에 판매중개거래 개념을 신설하여 즉각적인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안, 「전자상거래법」에 입점업체 보호규정을 신설하여 전자상거래에 관한 일반법으로 기능하도록 하자는 안, 별개의 독자적인 특별법(‘사이버몰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안 등이 제시된 바 있다. 즉각 적용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등 기존 법률안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온라인 판매중개업온라인플랫폼의 경우, 양면시장 또는 다면시장의 매개자중개자라는 지위의 특수성이 있다. 그에 따라 입점업체와 소비자, 배달 노동자 등 관련 종사자들의 정보가 한 곳으로 취합되고, 소비자의 선호와 수요에 관한 정보를 집적시킬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막강한 시장지배력(경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된다. 반면 입점업체는 독자적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져 플랫폼 등 중개업자와의 거래관계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구조적인 불공정거래관행 환경을 조성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 불공정거래구조를 개선함은 물론 배달앱 등 새로운 디지털(온라인) 플랫폼 출현에 따른 시장 및 데이터 독점화까지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EU 규정이 온라인 중개서비스 및 온라인 검색엔진 제공회사에게 투명성 향상, 검색순위 매개변수 관련 정보제공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불만 처리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의 경쟁당국의 틀에 매이지 않고 별도의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를 기존 경쟁당국에서 담당하고, 새로 형성되는 시장질서와 그 안에서 경제 주체 간의 상생협력 방안을 설계할 새로운 정부기관을 고민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결국 온라인 중개거래에서 입점업체, 즉 판매업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는 또 하나의 거래공정화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의 차원을 넘어 불공정거래·독점규제 체계의 전반적 변화를 수반하는 매우 논쟁적인 현안이다. 바야흐로 공정거래당국도 유통시장의 ‘구조적 변화의 특이점’을 비껴갈 수 없게 된 셈이다. 

 

❶  이 글에서는 ‘전자상거래’, ‘온라인 쇼핑’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❷  사이버몰(컴퓨터 등과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재화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정된 가상의 영업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이용을 허락하거나 그밖에 총리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거래 당사자 간의 통신판매를 알선하는 행위를 말한다

❸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는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거래상 지위’가 인정되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오픈마켓에만 적용 가능하고, 각 사안의 위법성 여부는 당해 행위를 한 목적, 관련 법령, 합리성이 있는 행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❹  Regulation (EU) 2019/1150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0 June 2019 on promoting fairness and transparency for business users of online intermediation services」

❺  국회도서관, “디지털 플랫폼 독점규제 글로벌 입법동향”, 2020-1호,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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