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2월 2002-12-01   1161

신철영 경실련 신임 사무총장

‘경실련 세가지 과제로 집중하겠다’


지난 11월 10일 오후 2시 종로구청 강당에서는 ‘2001년 경실련 회원총회 및 대의원회’가 개최됐다. 그 자리에서 신철영 부천경실련 대표(50세)가 제5대 경실련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취임사를 통해 “경실련의 창립목적에 맞는 국가혁신 과제를 정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경실련을 만들겠다”고 밝힌 신 사무총장을 지난 11월 13일 경실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제5대 신임 사무총장에 선임되셨는데, 앞으로 경실련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생각이십니까?.

“과제를 집중하자. 경실련은 전국조직이에요. 현재 계획상으로는 연말까지 전국토론회를 펼치려고 합니다. 전국의 경실련 활동가들에게 현재 우리나라를 개혁하기 위해 그 중요성과 시급성을 따져 순위를 정하고 아무리 많아도 세 가지 이상은 넘기지 말고 그 내용을 제출하라고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간 토론단위를 만들어 내용을 거르고 압축해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세 가지 과제를 정할 겁니다. 세 가지 중에서도 우선 순위에 따라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것을 합의하고 토론해서 결정하고 내년 1월부터 한 가지씩 수행할 겁니다. 중요한 건, 가능한한 모든 사안에 대해 합의와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

세 가지 의제를 정하는 것은 백화점식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세 가지를 정하려는 것은 저희들 역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죠. 백화점식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은 경실련이 출발할 때부터 지속돼온 것인데 저는 그 비판이 정확한 건 아니라고 봐요. 우리나라에는 정책정당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과도하게 많은 역할을 부여받아 활동해온 거죠. 이를테면 각종 개혁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아무도 안 움직이니 너희들이라도 좀 해라, 그렇게 떠맡겨진 과업도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영역별로 특화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많이 생겼어요. 예전처럼 점포를 많이 차릴 필요가 없어요. 물론 그런 분화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몇몇 단체가 좀더 많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겠지만. 그러나 어떤 단체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많은 일을 하려고 백화점식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이해했으면 합니다.”

서경석 목사가 제5대 상임집행위원장으로 추대됐습니다. 앞으로 경실련이 서 목사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경석 목사님의 복귀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도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별 문제 없을 거예요. 서경석 목사님은 추진력이 강하고 또 일 욕심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 과도하게 못할 거예요. 본인이 경실련 상집위원장의 직함을 갖고 있는 한 그렇게는 못할 겁니다. 그런 정도의 운동가적 상식은 충분히 지킬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94년 2월 경실련 조직국장으로 일하신 바 있는데, 그때와 최근 경실련 분위기를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활동가들의 질이 발전한 반면 활기는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난 몇 년 간 경실련 침체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경실련에 와서 첫 번째로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이 사무국 내부의 활기를 되찾는 것입니다. 제가 상근자들과 이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경실련운동이 잘 되느냐, 못 되느냐의 책임 80%가 상근자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일하자, 그래야 제 몫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경실련이 계속적인 내홍을 겪으면서 재정문제 또한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해결 방안은 마련해두셨는지요.

“찾아봐야죠. 회원회비 확충방안도 고민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돈 내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훈련이 안 돼 있어요. 그래도 시민들이 참여할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 속으로 우리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년 지방선거에 환경연합에서는 후보를 내고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전임 이석연 총장께서는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어서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총장님은 어떤 의견이십니까?

“저 역시 이석연 총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부토론을 할 것이라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그러나 경실련은 지난 91년, 95년, 98년 지방선거과정에서 세 차례 선거경험을 했습니다. 그때그때 토론을 통해 얻은 일관된 원칙은 지방자치를 정치라기 보다 시민운동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경실련은 경실련의 이름으로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이런 정도에서 원칙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제가 이석연 총장과 다르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면, 저는 다른 단체들이 자기 단체의 이름을 걸고 후보 내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잘 했으면 좋겠어요.”

운동가의 정치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최근 국회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국회로 들어가고 있잖아요? 해서 저는 여건만 허락되면 좋은 분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쉽고 또 절망감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언제나 우리 정당구조가 안 바뀌고 있다는 거잖아요. 앞으로 언젠가는 양의 변화가 질의 변화를 가져올 거라 생각해요. 국민들 자체가 바뀌는 것도 중요한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 사람 정도는 시민운동을 지켜나가야겠죠. 그래야 균형있게 발전해갈 테니까.”

그렇다면 총장님은 정치권으로 진출하실 분입니까, 남아서 시민운동을 지킬 분이십니까? (웃음)

“제가 92년 민중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10% 정도 득표한 일이 있고, 95년 개혁신당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사무부총장으로 일하다 꼬마민주당이랑 합쳐질 때 그만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민중당의 경험이 거기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구요. 정치는 권력욕이 상당히 강해야 하는데, 저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도망쳐 나왔죠. 그 끔찍한 판에 다시 들어갈까? 글쎄,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DJ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정치권은 사실상 민생개혁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때 시민단체들이 정치권에 요구해야 할 개혁현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현재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은 지방자치법 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권력교체기에서 또다시 정치권이 재벌에게 흐물흐물해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벌문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시민단체 연대방안이 있다면 .

“내년은 권력교체기로서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나라가 제대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폭넓게 연대해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연대하다 보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조정해야 할 일이 생기는 법인데, 그때마다 지혜롭게 협력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통해 국가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권력이 교체되느냐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하려면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야죠. 그야말로 대동(大同)하고 소이(小異)하는 자세로 일했으면 합니다.”

총장님은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 시민운동의 경로를 거쳐오셨는데요. 그간 운동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중의 하나가 지도자를 잘 못 키운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평등의식이 강하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아무개보다 내가 못하랴, 뭐 이런 거죠. 그런 생각 때문에 서로 힘을 합하는 것에 대단히 소극적인 게 아닌가 싶고, 우리가 일을 해나가는 데서 다른 점을 강조하다 보면 힘을 못 합치는 경향이 생겨요. 저는 그런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고 봐요. 살면서 제가 힘을 보탤 일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장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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