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0월 2001-10-01   1672

내 손으로 우리 옷 만들기

내 손으로 우리 옷 만들기

금만 예뻐야 할 텐데 너무나 예쁘다니 야단났지, 뭐. 내가 걸친 치마저고리를 보고 사람들이 질러대는 탄성이 그랬다. 거기다가 “제가 만든 거예요” 하면 더 야단이 난다.

“솜씨 좋으신가봐요, 얼마나 좋을까?”

“제것도 이렇게 만들어 주시면 안되나요?” 한다.

“솜씨는요, 뭘. 저도 배워서 만들었어요. 저 혼자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만들 생각을 하겠냐구요.”

“그래두….”

“똑같이 만들어 드릴 수는 있는데, 기왕이면 배워서 직접 만들어 보시는 건 어때요? 배울 만해요. 못 한다고만 할 게 아니더라고요”라고 말하면 다들 손을 내젓는다. “아휴, 내가 무슨….” 그래도 그 가운데서 홈패션이나 퀼트 같은 바느질을 맛본 사람들은 내 옷을 만져보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리곤 디자인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예쁘다고 새삼 감탄한다. 얇고 고운 광목으로 만든 저고리는 디자인도 내가 했다. 이 저고리를 만들어 입고 바느질 교실에 간 날, 나는 큰 박수를 받았다. 학생들 중에 가장 헤매던 이가 스스로 디자인까지 해서 그것도 깨끼 바느질로 저고리를 만들어 입고 나타났으니 말이다. 물론 한복양식 그대로 따른 제대로 된 저고리는 아니지만, 한복특성을 그대로 살린데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예쁘다니 된 거지, 뭐.

“아유, 벌써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을 응용까지 한 학생이 있네요. 이건 정말 반가운 일이에요” 하며 대견해하던 선생님의 모습도 떠오른다. 3000원 하는 광목 한 마에 솜씨를 조금 보태 이제껏 사람들한테서 탄성을 자아내고 있으니 바느질 배운 노력이 아깝지 않지, 뭐.

사실 안 해봐서 그런 거지, 기본 바느질법을 배운 다음 옷을 몇 번 만들고 나면 옷 만들기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덜렁덜렁한 이가 별로 힘 안 들이고 바느질도 더 곱게 하는 것을 보았다. 문제는 뭐든지 해보지 않고 겁부터 먹는 데서 온다. 나는 ‘불교귀농운동본부’에서 하는 ‘내 손으로 우리 옷 만들기’ 강좌를 한 달 간 들었다.

나 역시 제대로 옷을 지어 입으려면, 좀더 배워야 한다. 바느질 잘 하는 할머니께 배워도 되고, 복지관에서 하는 한복강좌도 괜찮다고 하니 시간을 낼 참이다. 나는 워낙 돈 버는 재주가 신통찮다. 돈 많이 벌 생각보다는 의식주를 자급자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웬만하면 집도 직접 지어보고, 내가 감당할 만큼 작게, 한 10평쯤이면 적당할 것 같다. 먹을거리도 직접 가꾸던가 채취하고, 옷도 만들어 입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옛날 어른들이 해오던 방식을 다시 따르게 된다.

더도 말고 그저 옛날 어른들처럼 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올해는 목화를 심었다. 누에 치는 방법도 배울 참이다. 베틀만 구하면 옷감 짜는 일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내가 사는 마을에 베 잘 짜는 할머니가 건강하게 살아 계시니 말이다. 직장에서 숨막히게 지내는 쪽보다 베틀과 바느질과 씨름하는 쪽이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즐겁다. 손 많이 가는 일은 치매도 예방한다 하고 정성이 듬뿍 들어간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추위나 더위도 안 탈 듯싶다. 더 늙기 전에 솜씨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뭐든 부지런히 배워둘 생각이다. 등 따습고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를 만큼 즐겁게 사는 비결이 그 속에 숨어 있을 것 같아서다.

남연정 귀농통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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