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1월 2001-01-01   856

한탄강네트워크 지역살리기

경기북부

작년 한해동안 경기도 연천군·포천군은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다름아닌 ‘한탄강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지역문제에 대해 지역민들이 적극 참여해 지방자치 텃밭을 일궈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의 운동이란 단일한 사안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예컨대 지역 환경문제를 얘기하다 보면 자연히 공무원의 부패, 관청의 행정편의주의와 싸우게 됩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주민, 의회, 자치단체와의 새로운 관계모색을 하게 되고, 이것이 지역행정과 정치를 바꾸는 작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한탄강댐건설백지화’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홍수예방과 안정적인 용수확보를 위해 현재 이 지역에 대한 지질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2002년 말까지 설계를 마친 뒤 댐을 건설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뿐 아니라 얼마 전 설문조사에 의하면 지역 네티즌들의 91%가 이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11월 22일 군포시의회에서 열린 경기도 31개 시·군 의원의 회의에서 ‘한탄강댐설치반대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로써 주민과 의회가 공조해 한탄강댐건설 백지화를 추진 중이다.

‘한탄강 네트워크’는 현재 회원이 약 200여 명이며, 지역 농민·공무원·약사·종교계 인사 등 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더 넓은 주민 조직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대진대 사회교육원고 공동주최 6개월 코스의 환경 강좌를 개설해 주민들에게 지역환경문제를 심도있게 교육·연구하고 있다. 또한 매달 ‘한탄강네트워크가 지정한 100대 오염원’을 선정, 주민들에게 여론화하고 직접 방문해 항의를 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실제로 작년 초에 한국전력이 운천변전소의 확장 이전 계획으로 야미리 변전소 건설을 강행하자, 주민들이 밭일을 멈추고 공사장으로 뛰어가 공사를 저지시켰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부지 매입 과정의 의혹과 공무원들의 비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 야미리변전소공사는 7년동안 지역 주민들이 반대해왔으나 한전측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했고, 끝내 주민들의 실력저지로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한탄강 네트워크 소식지 「한탄강」 편집위원인 이철우 씨는 “주민들이 야미리에 세우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세우되 동네 바깥에다 세우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제 “모든 기간시설의 계획도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와 함께 해야함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북부 지역 주민 활동은 비단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을 지키기 위해선 교육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시골 작은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포천군 관인면에 소재한 초등학교가 학생수 미달을 이유로 폐교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해 이것을 막아냈다. 이는 교육부에서 추진하던 폐교정책에 대해 주민들의 참여로 저지시킨 유일한 사례라고 전한다. 이것을 계기로 ‘한탄강 네트워크’는 “실질적인 지역의 ‘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메인주의 교육모델처럼 자치단체장의 분명한 교육철학으로 각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교육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16일, ‘한탄강 네트워크’ 창립총회가 있었다. 이날 축하공연 중 하나로 초등학교 고학년 33명으로 구성된 철원 ‘청백어린이합창단’이 맡았고, 지역 주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청맥어린이합창단’은 99년부터는 신년 음악회, 각종 음악회 출연과 함께 정기 연주회를 가졌다. 지난해 5월 22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가정음악회에 게스트로 초청될 정도로 그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하니, 주민들이 꿈꾸는 지역 교육·문화적 토대에서 차츰 결실을 맺어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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