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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0년 12월
  • 2000.12.01
  • 1913
학부모들에게 새 학기는 아이들의 교복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검정 교복에 흰 깃을 달아 입던 추억을 가진 학부모들에게 교복은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기념품 중의 하나이며, 어느 새 훌쩍 큰 자녀에게 대견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복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는 교복 구입 과정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억대 스타까지 등장한 교복 브랜드가 교복 구입 기준이 되는 현실과 웬만한 남자 정장보다 비싸진 교복 값을 아는 순간 대다수 학부모들은 놀라움을 넘어 교육당국의 무대책에 분노하게 된다.

현재 시중의 교복 값은 브랜드나 판매지역, 학교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동복은 15만~22만 원, 하복은 5만~8만 원선으로 적정가의 두 배 정도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입학금, 등록금 등 만만치 않은 교육비에 30만 원에 이르는 교복값은 입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복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과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사적 구입품으로 치부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교육당국과 돈이 된다면 업종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대기업의 상술은 교복의 고가화, 브랜드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 후 공개입찰

94년도 당시 8만4,000원 하던 교복 값이 20만 원대까지 치솟은 데는 교복 구매방식의 변화가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95년 몇몇 학교에서 교복업체로부터 받아오던 리베이트 관행이 밝혀지면서 교육부가 교복 구매에 학교의 관여를 금지시킨 후로 ‘학교 지정 교복점’의 ‘맞춤 교복’이 사라지고 기성복 교복을 백화점이나 교복 판매 대리점에서 개별 구입하는 지금의 구매방식이 정착하게 되었다. 교복의 개별구매는 학교 앞 소규모 점포에서 직접 제조·판매를 해오던 영세한 중소 교복업체의 몰락과 광고와 브랜드를 내세워 고급스런 분위기의 대리점을 이용해 판매하는 대기업 교복업체의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결국 브랜드 교복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른 광고비, 대리점 관리비, 백화점 수수료 등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학부모들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갈수록 커져 가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과 불만 속에 1998년 대구 도원중학교 학부모들은 그 동안의 개별 구입 관행을 깨고 공동구매를 시도하였다. 학교운영위원회 산하 교복소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시장조사를 통해 적정가격과 품질을 조사하고 공개 경쟁 입찰을 실시하여 교복공동구매를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시 18만6,000원 하는 교복을 절반가격인 9만9,980원에 구입하게 된 것이다.

대구 도원중학교의 이 같은 결과는 그 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교복 가격 거품의 심각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공급자 중심의 유통구조와 가격결정시스템 안에서 속수무책이었던 학부모들에게 소비자 권리 실현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교복업계의 업무방해·담합도 심각하다

대구 도원중학교 교복 공동구매를 계기로 시작된 ‘교복공동구매운동’은 많은 학부모들의 호응 속에 점차 여러 학교로 확산되고 있는데 올해는 30여 중·고등학교에서 하복을 공동구매하여 시중가의 절반인 3만5,000원 정도에 구입하는가 하면, 이미 서울·대구·대전·분당·안산·수원·안양 등 많은 학교에서 2001학년도 신입생 동복 구입을 위해 공개입찰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교복공동구매운동의 확산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교복공동구매에 관한 학교의 무관심으로 학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공동구매를 공론화하기가 어려우며, 복잡한 공개입찰 준비와 진행 역시 학부모들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교복시장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 교복업계의 업무방해나 담합, 덤핑판매로 공동구매를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교복공동구매의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단체와 학부모단체, 교사단체의 지원과 연대가 필요했는데, 얼마 전 ‘교복 공동구매 네트워크’ 발족을 계기로 이를 구체화하게 되었다. 학교별 ‘교복공동구매를 위한 학부모 모임’의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공동구매 방법과 사례에 대한 홍보는 물론 ‘공개경쟁입찰’ 과정을 쉽게 표준화하는 일, 나아가 학부모 부담으로 구입하는 다양한 학용품의 공동구매를 위한 입법 청원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개별 학부모로 보면 십수만 원을, 전체 학교로 보면 수천만 원을 절약하게 되는 교복공동구매 운동의 영향은 학부모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좀더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 내 ‘학부모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복공동구매를 실시한 많은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나 여타 학부모모임이 매우 활성화되고 있으며, 교복뿐 아니라 체육복·졸업앨범·학교급식·수학여행 등 다양한 교육 소비재의 공동구매를 실시해 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것은 교복공동구매운동이 더욱 폭넓은 소비자운동과 학부모운동으로 확대, 발전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교복공동구매운동에 더 많은 학부모들이 동참할 수 있길 기대한다.











I n t e r v i e w



김정희 포항 항도중학교학교운영위원회 부회장

"시중가 반값에 교복 산다"


교복공동구매를 하게 된 동기는?

"교복 값에 대해 대다수 학부모가 불만이 높았기 때문에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학교운영위원회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학부모들은 아직까지도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이득이 돌아오지 않으면 잘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주는 교복공동구매가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복공동구매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교복 값에 많은 거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공동구매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공개입찰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먼저 추진했던 학교 학부모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입찰 서류는 물론 '입찰'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하게 느껴져 때때로 이 일을 하게 된 것을 후회하기도 해다. 또한 교복제조업자들이 몰려와서 입찰반대를 주장했고, 학교장이 협박전화를 하는가 하면, 딸아이가 협박받는 일까지 생겼다. 그러나 교복공동구매가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생각됐고, 어느 누군가는 이 일을 시작해야 왜곡된 교복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 교사들은 '교권 침해 아니냐'며 학부모들이 나서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교복공동구매를 통해 시중가의 절반수준으로 동복은 9만4,260원(남), 8만8,010원(여), 하복은 3만2,000원(남), 3만1,000원(여)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우리 학교의 경우 교복공동구매로 1학년 전체에서만 약 4,000만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았다. 이후 체육복도 공동구매 했는데 한 벌당 2만3,000원 하던 것을 1만 3,000원에 구입했다. 야영회도 운영위원회의 심의 후 공개입찰 했는데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같은 조건에서 1인당 6,500원을 절감해 다녀왔다. 앞으로 졸업앨범과 급식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부모 참여하에 공개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교복공동구매를 계기로 다양한 물품의 공동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총 비용을 계산하니 수천만원이 넘었다. 이것을 한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수십억 원을 절감할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백억 원대가 되는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은숙 서울YMCA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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