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3월 2000-03-01   701

선거법 87조가 문제라구?

87조가 문제라구?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지키라고?

‘시민단체의 선거운동금지’. 이 테두리 안에서 낙선운동을 해라?

아니면 “‘딱벌단’이 각목들고 난리를 칠테니 두고 보라!”고?

생긴 게 진짜 딱벌단처럼 험상궂게 생긴 어느 정치인 얘기를 듣다보면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그 인상 험한 양반한테 잘못 걸렸다간 일단 줘∼ 터질 것만 같아 너무 무섭다. 적어도 나 같이 소심한 사람한텐.

그래서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지탄받는 당사자들이 오히려 국민을 향해 위법이라고,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큰소리 땅땅 치고 있으니 이래저래 심란하다.

이들은 말한다. “정치인의 명예를 보장하라!” 그런데 과연 그들한테 보장받을만한 명예가 남아있기나 한가?

합법이라….

좋아!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바로 당신이 출마하는 거야. 아니 당신 같은 우리가 66명이 한꺼번에 선거에 나가는 거지.

왜냐? 공천부적격자로 찍힌 사람이 66명이니까, 한사람씩 맡자는 거야.

무슨 ‘귀신 봉창 뜯는 소리’냐고? 1인당 1명씩 이른바 ‘낙선 저격수’를 만들자는 거야.

총선시민연대가 공천해서 부적격자들이 출마하는 66개 지역구에 모조리 우리 후보를 내는 거야. 이 후보들은 순전히 ‘부적격자’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만 활동하고 투표일 직전에 자진 사퇴하는 거지. 혹시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로 인해 당선되는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야. 생각해봐. 그럴 경우 시민단체가 정치권 진입을 위해 편법으로 운동했다고 또 얼마나 구설에 휘말리겠어. 『조선일보』는 가만있겠어? 유권자100인위원회 위원처럼 그저 평범한 우리주변의 시민을 후보로 내서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부적격자를 내내 괴롭히자는 거야. 그것도 합법적으로.

선거에 나가서 “쟨 안됩니다. 맨날 고문하고, 부정비리 저지르고, 개혁법에 반대하고, 악질적으로 지역감정 조장하고, 군사독재에 부역하고…, 절대로 저런 사람을 국회로 보내서는 안됩니다! 용용 죽겠지, 메롱이다!”라는 얘기만 계속 하는 거야. 이런 얘기를 사랑방 좌담회에서도 하고, 길거리 유세에서도 하고, 합동연설회에서도 하고, 마구마구 떠들어서 아주 죽사발을 만드는 거지. 으흐흐… 생각만 해도 고소하네! 그런데 이런 건 합법인가?

정치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힘을 모아서 정말 한판 붙어보자 이거야. 우리 역량상 66명이 무리다 싶으면 상징적으로 단 한두 군데만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현대판 ‘딱벌단’이나, 아님 ‘사오정’, ‘소대가리’ 지역구에서 만이라도….

아님 또 이런 방법은 어떨까?

끝내 부적격대상자가 공천을 받으면 지역구의 당원 한 사람만의 명의로라도 ‘공천무효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는 거야. 현행 정당법상 적어도 공직후보자는 지구당 대의원들의 민주적 선출 방식에 의해 확정하게 돼 있거든. 이른바 상향식 공직후보자선출 방식이라는 거지. 그런데 우리 정당들이 과연 이렇게 하고 있나? 분명 아니거든. 법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정말 난감할 거야. 정당이건, 부적격자이건, 법원이건 너무너무 곤란할 거야. 이렇게 해서라도 정치개혁을 가로 막아왔던 못된 관행들을 막자 이거야. 이걸 전국적으로 확대해서 66개 지역구 전체에서 일시에 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거, 최소한 합법의 테두리 아닌가? 그때 가면 『조선일보』나 현대판 ‘딱벌단’이나, ‘사오정’, ‘소대가리’는 또 뭐라 트집을 잡을까? 되게 궁금하네! 궁금한데 우리 진짜루 한번 해보는 게 어때?

김형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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