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3월 2000-03-01   1528

중소형차가 4억원짜리 아파트 세금보다 많다면?

10년간 회사를 다닌 김씨는 그동안 열심히 저축한 목돈을 가지고 꿈에도 소원인 아담한 아파트를 마련하였다. 내친김에 작은애가 그토록 졸랐던 승용차(1500cc) 1대도 할부로 구입하여 새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 김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차를 팔 수도 안 팔 수도 없는 입장이다. 1천만 원짜리 승용차 한대 굴리는 것이 1억 5천만 원짜리 25평 아파트관리비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현실에 담배 피는 횟수가 늘어가고 있다. 승용차 소유가 이처럼 엄청난 세금과 비용이 들어가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승용차에 대한 세금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길래 ?

자동차 한 대에 세금 12가지

우리나라는 승용차를 구입하는 자에게 자그만치 12가지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즉, 구입과 등록단계에서 특별소비세, 취득세, 등록세 등 5가지, 보유단계에서 자동차세 등 3가지, 운행(이용)단계에서 교통세와 최근에 새로이 제정된 주행세 등 4가지 총 12가지의 세금이 있다. 외국과 비교하여 보면 일본은 7가지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은 4가지 영국은 6가지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하여 이렇게 많은 종류의 세금을 부과해도 되는 것인지?

80년대 초 그 시절은 승용차를 몰고 교외를 달리는 것이 서민들의 막연한 동화 같은 꿈이었다. 따라서 그 시절의 승용차는 고소득을 자랑하는 부의 상징이요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승용차는 모두 사치품인가? 많은 직장인과 소상인이 승용차를 생활필수품으로 생각하고 있고 소형승용차가 더 이상 부의 상징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차량소유자가 재벌회장이든 박봉의 근로자이든 관계없이 1500cc 승용차를 구입한 후 3년간 납부한 세금을 계산해보면 차량가액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1999년)에서 발표한 내역을 보면은 차량판매가 기준으로 소형차(7백8십만 원, 1495cc)는 연간 20만9천 원, 중형차(천5십8만 원, 1796cc)는 연간 35만9천 원, 대형차(2497cc)는 연간 54만9천 원의 자동차세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시가 4억짜리 아파트의 재산세와 종토세의 연간납부액을 보면 24만6천 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금액은 소형차의 자동차세보다는 약간 더 부담하고 있으나 중형차(차량판매가 천5십8만원)의 자동차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납부하고 있다.

따라서 고급아파트 4억짜리 재산소유자와 중형차(천5십8만 원) 소유자와의 세부담면에서 형평성이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자동차세가 고급아파트의 재산세보다 많은 이유를 차량소유로 인한 도로훼손 및 공해, 교통혼잡발생유발부담금적인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변명할 수 있으나 그러한 목적으로 과세하는 것이라면 자동차 소유에 과세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이용에 대하여 과세함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이미 교통세와 주행세가 도입되어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것보다도 소형차 소유자가 더 화가 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은 소형중고차의 가액이 20만 원에 불과한데도 자동차세를 년간 20만9천 원을 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자동차세가 단순배기량만을 기준으로 부과할 뿐 차량가액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과세하는 과세편의적이고 불공정과세의 대표적인 내용이다.

또한 소형차량(780만 원,1495cc), 중형차량(1058만 원,1796cc), 대형차량(2650만 원,2497cc)이 1년간 납부하는 자동차세를 차량가액과 비교하여 보면 소형차(20만9천 원/7800만 원)는 2.7%, 중형차(35만9천 원/1058만 원)는 3.4%, 대형차(54만9천 원/2650만 원)는 2.1%로 되어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형차와 중형차가 대형차보다 자동차세를 많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이유의 이중과세, 면허세 폐지로 자동차세 개선

면허라 함은 면허 허가 기타 명칭여하에 불구하고 특정한 영업설비 또는 행위에 대하여 권리의 설정 또는 금지의 해제를 행정처분과 신고의 수리, 등록, 지정, 검사, 심사 등의 행정행위를 말하며 이러한 면허를 받은 자는 면허세를 납부하도록 규정되었다.(지방세법 제160조 161조) 또한 2년 이상 걸친 면허에 대하여 매년 자동 갱신된 것으로 보아 면허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법률에 의하여 등록이 의무사항으로 되어있고 자동차를 등록하면 등록세를 납부함으로서 이미 자동차 운행의 인가 및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로 사업의 인가 허가 등에 과세하는 면허세는 부과할 이론적 근거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등록 후 매년 등록이 갱신된 것으로 보아 면허세를 부과하는 것은 동일한 이유로 두 가지 세목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현행 지방세법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과세요건을 법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무차별 포괄위임의 규정이 많다는 것이다. 지방세법 164조를 보면 과세대상을 1종, 2종, 3종, 4종, 5종으로 구분하고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을 정함이 없이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동안 자동차소유자는 편향적이고 불공평하게 세금이 부과되어도 순종하는 어린양처럼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왔다. 그러나 언제까지 불공평한 자동차 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소형 승용자동차를 사치품적인 관점에서 생활관계의 보편재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과도하게 자동차에 세부담이 편중된 현실(국세22%, 지방세 19.7%)과 3년만 보유하면 자동차구입가격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장기적으로는 정부편의적 관점에서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는 자동차 관련세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세수의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세원의 발굴에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자동차 관련 세금의 종류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금의 종류가 12가지나 되어 외국(4종-7종)에 비하여 과다하기 때문에 축소함이 타당하다. 또한 등록세가 과세되고 있는 현실에서 면허세는 폐지되어야 한다.

셋째, 현행 자동차 관련세제는 자동차의 취득과 보유에 중과하는 형태로 세제가 구성되어 있으며 자동차 취득은 자동차의 배기량과 차량금액을 기준으로 사치성일 경우 중과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자동차 보유에 대한 과세는 재산과세의 형태로 전환하여야 하며 과세기준을 배기량과 차량가액을 동시에 고려하는 과세방식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렇게 개선되어야만 중고자동차 소유자의 과세불평등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자동차보유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갈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이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이 변경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로사용에 대한 부담금적 성질과 대기오염, 교통혼잡부담금적인 성격의 과세는 차량이용측면에서의 과세함이 타당하다. 즉 교통세나 주행세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구입과 보유단계의 세부담의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작업을 도외시한 채 주행세만 도입하는 것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넷째, 자동차 특별소비세 중 지프승용차의 경우 전시동원차량이라는 이유로 저율(10%)로 과세되고 있으나 현재는 지프승용차가 고가이며 레저용으로 주로 이용됨으로 특별소비세 과세를 현실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또한 LPG차량의 경우 LPG가스에 교통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으므로 과세형평상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안연환 조세개혁팀 실행위원,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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