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2월 2000-02-01   304

개혁왕국?

사회-감옥체험기

강원일 파업유도 특검의 ‘파업성 특검활동’ 때문에 영 빛 바래고만 특검제가 그나마 최병모 특검팀의 활약에 힘입어 체면유지는 겨우 하게 됐는데….

이 와중에 감옥소를 가게 된 이 나라 사직당국의 최고책임자 검찰총장.

역시 어김없이 불과 한 달 만에 단돈(?) 1천만원의 보석금으로 석방되었는데 출소하면서 뱉은 명언 “구치소가 이런 곳인 줄 몰랐다!”

교정행정과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검찰총장이 인권 사각지대인 감옥을 직접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권에 눈을 뜨시다니! 이를 서글퍼해야 하나, 화내야 하나, 웃고 말아야 하나….

더구나 “앞으로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니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을 위하라고 임명한 게 바로 검찰총장 아닌가?

그 자리에 계실 때 잘 하시지!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들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사족) 전직 검찰총장과 재벌 마나님의 이심전심. “(감옥 같이 사회의) 그늘진 곳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김태정씨와 이형자씨의 어록 중에서)

이래저래 우리 하나님은 엄하게 불려 다니시네요.

문화-거짓말

한동안 검열파동과 검찰의 내사라는 홍역을 치른 끝에 마침내 영화 「거짓말」이 개봉됐는데… .

정작 이제와서 검찰이 「거짓말」을 ‘음란물’로 판단, 필름을 압수하고 제작 관련자들을 기소한다고 하자… 이렇게 검찰이 갑자기 초강경 대처로 급선회한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정말 어리둥절. 우리가 두발 딛고 있는 여기가 과연 정보화와 디지털로 표상되는 21세기 새 밀레니엄시대인지, 혹 중세 수도원의 담벼락을 아직도 넘지 못했는지 정말 두 눈 비비고 다시 살펴봐야 할 판. 그런데 이 사태를 놓고 어김없이 많은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눈길을 끌고 있는 매우 이색적인 음모론 하나.

「거짓말」이 작품성도 없고, 예술성도 없고, 참신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포르노’는커녕 ‘야’하지도 않고, 만들고 보니 소설보다도 못한 영화가 돼버렸고 이러다 보니 흥행에 성공할 자신도 없고… 하니까 선택한 히든카드가 바로 현대판 ‘서동요’식 홍보전략이라는 것. 야설을 기대하는 대중심리를 교묘하게 이용, 야하다 야하다 하면서 순전히 ‘썰’로만 공연물 심의위원들의 심기를 자극하고 관객들을 야릇하게 흥분시키고, 이리되면 청소년 보호위원회나 순결서약운동본부 같은 데선 방방 뜰거구, 검찰은 당연 내사에 착수하게 되고 신문은 대서특필하고 요렇게만 된다면 “우하하하하, 뜬다, 떳다, 성공이다!” 여기에 감독이 구속되거나 기소되기까지 한다? 금상첨화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이 시나리오가 성공하려면 우선 등급외 판정으로 극장상영이 불가능하게 할 것. 둘째 반드시 검찰의 수사를 유도해낼 것. 셋째 영화가 공개되면 관객들의 실망으로 이 영화 밑천이 드러나고 그 거품이 빠질 테니 빨리 재차 극장상영 불가 결정을 이끌어낼 것. 이 시나리오, 이름하여 검찰의 ‘거짓말 흥행유도공장’이라는 것!

으~ 역시, 검찰과 업자가 공모하여 관객들의 쌈지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것인데… .

정치-‘개혁 왕국’

옛날 어떤 왕이 있었다.

자신이 유사 이래 최고의 개혁 왕이라 여겼다. 그리고 스스로 ‘인권왕’을 자처하였다.

그런 왕에게 가장 큰 불만이 있었으니… .

도대체 백성들이 이런 자신의 치적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신하들까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하루는 신하A에게 넌지시 물었다.

“경은 짐이 진실로 개혁적인 왕, 인권 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이 신하, 순간 당황하였으나 에라, 모르겠다!

“황공하오나 그리 생각하옵나이다!”

순간 충격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나 체통을 생각 안 할 수 없는 일. 애써 표정관리하며 옆의 다른 신하B에게 또 물었다. “경도 그리 생각하는가?”

신하B 왈 “자고로 선왕에게는 충신이, 악왕에게는 간신배가 들끓는다 하였는데, 과연 저리 사실대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충신이 폐하 곁에 있으니 폐하야말로 선왕 중 선왕이십니다.” 아리송해!♪

경제-재벌회장과 언론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현대의 정세영 회장이 잇따라 초기폐암 진단으로 미국 유명병원에서 입원 가료 중이라고, 그런데 이를 보도한 언론들은 “(당국의 재벌 압박정책과 격무 때문에) 최고경영인들이 받고 있는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가 이들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는데… . 서울역 지하도 광장에서 라면가락 입에 물고 이 뉴스를 보던 노숙자들, 정말 가슴 아파하며 “에구 쯧쯧! 가여워라, 재벌회장들.” 이 뉴스 하나로 재벌회장이 졸지에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존재로 둔갑하고, “얼마나 과로에 시달렸으면 저런 몹쓸 병에…” 동정여론이 마구 일어나는데… . 이런 뉴스의 그늘에 가려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쓰러져간 노동자들의 폐암은? 간경화는? 뇌졸증은? 진폐증은? 자살은?

김형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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