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2월 2000-02-01   1165

시장님, 판공비는 용돈이 아닙니다

‘판공비, 그건 용돈이 아닙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판공비 공개운동이 전국 각 자치단체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시민단체들이 나라 곳간을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납세자 감시운동의 시작이다. 이들은 곧 전국적인 연대틀로 묶일 움직임이다.

“따르릉- 따르릉-.”

엊그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참여연대와 환경연합이 운영한다는 철학 마당 느티나무 전호번호를 알 수 있습니까?”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식사를 하면 식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알고 싶다”며 찾아오겠다는 말까지 했다.

참여연대는 얼마전 정보공개 요구를 통해 서울시장의 판공비를 들춰본 뒤 시청 구내식당을 이용한 경우는 지난해 1월의 4회뿐이었고 대부분을 호텔, 일식집 등 외부 음식점을 이용하여 1회 음식값이 1백만원이 넘는 경우가 빈번함을 지적했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동문서답격 응답이다. 서울시의 의도가 무엇이든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재정에 도움은 될 것이다.

혈세를 주머니돈인 양 ‘펑펑‘

‘내가 낸 돈이 잘 쓰이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바람은 ‘내가 뽑은 사람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라든가 ‘나의 억울한 일에 대해 국가가 공정하게 판결하였는지 알고 싶다’는 바람만큼 근원적이고 단순하다. 국가의 예산을 감시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은 자료를 요구하고,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작업을 ‘정보공개사업단’과 ‘조세개혁팀’이 맡아왔다. 2월 총회 이후로는 내적 역량을 더욱 보강하여 ‘납세자 운동본부’로 큰 틀을 꾸리게 된다. 그 중 정보공개사업단은 정부 기관마다 듬뿍 배당되는 ‘판공비’에 대한 공개운동을 벌여 혈세를 용돈이나 주머니돈인 양 방만하게 써오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판공비란 사전적으로 ‘공무처리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급여와는 별개로 공적인 용도로 쓰라고 지급되는 돈으로 몇 년 전부터는 ‘업무추진비’라고 불린다. 이와 성격이 비슷한 돈으로 ‘기밀비’라는 주로 공기업체 기관장들에게 지급되던 돈이 있었으나 이는 올해부터 폐지된다. 정보공개사업단은 현재 서울시에 대한 소송을 진행중이고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판공비는 이달 중으로 열람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분명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궁금해 할 것이다. 역시 전국적으로 판공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각 지역 25개 시민단체가 크고 작은 시·도에서 활발하게 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파악되지 못한 단체들을 고려하면 30여 개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광역시와 예산·당진·경산시 등에서 성과가 두드러지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개 내지 비공개 형식으로 판공비 사용내역을 열람한 상태이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예산감시의 다양한 부문중 판공비를 타깃으로 하는 이유는 고질적 관행으로 인한 낭비의 소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경우 1억7천6백40만원에 달하는 기관운영 업무추진비와 기관운영 특수 활동비가 책정되어 있음에도 98년 8월 서울시장의 판공비에서 1천만원이 부시장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되었다. 그밖에 비서실 직원들에게 불분명한 명목으로 매월 2백50만원씩 9회에 걸쳐 지급되는 등 IMF 구조조정 한파에 온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시기에도 고위 공무원들은 동참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전면 공개한 경산시의 경우도 전체 판공비의 지출내역 중 40.3%가 영수증이 없었으며 특수 활동비는 82.2%가 영수증 없이 지출되었고 지출내역도 구체적이지 못하였다.

납세자 알 권리 막혀

게다가 납세자가 당연한 알 권리를 행사하려 해도 내역을 전면 열람할 수 있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각 기초단체장들은 인천지역 구청장들의 판공비에 대한 시민단체의 행정정보공개 청구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난 뒤 공개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결의하였으며, 이에 정보공개사업단은 2월 11∼12일 전국 워크숍을 개최하여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판공비 공개운동을 조직적으로 연대하고 상호 협력 네트워크룰 발족하기 위한 준비 모임을 갖기로 하였다. 납세자의 알권리신장과 행정감시라는 국민주권 회복의 밑거름을 더욱 기름지게 할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전국적 단위의 동시 행동이 결의될 것이며 예산부정방지 특별법 제정과 정보공개법 개정 등을 위한 입법활동을 벌이게 될 것이다. 또한 깨어있는 시민,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큰 걸음을 내딛는 촉발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경미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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