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2월 2000-02-01   545

NGO지면, 알맹이가 없다

언제부턴가 신문과 방송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NGO관련 보도. 이러한 NGO 보도를 접하게 되는 일반시민뿐 아니라 소스(취재원)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96년 한겨레신문에 ‘엔지오면’이 생기면서 유행처럼 번진 일간지들의 NGO면 발행을 중심으로 NGO관련 언론보도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엔지오, 제5의 힘 시민운동, 시민세상 NGO, 시민광장 NGO’

현재 정기적으로 NGO면을 내고 있는 한겨레신문∙동아일보∙중앙일보∙문화일보 등이 달고 있는 면의 제목들이다. 이전까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개진이나 사업∙행사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것은 소수였다. 지금도 그리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언론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신문의 경우 NGO에 면이 하나 할당되고 담당기자가 있을 만큼 NGO는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NGO 보도에 대해 당사자들인 시민사회단체의 운동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과연 언론에서 NGO를 ‘제5의 힘’으로 부르고 있는 만큼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고 여기겠는가.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연)에서 지난해 8월에 진행한 ‘시민사회단체 운동가 100인 대상 설문조사’의 결과를 참고해 보면 시민사회단체의 운동가들은 각 언론사들의 NGO면에 대해 문제의식이 피상적이고 기사대상이 몇몇 단체들로 편향되어 있으며, 비전문적일 뿐 아니라 NGO 활동을 쟁점화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 가지씩 살펴보면, 먼저 NGO면에 나오는 대부분의 기사들이 NGO의 활동이나 사업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확한 취재를 통해 나오기보다는 ‘수박 겉핥기’식 기사와 단체의 유력인사 인터뷰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마나도 뒤에 나오지만, 몇몇 영향력 있는 단체들로 기사가 편중되다 보니 이전까지 언론으로부터의 소외현상보다 더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오고 있다.

시민운동에 대한 깊은 관심 아쉬워

NGO면의 기사가 이렇게 피상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언론사의 뿌리깊은 취재관행에서 나온다. 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탐사취재하기 보다는 주로 출입처에 쌓여있는 팩스(보도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언론의 현실은 NGO를 담당하는 기자들 또한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언개연에서 주최한 ‘현업 언론인과 NGO 관계자 워크숍(이하 ‘NGO 워크숍’)’에 참가한 한 신문사 NGO 담당기자는 “실제로 마감시간에 쫓기다 보면 직접 취재보다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게 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지적된 것은 기사대상의 편향성 문제이다. 이러한 경향은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주로 유력 단체와 주요 인물에 언론보도가 치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개연에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니터기간이 8∙15 광복절이라는 특수성이 적용되어 통일관련 단체들의 활동에 대한 보도가 절대적으로 비중이 크지만 주목할 점은 이들을 제외한 참여연대∙경실련∙YMCA 등이 그 다음으로 보도 빈도수가 높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NGO 보도가 이들 단체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특정사건이나 이슈와 관련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멘트따기도 NGO 보도에 있어 하나의 유형처럼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위의 ‘NGO 워크숍’에 참가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취재한 적도 없는데 제가 의견을 낸 것으로 기사가 나간 적도 있다”고 밝히며, NGO 보도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결국 언론의 NGO 보도는 흥미 위주로 다룰 수 있는 NGO들만 계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 노동∙인권∙통일∙학생∙여성 등 다양한 부문의 NGO는 물론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재야단체들은 시기성과 맞물리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여전히 언론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분과는 ‘기본이 없는 NGO관련 보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통일운동∙언론운동 등 민감한 주제를 피하고 환경 등 체제 내에서 진행되는 운동에 많은 지면을 할애, 체제 내적인 운동으로 한정지으려는 의도를 내비쳤다”라고 밝히고 있다.

세 번째는 NGO 보도의 비전문성에 대한 부분으로 언개연 ‘NGO 워크숍’에 참가한 NGO 담당기자 중 한 기자는 “전문기자 체제가 아니고 언제 부서가 이동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기는 어렵다”라며 현실을 지적했다. 기자들 스스로도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만큼 신문사의 구조 자체가 전문기자를 양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NGO 보도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NGO 보도의 비전문성은 기사내용의 피상성이나 NGO 활동에 대한 쟁점화 부족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기사의 내용이 시사적 현안과 관련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논평이나 성명 등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루고는 그만이다. 그런 속에서 NGO의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쟁점화 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언론과 NGO는 ‘생산적 긴장 관계’

위에서 살펴본 NGO 보도들의 문제점은 시민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처럼 시민들의 눈과 귀에만 친숙한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보도에서 언론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단순 보도와 언론사 중심의 기사내용에 끼워맞추는 식이 아니라 시민사회운동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보도될 수 있도록 방향의 선회가 필요하다. 어느 시기까지 NGO면이 운영될지는 모르지만(언론사의 판단에 따라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 다양한 의견반영을 통해 현재의 NGO면을 좀더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재원인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자들에게 시민사회단체의 취재원들이 불친절(?)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확하고 공정한 언론보도의 중요성에 대해 시민단체의 관계자들도 공감한다면 기자들을 대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조금 나아질 것이다. 또한 단체마다의 정체성 확립과 대중적인 운동방식 및 활동으로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언론∙홍보 분야에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인권 하루소식』이나 『일일 문화정책동향』과 같이 시민사회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도 신속성과 내용성을 더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에의 접근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이 우리 사회의 제4부라면 시민사회단체는 제5부로 불릴 만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성장해가고 있다. 여기서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언개연 ‘NGO 워크숍’에 참가했던 70여명의 NGO 담당기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홍보 및 언론 담당자들은 제대로 된 NGO 보도를 위해서는 NGO와 언론이 상호비판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는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에 한 참가자는 언론과 NGO의 관계를 ‘생산적 긴장관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보영 언론개혁시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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