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10월 2000-10-01   827

툭하면 끊기는 인터넷, 매운 맛 보여주마!

"이보다 더 빠를 수 없다"고 광고하던 초고속 통신망 사업자들. 그들의 과장 · 허위광고가 시민의 눈에 포착됐다. 220만 인터넷 인구 중 1%만 참여한다 해도 2만 2,000명이 벌이게 될 집단 공익소송. 국내 최초 최다 원고모집으로 대기업 횡포에 맞선 개미군단의 투쟁이 시작됐다.

네티즌 권리찾기 시민운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참여연대 시민권리국은 9월 하순 인터넷 홈페이지(www.netizenright.org)를 개설해 그 동안 네트상에서 문제로 제기됐던 네티즌권리찾기에 나서기로 했다. 초고속통신망에 대한 시장점유율이 높은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드림라인, 두루넷 등 4개 회사가 작년부터 소비자를 대상으로 펼쳐온 허위·과장광고 등을 문제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절차를 밟은 후 약관심사청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뿐 아니라 그 동안 4개 회사의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해온 이용자들을 모아 이용속도 저하, 서비스 설치지연 및 부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함께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와 같은 초고속통신망 이용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그 동안 네트 상에서는 활발한 활동이 펼쳐졌다. 안티두루넷, 안티코넷 등 이용자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같은 불만을 느끼던 이용자들이 대거 참여해 피해사례를 폭로하고 대처방안을 강구했던 것. 따라서 참여연대가 네티즌들과 함께 초고속통신망 관련 손해배상소송운동을 벌이는 것은 그 동안 온라인 상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피해구제 차원을 넘어 ‘오프라인-온라인’을 연결하는 공익소송을 본격적으로 펼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가입자 수 느는 만큼 속도 느려지는 ADSL

“나 오늘 한국통신 ADSL 해지합니다!”

도발적 감각을 살려 붉은 바탕에 노란 헤드라인체로 코넷에 경고장을 날린 안티코넷. 초기화면에 “저질 서비스 한국통신은 서비스를 개선하라!”는 말머리를 달고, 코넷이 갖고 있는 기술적 한계, 서비스 마인드 부족 등 각종 문제점을 신랄하게 제기하고 나선다.

“뉴스에서 ADSL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의 불만사항을 보도했는데요. 하나로 통신사 담으로 한통사가 나왔슴다. 전화 얘기 도중… 한통 관계자가 ADSL을 고속도로와 비교했습니다. ‘2차선 도로에서 추석 때 차들이 몰려 막히는 건 당연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럼 8MB는 왜 광고했죠?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엄청 느려지는 ADSL! 12차선으로라도 늘려 한통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limsknet)

“두루넷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싶습니다. 어제 저녁 11시 두루박스를 사용하려 했는데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업무상 중요한 메일이라 꼭 처리해야 하는데 오늘 아침 9시가 넘은 현재까지 메일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 신고를 어제 저녁 했는데도 답변이 없습니다. 두루넷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shuyi)

이런 네티즌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현재 인터넷 상에 6개의 안티 사이트가 운영중이다. 이용자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 보여주듯 실제 한국통신 등 4개 회사 모두 약관에 불공정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황승화 변호사는 공정위에 제출하는 신고서에 한통 ADSL이 지닌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통신은 초고속 통신사업부문 관련 ADSL-Premium 통신속도를 최대하향속도 8Mbps, ADSL-Lite 통신속도를 최대하향속도 1.5Mbps로 명시해 광고했으나 정통부의 인터넷망 품질수준 측정결과 ADSL-Premium의 평균속도는 2.7Mbps∼5.26Mbps, 최고속도는 6.25Mbps에 불과했으며, 최저속도는 0.28Mbps에 이르는 등 광고내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 1호에 해당하는 허위·과장의 표시·광고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두루넷 약관 제44조 손해배상의 범위 제2호를 참조하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 이용자가 그 사실을 회사에 통보해 확인한 때부터 4시간 이상 계속된 서비스 중지시간에 대해 … 배상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200만 인터넷인구 시대에 4시간 동안이나 정보를 획득할 수 없는 서비스 장애는 사실상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소비자 피해이고, 이미 두루넷이 제공하는 전용회선 서비스의 경우, 최저장애시간을 2시간으로 축소하도록 시정조치한 걸 보더라도 4시간 규정은 사실상 고객에게 부당한 조건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측 주장이다.

포성 터트린 개미군단의 투쟁

이에 대한 두루넷의 입장은 이렇다. 두루넷 홍보팀 송보영 씨는 “정부가 정하는 가이드라인이 4시간이고, 타업체들도 같은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문제될 바 아니”라고 말하고, “지역별 시간대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규정속도에 대해 말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회사측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초고속통신망 이용 피해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기업측은 피해보상은커녕 수수방관하기 일쑤. 따라서 참여연대는 기업측이 일정한 개선책과 피해보상을 할 때까지 네티즌과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연 담당간사의 말을 들어보자.

“초고속통신망 광고는 실제 서비스 내용과 달리 과장된 측면이 있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적확한 정보 없이 광고만을 믿고 가입하게 했던 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특히 막연한 피해자를 양산하기 쉬운 방법인 허위광고로 사실상 많은 가입자들을 모았지만, 그들에게 적절한 서비스 혜택을 주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따라서 시민들을 모아 집단으로 공익소송을 벌여나갈 계획입니다.”

220만 인터넷 인구. 그 중 1%만 소송에 참가해도 2만2,000명의 원고를 모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한국사회 사상 최대의 원고인단이 참여하는 집단적 공익소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참여연대는 초기부터 개미군단을 모아 거대한 기업의 횡포에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같은 집단 공익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통신 설비비 반환운동을 비롯해 용인시의 무계획적인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용인주민 55명의 집단소송, 주택할부금융사들의 일방적 이율인상에 맞선 수원 율전동 삼성아파트 주민들, 김포공항 소음피해 집단소송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가 다변화되고, 기업의 이윤추구가 광폭해지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때로는 극심한 수준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기업논리가 소비자 중심의 논리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소비자·환경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과 무차별적인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실정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에서 “최근 기업·정부에 맞서 다수 시민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논지의 ‘집단소송법’ 제정이 시급히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소비자소송, 환경소송, 의료소송, 소액주주와 대기업간 갈등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최대 권력자에 맞선 다수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날로 흉포화되는 기업지배의 사회. 힘없는 다수가 흩어져 있는 것보다 힘을 모아 싸우면 거대기업도 별수없이 무너지게 마련. 소액주주가 일군 기업경영의 혁신처럼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으로 흩어진 다수의 권리를 찾고, 힘없는 이들의 권익을 옹호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야말로 OECD 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제도일 것이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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