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9월 2000-09-01   904

전 국민이 연구하지 말라면 안할 겁니다

인간배아복제 실험 성공한 황우석 교수

한재각 : 시민사회단체들은 교수님의 인간배아 복제연구가 여러 모로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우석 : 오해가 있습니다. 제가 한 연구는 인간 개체를 복제하려는 것도 아니며,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에 손을 대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연구에는 저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귀를 만지면서) 이렇게 하기만 해도 수없이 떨어지는 체세포를 이용해 불치병 치료를 위한 ‘간세포’를 만들어 환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한재각 :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수정란이 아닌, ‘복제 수정란’을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윤리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복제 수정란’도 인간 자궁에 착상시키면 아기가 되지 않습니까? 전통적으로 수정란에 손을 대는 것이 윤리적으로 금지되듯, 이 또한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황우석 : 그것은 관점의 차이입니다. 인간복제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그 중 일부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이런 치료법이 개발되면 혜택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 언론보도 이후 하루에 수백 통의 전자우편이 오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내용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연구를 계속하라는 편지입니다.

한재각 : 저희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연구의 가능성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년 합의회의에서 시민패널들이 인간복제 연구가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듯이 사회 여러 계층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황우석 : 전국민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이 연구 하지 마라” 하면 저도 안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사회적 합의가 도대체 언제 만들어지는 것이죠? 지난 1997년에 관련 규제법 제정에 대한 발언이 국회에서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성과가 없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전세계의 발전 속도는 엄청납니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연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일 아닙니까? 만일 정확하게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만들겠다고 보장하면, 그 전까지 전 자발적으로 연구를 일시 중단할 의사도 있습니다.

한재각 : 황 교수님께서 먼저 1년쯤 자발적으로 연구를 일시중지하면서, 정부·시민사회단체·과학계 공동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황우석 :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이 분야가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아무 보장 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정부나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에 실패하면서 계속 시간만 가고 있죠. 바로 이런 일에 시민단체가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재각 : 저희도 이번 정기국회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입법 청원할 계획입니다. 흥분까지 하면서 말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재각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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