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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창간호 05월
  • 1995.05.01
  • 353
박수와 야유만으론 안된다
메스꺼운 최류가스가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이 박수 속에 또다른 권위주의가 나타났을 때도 우리는 개혁이거니 하면서 박수를 보태기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인고와 희생의 과실을 우쭐대는 권력과 금력의 품안으로 몰아넣으며 정작 많은 사람들의 인고와 희생을 희화화하기 시작했을 때 야유로 밖에 대응할 수 없는 무력감을 짜증스럽게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박수는 겉잡을 수없이 물을 흘려보내지만 야유로써 그것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권이 동등하게 존중되는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한 과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이 과제를 수행하는 관건은 “관객이 아닌 주체로 우리자신을 묶어세우는” 참여운동이라는 데에 공감하기에 이르렀다. 박수와 야유는 오직 관객의 몫일 뿐이고 참여는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왜 참여인가?

실질적 민주화를 향한 자아실현의 과정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박수를 아끼고 야유의 가벼움을 거두며 사회적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한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왜 참여인가?” 라는 소박하고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 또한 소박하고 근원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원리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것이 자치이고, 이것은 참여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가까이는, 분위기만 들떠있을 뿐 실질적인 민주화의 진전이 지체될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마저도 무시하면서 사회구성원 대다수를 구경꾼으로 묶어두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우리를 참여운동에 나서게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함께 벌이고 있는 참여운동은 결코 현실의 반사물만은 아니다. 추상수준만으로도 족했던 민주화운동이 이후의 과도한 분화와 일시적 무력감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자기수렴한 성과가 바로 참여운동이다. 비단 운동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의사결정에의 참여는 그 자체가 현대사회에서 소중한 미덕이다. 그것은 대다수 사회구성원의 소외문제를 해결하고 각자의 사회적 자각과 공공의 정신을 함양하는 가장 유용한 방안일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의 소수에의 집중으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극복하여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초석이다. 그러기에 참여는 결코 개인적인 차원의 특권이 아니라 사회적인 수준에서 요구되는 과제이며, 따라서 이는 곧 우리사회 현실운동의 과제이다.

참여운동은 결국 실질적 민주화를 지향하면서 그 과정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튼튼하고도 건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곧 광범한 사회구성원의 자아실현의 과정이며 적극적 자유실현의 과정이다. 산업화로 개별화된 사회 속에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자아실현의 노력은 현실에의 매몰로 귀결되기가 십상이다. 오로지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참여운동만이 적극적 자아실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을 할 것인가?

권력과 금력에 대한 감시에서 새로운 사회틀의 형성까지


우리의 참여는 몇 년에 한번씩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미 짜여진 홍보성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동원되는 수준의 것은 더욱 거리가 멀다. 선거와 자원봉사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실질적 민주화와 자아실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이미 누차에 걸쳐 가르쳐 준바이다. 참여는 일상적인 것이어야 하고 또 주체적이어야 한다.

참여운동의 영역과 과제는 실로 방대하다. 중앙 혹은 지방 정치 차원에서의 정책 결정에의 실질적 참여, 기업차원에서의 경영참여, 소비자 주권의 실현,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정보, 입법, 사법, 환경, 심지어는 반사회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자신을 관객이 아닌 주인으로 끌어올리는 과제가 중층적으로 실려있다. 이모든 영역에서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의 참여를 실질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우리 운동의 과제이다.

참여운동이 현실운동인 이상 그것은 결국 가치와 힘이 결부된 지형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할 때 우리의 현실이 던져주는 제1차적 과제는 힘의 행사에 대한 철저한 감시이며, 그 큰 손으로서의 권력과 금력에 대한 조직적 감시로부터 우리의 운동이 시작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참여의 가치를 확산하고 힘을 결집함으로써 권력과 금력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이고도 치밀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밀실행정과 정상배적 정책결정, 통치권자의 법치 아닌 인치,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불공정 거래, 사회적 약자의 차별, 사회적 성과의 사유물화 등 권력과 금력의 비민주적 행사를 감시하고 저지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지만 중요한 과제이다.

참여운동의 적극적이고도 궁극적인 과제는 ‘배제’의 원리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사회를 ‘참여’의 철칙이 관철되는 새로운 사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규모나 영향의 대소를 막론하고 사회적 의사 결정에 반드시 직간접적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사반영이 제도적으로 반영되는 사회틀을 짜고 실현하는 것이다. 이에 이르는 과정에는 참여가 필수적이고 이의 확보를 위한 운동이 곧 참여운동이다. 결국, 참여는 우리가 함께하는 운동의 목표임과 동시에 과정이다. 우리사회의 모든 영역과 수준에서 참여가 지도원리가 되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목표와 과정 속에서, 그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땀흘려 고안하는 것도 참여운동의 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다선적 연대의 저인망으로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추진


참여운동은 연대운동이다. 연대없는 참여운동은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치도 전도되기 쉽다. 연대가 결여되면 결과적으로는 배제의 원리가 작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참여를 위한 연대는 다선적이고 중층적으로 이루어진 저인망이어야 한다. 이 튼튼한 연대의 저인망으로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훑어 밑으로부터 개혁을 추진하는 접근이 우리가 함께해야 할 참여운동이다. 모든 부문과 지역 및 영역, 그리고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시민이 연대하여, 권력과 금력의 부당한 행사를 고발하고 저지하는 한편 모든 영역과 수준에서의 사회적 의사결정에의 광범한 참여를 배제하는 제도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참여제도를 정착시키는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실질적 민주화를 전진시키는 방식으로 우리의 참여운동은 꾸준히 전개되어 나아가야만 한다.

박수와 야유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구성원 다수의 함께하는 참여운동에의 참여와 연대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김대환(참여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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