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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1998년 11월
  • 1998.11.01
  • 1002
돈 있는 만큼 공부 잘한다?
정부는 올바른 교육제도를 구축하고 그것의 바른 운영을 통하여 각 개별 가계의 교육비 지출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어느 누구도 차별 대우를 받지 않도록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이런 정부의 기능에 대해, “모든 영역에 있어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 현교육 제도는 헌법 전문에 명시된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있는가? 현행 제도는 초등학교 교육만을 균등하게 배분하고, 그 이상은 부모의 경제력으로 획득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기회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상품화 현상이 보편화 되어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비는 20조 원이 넘어 공교육비를 능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벌 위주의 한국사회 풍토에서 교육은 거의 유일한 열린 계층이동 통로인데, 사교육비 지출의 계층간 격차는 바로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뜻한다. IMF체제 이후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여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지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의 생계불안이 심화되고, 사교육은 커녕 공교육조차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교육비 지출의 계층간 격차가 커져가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교육기회의 균등 차원에서 시급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1982년부터 1996년 동안의 사부담 공교육비를 포함한 사교육비의 계층간 격차 변화 추이와 1997년 상반기와 1998년 상반기의 10분위 계층별 과외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사교육비 과소비는 상류층이 주도

1996년 불변가격으로 환산한 1982년부터 1996년 동안의 한국 도시근로자 학부모 가계의 월평균 소비는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2.8배 늘어난 데 비하여 사교육비는 3.4배 늘었다. 소비를 기준으로 분류한 4분위 계층별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계층에서 모두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과외금지 조치가 해제되었던 88년 이후에 크게 증가하였다. 계층별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그동안 상위 계층은 15만 1,870원에서 49만 1,673원, 중상위계층은 64,110원에서 21만 5,208원, 중하위계층은 44,392원에서 14만 4,168원, 하위계층은 19,650원에서 90,456원으로 증가하였다. 타계층에 비하여 상위계층의 증가현상이 두드러져 사교육비 과소비는 상위계층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향후 가계 사교육비 지출은 더욱 규모가 커지고 계층간 교육기회의 격차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도시학부모 가계의 1998년 상반기의 과외비는 87,091원으로 1997년 상반기의 73,357원보다 15.77% 줄어들어 152만 9,703원에서 136만 1,369원으로 11.0% 줄어든 소비보다 더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98년 소비를 기준으로 분류한 10분위 계층별 과외비는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전계층에서 모두 줄어들었으며 특히 3/10분위 계층의 평균 과외비는 0원으로 감소하여 저소득 계층의 빈곤화가 심화되어 사교육투자의 여력이 전혀 없는 계층이 하위 1/3선까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감소율은 1/10분위와 2/10분위에서는 두 해 모두 0원으로 감소율을 따질 수조차 없으며 3/10분위는 100%, 4/10분위는 46.4%, 5/5분위 28.7% … 10/10분위 10.8%로 계층이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과외비의 소비에 대한 비율은 9/10분위까지 모든 계층에서 줄어들었으나 10/10분위 계층만 0.38% 늘어났으며 97년에서 98년의 과외비 소비에 대한 비율의 감소 정도는 7/10분위까지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으나 8/10분위부터 줄어들어 98년의 계층간 사교육 투자의 격차가 심화현상을 나타내주고 있다.

사교육비는 과외완화 조치가 있었던 다음 해인 89년을 기준으로 급격히 늘었고, 과열과외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실시된 93년에 오히려 모든 계층에서 증가하였으며 특히 상류계층의 증가폭은 나머지 다른 계층들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추세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요란하게 시행하고 있는 현정부 출범 이후에 더욱 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교육정책의 실패는 지난 70∼80년대의 부동산 투자에서 정보와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이득을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90년대의 교육투자 또한 재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유리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 된다. 교육의 중요 기능은 어느 사회 어느 시기에나 발생하는 사회적 위화감과 사회적 불균형 문제를 교육과 교육제도를 통하여 해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교육이 제기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러한 사회문제를 증폭시키는 주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와 같은 미온적 대책들이 모두 효과가 없었음을 인식하고 혁명적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다른 품목 소비의 빈곤층 소외는 어느 정도 용납될 수 있더라도 교육만은 돈과 시장법칙에 지배당하지 않는 영역이 되어야 할 것이며, 빈곤층이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인하여 교육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공산주의 사회뿐만 아니라 고도의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구의 선진국에서도 교육은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훈련된 노동력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또한 외부효과도 크기 때문에 시장분배로부터 분리되어 공공재로 취급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현재의 교육적 상황이 갖는 심각한 계층간의 교육기회 불평등의 문제점과 한국 사회의 교육기회 불평등 구조와 교육 과소비를 정부 주도 하에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돈과 시장법칙에 지배당하고 있는 교육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국가가 교육에 대해 책임을 지면 개인의 욕구충족 및 복지증진뿐만 아니라, 사회비용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사회의 유대의 끈은 위협받게 된다.

교육, 돈과 시장주의가 지배하면 안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다른 품목 소비에서 빈곤층의 소외는 어느 정도 용납될 수 있더라도 교육만은 돈과 시장법칙에 지배당하지 않는 영역이 되어야만 할 것이며, 빈곤층이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인하여 교육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공산주의 사회뿐만 아니라 고도의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구의 선진국에서도 교육은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훈련된 노동력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또한 외부효과도 크기 때문에 시장분배로부터 분리되어 공공재로 취급되고 있다. 초·중등교육의 경우 공교육비의 공부담 비율의 OECD 국가평균은 94.9%인 반면 한국은 78.9%이다. 고등교육의 경우 OECD 국가평균이 84.6%인데 비해 한국은 21.4%에 불과하다. 정책당국은 이제까지와 같은 과외정책과 대학입시 정책을 바꾸어 나가는 선에서 접근된 미온적인 대책들이 모두 효과가 없었음을 인식하고 돈과 시장법칙에 지배당하고 있는 교육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안는 혁명적 개혁을 단행하여야 할 것이다. 20조 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세금으로 걷어서 공교육비로 할당하여 실제 교육현장을 개혁한다면 공교육의 내용과 질을 불신하는 데서 유발된 경쟁을 지양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보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을 완화해 주고 불평등의 고착화로 인해 치러야 하는 엄청난 사회비용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욕구충족 및 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사회비용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교육개혁을 통한 균등한 교육기회 분배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의 도입이 시급히 필요하다.
류정순 상명대학교 소비자 주거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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