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1월 1998-11-01   1503

대학가에 부는 NGO열풍

시민운동학과를 아시나요

경희대학교는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NGO전문과정을 교내에 개설하려 준비중이었다.

99년 개원을 목표로 지난 해부터 꾸준히 준비해온 이 전문과정은 경영대학원 내에 개설될 예정이었다. 경희대에서 설정한 NGO전문과정의 교과목은 이렇다. 「한국사회의 미래」, 「한국사회개혁론」, 「NGO경영의 이론과 실제」, 「한국의 환경운동사례연구」, 「여성운동론」, 「시민운동론」 등. 경희대 측이 생각한 이 과정의 강사진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김성훈(농림부 장관), 유종근(전북지사), 이부영(국회의원), 서경석(한국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유재현(세민재단 대표), 신혜수(한국여성의 전화 연합회장), 정수복(크리스챤아카데미 기획연구실장) 등. 이 대학원의 강사진으로 참여하는 면면을 살피면 대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이거나 비정부기구에서 활동중인 NGO지도자들이다. 특히 비정부기구의 대표들이 강의를 맡은 것은 아무래도 이번 NGO 전문과정이 이론보다는 현장실무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경희대 측이 주장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NGO대학원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조건은 NGO정책담당자, NGO전문 연구자 및 연구 희망자이거나 시민단체에서 활동중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전형일자까지 공고되고 내년 봄 신학기에 맞춰 문을 열 예정이던 경희대 NGO대학원은 갑자기 꼬리를 감추게 됐다. NGO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할 경우 학칙에 따라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명시까지 되었던 상태에서 학과개설조차 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 활동가 양성위한 교육기관 시급

경희대 NGO대학원 개원 준비를 담당하고 있던 김형제 경영대학원 주임교수의 변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NGO에 대한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같습니다. 물론 저희 대학에서 열심히 홍보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신청자가 극소수(3명)인 대학원을 시작할 수 없죠. 그래서 다음 기회로 미룬 것입니다. 시민단체와 긴밀히 연계해 이 전문과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밖에 NGO 활동가들의 재정적 부담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봅니다."

또 그는 아주 구체적으로 NGO대학원 설립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을 지적했다. “애초 저희는 일반학생들보다 NGO활동가들이 많이 올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기대에 못미쳤죠. 또 넉넉하지 못한 예산 때문에 대학원 개설 사실을 일간지에 한번 광고한 게 홍보의 전부였습니다."

김 교수의 이런 지적과 달리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좀 다른 시각에서 경희대 NGO대학원의 불발이유를 설명한다. 환경운동연합 홍혜란 조직부장은 “이 대학원의 강사진들은 시민단체 활동가라면 한두 번 정도는 강의를 들어봤음직한 분들이라,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그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활동가들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적인 NGO 강의를 들을 수 있게 교과개편이 좀더 새롭게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불발에 그치기는 했지만 국내에 NGO대학원이 설립되려 했다는 사실만도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은 “한 사회의 모순과 부정, 부패를 견제하는 균형의 원리로서 NGO의 확대 강화는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입니다. 특히 대학 강좌를 통해 전문적인 활동가를 키워내고 육성하는 일에 대한 중요함을 견줄 때 대학 내에 NGO 전문과정이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며 중단된 NGO대학원의 설립을 아쉬워했다.

환경련 홍혜란 조직부장도 “지금은 사회적으로 NG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체계적으로 NGO를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민운동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라면 누구나 학습의 갈증을 느꼈을 것입니다"라며 NGO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했다.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 김영홍 간사 또한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정이 정규적 대학교육 속에 제공됨으로써 시민사회 내의 합리적 의사소통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회대의 또 다른 실험, NGO학과

사실상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NGO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특히 NGO대학원이라는 전문과정을 통해 수박겉핥기 식이 아닌 내용적으로 깊이있는 교육을 통해 NGO의 실제를 익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희대 NGO대학원의 불발을 아쉬워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대학에서 NGO대학원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성공회대학교가 준비하는 시민사회복지대학원 내 시민사회단체학과(약칭 NGO학과)가 그것. 시민사회지도자 재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이 대학원은 현재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원들과 간사들의 재교육 기회는 물론 시민사회운동을 하는데 실제 이론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교육하는 것을 교육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계획중인 교과내용은 이렇다. 인권, 평화, 환경(「이론과 환경운동」), 여성(「해방이론과 여성운동」), 「기독교와 사회운동」, 「비판사회운동」,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노동문제와 노동운동」, 「주민자치와 사회운동」, 「사회복지와 지역사회개발」 등. 또한 성공회대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진보적 사회운동 학자들을 폭넓게 초빙하여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 대학원 설립의 정책담당자인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학)는 “교수진의 경우, 한국 최고의 사회운동이론가, 외국의 전문적 인권이론가 등 그 분야에 진보적인 국내외 전문가와 실제 NGO활동가들이 필요한 지점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상 중입니다"며 NGO대학원의 설립 포문을 열었다. 또 조 교수는 “이 대학원 내에 사회운동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여 시민학술적 연구와 시민운동의 실천을 상호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또 “그동안 한국 사회가 반공 냉전적 구조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다소 위축됐었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NGO의 역할이 중요해진 결과를 만들었다"며 이번 성공회대 NGO대학원 설립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조 교수는 “지금까지 NGO연구자나 스텝들이 체계적 이론을 연구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NGO대학원을 통해 이런 교육기회를 갖게 된 것은 시민운동 차원에서도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NGO는 우리 사회의 공식 주체로 인정받는 새로운 기회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아파트공동체연구소 이수효 간사는 “이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현장에 대한 감각은 물론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망 등 그 분야에 대한 총론은 물론이고 각론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주체가 될 NGO 활동가들이 보다 전문적 지식을 갖고 현장 감각을 높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NGO대학원 설립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현재 국내 NGO는 환경, 인권, 여성, 노동, 소비자보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문제를 조명하고 있고, 교류와 협력을 통한 국제연대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NGO는 국가적으로는 정부운영의 정당한 파트너이자 국제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주체다. 이런 NGO 활동가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이론과 전략을 습득하는 것은 사회적 발전을 의미한다고 본다. 아직은 초창기이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지만 NGO대학원을 통해 많은 활동가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그들이 공부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윤영하 본지 자원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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