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0월 1998-10-01   729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참여연대가 네 살이 되었습니다. 아직 모자라는 것이 너무 많고 힘도 별로 없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제 회비를 내는 회원이 3,000명을 넘었습니다. 이 회원들의 힘을 모으면 해야 할 일, 하고픈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금 참여연대는 시민의 힘으로 경제난의 원인을 밝히고 재벌개혁을 이루고 말겠다는 야무진 꿈을 온 힘을 다해 밀어갑니다. 고용불안, 실업 등 어둡고 괴로운 이 현실을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으로 만드는 일을 통해 벗어나려면 우리 모두 참여연대가 벌인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겠습니다.

참여연대가 하는 일은 어찌보면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입니다. 「맑은사회 만들기」운동의 일환으로 벌이는 ‘공익소송’이나 ‘부패방지법 제정’ 등은 일반시민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활동은 연금보험 관리체계니 사회적 안전망 등 용어 자체가 전문적이고, ‘사법감시’ ‘의정감시’도 일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소액주주운동’이나 ‘작은권리 찾기’는 시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더 쉽게 들어오지만 사실상 시민이 할 일은 제한적이거나 그때그때 한 번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민운동단체에서 일반시민이 주요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실무자 중심으로 운동이 펼쳐지고 있어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무늬만’ 시민운동이고 실제는 전문가운동이 아니냐는 지적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지적에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벗어나려고 나름대로 노력해온 지난 4년 간의 참여연대 활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제 시민운동에는 시민이 있습니다. 우리말의 표현법은 기대보다 사람이 적게 있으면 늦게 온 사람이 “아무도 없네!" 하며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치지 않는 듯이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 참여연대에는 3,000명의 회원이 “와 있습니다." 그 3,000명 회원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사무실에 들러 혹시 놓친 정보도 나누고 가져온 이야기와 일거리를 풀어놓고 함께 하려 한다면 참여연대는 시민운동으로 못할 일이 없습니다. 또 한 달에 1만 원씩 꼬박꼬박 회비를 낸다면 경상비를 회비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제 참여연대는 이미 와 있는 회원을 통해 시민 있는 시민운동의 진면목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회원이 직접 나서면 마치 무늬만 시민이고 실상은 전문가들이 맡아서 해온 것 같은 시민운동이 바뀝니다. 시민이 전문가를 받쳐주고 때로는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시민으로서 당당히 다른 의견을 내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시민운동은 여론을 공론으로, 시민을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지키고 누리는 시민으로 만드는 운동입니다. 이제 3,000명의 회원이 네 살 먹은 참여연대를 당당히 시민운동으로 서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 참여의 공간이 철학카페 ‘느티나무’로 넓어졌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참여연대에 들르고 ‘느티나무’에서 쉬어갑시다.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개혁을, 사람이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서로 다시 보고 다시 다짐합시다. 더 많은 나눔과 발전을 위하여 건배!

양길승 성수의원 원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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