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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11월
  • 1998.11.01
  • 743
노점상입장-생계형 노점상도 먹고 살 권리 있다
이 시대의 무력한 삶 노점상!



을 열고 들어서면 어김없이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 씻지도 않고 쓰러저 아무렇게나 잠이 든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듬고 소리없이 눈물을 쏟던 집사람.

5년 전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우리 집의 생활모습이다. 우리 노점상은 자식들에게만은 가난의 굴레를 대물려주기 싫어 거리의 매연과 싸우며, 한끼의 식대라도 아끼기 위해 김치와 밥을 싸와 손수레 곁을 떠나지 않는 순박하기만 한 사람들이다.

대책 없는한 좌판은 우리의 생계수단

부모의 직업란에 상업이라고 써야 하며 고개숙여 얼굴을 붉히는 우리의 자식들, 너무 없이 살았고 배움이 없어 자식들의 손에 그저 돈만 쥐어주면 부모의 도리를 다 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자식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은 뭐든 사주고픈 노점상의 어머니 아버지들. 그래서 우리들은 너나없이 일수카드 한두 개씩은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우리 노점상들에게 최근의 경제위기는 더 큰 생활고를 안겨주며 하루하루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스스로를 제일 하층계급이라 자조하는 노점상들은 때론 개개인을 서로서로 ‘사장'이라 불러주며 위안도 해보지만 정작 이 사회로부터는 냉대와 천시, 그 밖엔 어떠한 인격적 대우도 받지 못한다.

정부에서는 노점상 단속을 완화할 방침이라지만 여전히 ‘파란 모자'의 호각 소리는 노점상들에게 저승사자의 외침처럼 들린다. 남의 사유재산을 거침없이 파괴하고 폭언을 자행해도 우리들은 그들의 폭력 앞에 무력하게만 대응하게 된다. 이유는 우리 스스로 노점상은 불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영세상인 지원약속 잊지말기를

그러나 최소한의 생존기반마저 갖고 있지 못한 우리가 하루 한끼, 자식들과 따뜻한 밥이라도 먹고 살려면 이런 식의 방법이라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행정관청은 이런 우리들의 딱한 사정을 ‘노점상 단속'이라는 일반적 잣대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점상이 거리 곳곳을 메우게 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쯤은 우리도 안다. 그러나 노점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정부의 잘못된 농가정책이 빚어낸 또 하나의 생활 군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엔 급격히 늘어난 실업자에 의한 생계형 노점상이 많아지고 있다. 뚜렷한 대책없이 직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결국은 노점상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존의 벼랑에 몰린 사람들에게 공권력과 물리력을 앞세워 단속과 정비를 내세운다면 우리들은 그들의 눈을 피해 또다시 어디엔가 좌판을 벌일 수밖에 없다. 명확한 대책이 없는한 이 정도의 구조적 악순환은 당연한 것 아닌가?

노점상은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고용문제를 일부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척박하고 메마른 이 도시에 훈훈한 정겨움을 안겨 주기도 하며 공장에 쌓여 있는 재고품들을 방출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풍물시장과 벼룩시장 등을 만들어 오히려 국가에서 관광명소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 행정관청은 무조건적인 규제와 단속으로 노점상을 천대한다. 물론 우리 노점상들도 시민들의 편의와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노점상도 이런 정부 단속에 바라고픈 바가 몇가지 있다.

노점상에게도 최소한의 복지혜택 달라

영세상인에 대한 지원 약속과 생계형 노점상 단속완화 방침만은 반드시 지켜달라는 것이다. 또 제대로 된 사회복지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을 만큼만의 복지혜택을 누리게 해줬으면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노점상 하는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가 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 노점상도 땀흘려 일하는 이 땅의 주인인 만큼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아홉 개 가진 이가 한 개 가진 이의 것을 뺏어 열 개를 채우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한다.
이재춘 떡볶이 노점상, 서부지역노점상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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