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0월 1998-10-01   748

내가 시민단체에 1%의 유산을 기증하는 이유⑥

내가 시민단체에 1%의 유산을 기증하는 이유⑥

세상에 부모치고 자식 아끼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만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유난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이 자식사랑은 지나치게 현세적이고 또 유독 자기 자식에게만 향한다는 문제점을 드러내왔다. 낳을 때부터 남아선호는 물론이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과외열풍과 촌지, 소위 일류 대학에 넣어서 의사나 법관을 시키려는 노력, 돈 있고 가문 좋은 집안과의 혼인,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부동산 투기와 탈세 등등….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자기 자식만을 돌보려 한다.

내 자식 잘되라고 하는 일도 죄가 되느냐고 항변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이기적 자식사랑이 다 모여서 초래되는 사회적 결과는 그야말로 끔찍하다. 우리나라의 낙태문제, 청소년 일탈, 교육의 황폐화, 부정부패의 만연, 공공의식의 실종 등 주된 책임은 여기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에 ‘시민’이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가족중심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교회나 절을 찾는 주된 이유도 영혼의 수양이나 사회봉사의 목적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자식들의 건강과 입시·출세를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다. 즉 가족주의의 연장으로 종교를 찾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가족주의는 당장은 자기 자식을 위하는 일 같지만, 사회를 병들고 황폐화시킴으로써 결국 우리의 자식들도 인간으로서 건강하고 성숙하게 살지 못하게 하는 모순을 빚고 있다. 자식에게 더 많은 유산을 남기려는 노력은 불평등한 사회를 더 불평등하게 만들어 삭막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뿐이다.

현재 우리의 병든 사회를 고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시민운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시민운동이 싸워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은 정부나 재벌이 아니라 바로 이 가족주의라는 괴물이다. ‘유산 1% 기증운동’은 단지 가난한 시민단체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이 가족주의의 지배를 깨는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는 우리 사회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중요한 시민운동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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