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1월 1998-11-01   6076

경찰서 피해자·참고인 조사관행

나 피해자 맞아?

대부분의 시민들은 범죄수사에 협조할 마음은 있어도, 정작 구체적 행동으로 협조하는 것은 꺼린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경찰에 대한 시민의 의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범죄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91.8%)’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만약 형사로부터 참고인 자격으로 협조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협조하겠다’고 응답한 경우가 61.6%로 조사돼 구체적 행동으로 범죄수사를 돕는 것은 꺼린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협조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시민들은 ‘경찰이 오라가라 할까봐’가 41.1%, ‘보복이 두려워서’ 44.6%, ‘시간적 손해’가 8.9%로 답했다. 이런 망설임은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실제 범죄피해를 당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31.3%만이 ‘무조건 신고를 하겠다’고 답하였다. 신고를 망설이거나 안한다고 대답한 시민들은 그 이유에 대해 15.4%가 ‘경찰이 오라가라 할까봐’, 5.4%가 ‘경찰의 수사력을 믿지 못해서’, 12.8%가 ‘손실이 가중될까봐’로 응답, 경찰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런 시민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다. 지난 8월 9일 소매치기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은 원유미 씨(37세)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경찰의 태도’에 불쾌감을 표현한다.

“저녁 6시 50분쯤 경찰서에 갔는데, 조사가 끝나고 나니 새벽 1시가 넘었더라구요. 피의자를 먼저 조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늦은 시간에 조사가 끝난 것이지요. 제 다음에 진술할 피해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집에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조서를 작성할 때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진술을 피의자 바로 옆에서 하게 하더라구요. 경찰은 계속 이름을 부르지, 옆에 앉은 피의자는 계속 째려보고 있지, 정말 겁이 났어요. 제가 항의를 하니까 그 다음에야 피의자를 좀 떨어져 앉게 하더군요."

참고인 조사는 「범죄수사규칙-제정 1991. 7. 31 경찰청 훈령 제57호, 개정 1993. 12. 31 경찰청 훈령 제128호의」제102조와 제172조, 「사법경찰 관리 집무 규칙」의 제16조와 제18조에 특별히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피의자 이외의 자로서 조사를 받는 사람’인 참고인을 조사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선 참고인의 출석요구에 있어 전화 등의 방법이 아닌 출석요구서를 보내도록 하고 있으며, 참고인 형편에 따라서는 찾아가서 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또 조사를 할 때 장시간 대기시키는 일이 없도록 지체없이 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참고인들에 대한 배려는 법전 안에만 존재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는 참고인 조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참고인은 경찰의 조사를 도와주는 협력자입니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피해자나 참고인으로 나갔던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고인들 대부분은 거의 일방적인 경찰의 요구를 받고 경찰서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는 사안에 따라서는 몇 번이고 같은 진술을 반복하게 되지요. 또 진술 자체의 어려움도 있어요. 일례로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 조서는 음란문서를 방불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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