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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07월
  • 1995.07.01
  • 355
시민단체 후보와 선거 결산
전국 동시선거에 따른 선거관리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지역할거주의의 고착화로 대변된 이번 지방선거. 지난 6.27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하고, 시민단체 후보들이 거둔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34년만에 부활된 민선단체장 선거를 위시한 4대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민주주의의 완성이란 생각에서 국민들이 그 동안 열망해온 지방자치제가 온전한 형태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의 70%가 투표에 참가하고 큰 사고 없이 투개표 과정이 진행된 것은 그 만큼 우리의 시민의식과 관리능력이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지역할거주의의 볼모가 된 선거풍토 재현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던져주었다. 먼저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10년 후퇴시켜놓고 말았다.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의 ‘지역등권론’,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충청도 핫바지론’이 김영삼 대통령의 ‘세대교체론’과 정면 충돌하면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한 지방선거가 지역감정에 근거한 정당 대결로 변질하였고, 선거결과는 지역할거주의의 고착화라는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우리의 정치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한숨섞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의 내일을 위한 선택도 아니요, 과거에 대한 심판도 아닌 지역할거주의의 볼모가 되어 귀중한 한 표를 던져버린 가장 낙후된 선거풍토를 보여 준 것이다.

유권자들은 김영삼 정부에게는 준엄한 심판을 내렸지만, 준엄한 심판을 받았어야 할 다른 두 정치지도자에게는 올바른 심판을 내려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다. 오히려 전혀 다른 메시지가 전달됐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당신들의 잘잘못은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당신들의 뒤에서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소’라는 엉뚱한 메시지가 말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지역감정을 부추긴 정치인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식의 정치가 발붙일 수 없도록 돌아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의 각성과 혁명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선거관리의 한계를 드러낸 전국 동시선거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내려 이번 지방선거의 행정적·기술적 문제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국 동시선거의 문제다. 전국이 동시에 선거를 치루기 때문에 자연히 각 정당의 당선자 수가 집계되고 승패가 갈리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다보니 자연히 중앙정치의 논리가 선거운동의 중심이 되고 고질적인 지역감정이 되살아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정치의 논리에 파묻혀 지역의 이슈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한 정책대결은 그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또한 전국 동시선거는 선거관리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었다. 물론 이전보다는 금권타락선거 양상이 사라지긴 했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여전히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선관위나 검찰은 관리능력의 한계로 신고를 접수하지 못하거나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사례가 부분적으로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전국에서 4개 선거가 동시에 치루어지다보니 대개의 경우 광역단체장에게만 관심이 쏠린 현상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지방의회 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이 투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1·1·1·1’ 또는 ‘2·2·2·2’로 투표하여 서울과 같은 경우 민주당이 구청장과 시의회를 거의 석권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게한다. 분석을 해봐야 하겠지만 기초의회의 ‘1·2’번 입후보자의 당선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것은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제한되긴 했지만 후보토론회가 활성화 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선거문화의 도래를 예고하는 선거였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지역민방과 유선방송이 보편화되면 기초단체장이나 의회의원 후보토론회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의미있는 토론회 운영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들은 앞으로 깊이 연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시민단체 소속후보들의 지방의회 진출

이번 선거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고무적인 결과는 시민단체 소속후보들의 진출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수도권에서만 광역의회에 4명, 기초의회에 10명을 당선시켰고, 참여와 자치를 위한 청년캠프는 전국적으로 50여 명의 지방의회 위원을 배출하였으며,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광역의회에 3명, 기초의회에 10명을 진출시켰다. 대규모 후보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경실련, YMCA, 환경운동연합 등의 통계까지 정리가 된다면 그 숫자는 훨씬 증가하리라고 예상된다.

물론 전체 당선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특히 광역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으나,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에서 이 정도의 당선자를 낸다는 것은 대단한 개가라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 동안 지방정치, 행정에 있어서 참관자 수준에 있었던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입안자에 머물지 않고 시민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지방행정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의지와 그 동안 시민들과 함께 발로 뛰면서 피부로 느껴온 시민들의 행정수요를 지방행정에 반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긍정적으로 정착, 발전시키는 데에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단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그러나 많은 소속후보들이 현 정당구조의 희생물이 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당후보들은 정당활동을 이유로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고, 대규모 추천대회도 가능하였으며, 당원용 유인물이라는 명목으로 선거홍보물을 뿌리는 등 각종 혜택을 누렸으나, 시민단체 후보들은 단체의 선거참여가 봉쇄되어 불평등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역할거주의의 기승으로 특정당 후보의 특정 지역에서의 당선이 공식화된 정치현실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 동시선거를 지양하고 광역단체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다른 날짜에 선거를 치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한정된 지역에서만 선거가 치루어짐으로써 중앙정치 연장선상에서의 대결을 차단하고 그 지역의 이슈들이 심도있게 논의될 뿐 아니라 입후보자들이 검증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의 인력도 유동적으로 배치하여 행정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선거운동기간은 그대로 묶어둔다 하더라고 입후보자 등록을 앞당겨 입후보자의 경력 검증이나 전과 검증을 좀더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건전한 시민단체가 좀더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합선거법 제87조는 폐지되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객관적으로 입후보자의 경력, 공약 내용을 검증하고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어야 유권자들은 입후보자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지방선거가 치루어지고 지방자치제도가 출범했다는 엄연한 사실은 틀림없이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뜻한다. 시민들은, 지방자치제가 선거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선거는 다만 시작일 뿐이며,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 감시와 독려만이 지방자치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조일홍(중앙대 행정학과교수/ 참여연대 지방자치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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