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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07월
  • 1995.07.01
  • 328
- 정국 전망과 시민운동의 역할
민자당 패배에 따른 지방판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6.27선거로 향후 정국은 권력구조 재편등 커다란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앞으로의 정국 전망과 그 속에서의 시민운동이 나아갈 길을 내다본다.

해방과 분단 50주년이 되는 ’95년은 우리 정치사에 지방화 시대가 시작된 뜻깊은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5·16 쿠테타로 사라졌던 지방자치가 34년만에 부활되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의 패배로 끝난 6.27 선거

그러나 지방자치가 교과서적인 의미에서의 정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방선거과정에서 중앙정치의 폐단이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방화 시대에 대비한 법과 제도의 정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진통을 겪어야 할 거이다.

4대 지방선거는 김영삼 대통령과 집권 민자당의 참패로 끝났다. 5-4-4-2라는 선거결과가 말해 주듯이 집권 민자당은 15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3분의 2인 10개 자치단체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 기초자치단체,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크게 지고 말았다. 이로써 민자당은 집권당이면서도 일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수 지역 정파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어려움을 예감한 민자당은 일찍부터 지방선거가 인물중심의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강조하였다.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지역감정의 산물이라며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김영삼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우리 정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잇단 실정으로 반(反)민자 정서 확산

민자당의 패배는 국민의 반(反)민자 정서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결과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거둔 성과는 국가운영의 난맥상을 보인 민자당에 대한 국민의 비판에서 얻은 반사적 이익이라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이나 자민련에 대한 적극적 지지보다는 민자당에 대한 적극적 반대가 양당에 대한 지지로 전환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투표율이 68.3%로 낮게 나타난 데서도 알 수 있다.

반(反)민자 정서는 전국적으로 너무나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역분할과 무관한 서울에서 민자당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대선의 지지율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낙선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에서도 참패를 기록했다. 또 지역기반이라 할 부산, 경남 지역에서도 고전 끝에 이겼고, 오랜동안 여권 지지성향을 보여왔던 충북과 강원 등지에서도 패배한 것이다. 개혁에 실패하고 잇단 실정으로 그 한계가 너무 일찍 드러난 김영삼 정부와 민자당에 대해 국민이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고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출범 초기에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개혁을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개혁의 한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개혁의 전략이 미흡하고 개혁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기와 이미지를 고려하면서 진행된 바람몰이식 개혁은 법을 무시한 봐주기 사정, 표적 사정으로 형평성과 효율성을 잃었다. 국가보안법과 노동관계법 등 악법의 개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의 개혁이 처음부터 제한적이었고 마침내 포기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개혁의 대상인 구지배 세력의 도움으로 집권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불완전한 개혁, 국가관리 능력의 부재, 좌충우돌하는 남북문제 처리 태도 등으로 집권당의 프리미엄이라는 말로 표현됐던 공무원 조직의 반발에다 전통적인 친여세력인 보수층까지 이탈하고 말았던 것도 민자당의 선거 참패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지역주의 부활은 여, 야 모두의 책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의 하나는 두드러진 지역주의적 투표 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주의가 이번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공화당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5,6공을 거치면서 극도로 악화된 지역주의가 다시 한번 그 위력을 발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주의는 특정 정치인의 책임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화과정에서 나타난 소외와 차별의 결과다. 다시 말하면 지역주의는 공화당 정권 때의 경제성장 및 국토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차별과 맞물려 형성된 것이다. 정치적 갈등구조가 계급이나 다른 요소가 아니라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 바로 지역주의인 것이다.

이른바 3김이 주도하는 지역주의는 우리 정치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역사적 과제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다시 부활한 것은 김영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반감과 맞물려 나타난 것이다.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킨 정치지도자들도 문제지만, 이것이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은 김영삼 정부에 있다. 김영삼 정부가 정치개혁을 부르짓으면서도 실제로는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지역 패권주의를 이용해왔던 것이다.

또 선거의 쟁점이 별로 없었던 것이 지역주의 부활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지역발전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동안의 발전과정에서 소외 차별 의식에 시달리던 충청, 호남, 강원 지역에서 지역감정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지역감정 극복의 싹 엿보여

고질적인 지역감정과 이를 뿌리로 한 지역분할 구도가 다시 한번 드러났지만 거기에서 희망의 싹이 엿보인다. 지역감정이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현실들이 나타난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전북에서 강현욱 민자당 후보가 선전하고 강원에서 최각규 자민련 후보가 당선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산의 경우 ’92년 대선 때 YS에 대한 지지율이 72%였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50%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전북은 대선 때 DJ에 대한 지지율이 88%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60%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9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나타냈던 전남에서도 70% 정도로 지지율이 낮아졌다. 자민련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강원도는 자민련의 근거지가 아니었다. 대선과 광역단체장 선거를 직접 대비하는 것은 무리지만 이러한 현상이 갖는 의미는 결코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

기존의 정당 구도가 여전히 힘을 떨쳤지만 무소속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정당의 퇴조와 무소속의 약진은 선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서 세대교체나 새로운 형태의 반(反)정당적인 정치를 의미한다. 다만 우리 나라의 무소속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 등장이 아니라 주로 반민자 비민주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권의 큰 변화 예상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김영삼 정부는 지방선거의 패배로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 민자당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함으로써 앞으로 정치권은 권력구조의 개편 등을 둘러싸고 심한 줄다리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권한의 대폭적인 지방 이양,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문제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력 배분 및 야당의 권력 참여 방식은 물론이고 나아가 내각제 개헌 등 권력 나눠갖기를 전제로 하는 지각변동이 심하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는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한 양상으로 움직여 나갈 것이다. 정치권 개편은 앞으로 10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은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3,4개 당이 세력을 행사하는 다당제 형태를 보이게 되고 이것은 대통령 중심제의 유지를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돌발변수가 없는 한 내각제 개헌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운동이 사회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이런 상황에서 시민운동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지방자치가 당분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중앙정치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민운동의 역할과 과제는 결코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시민단체의 참여가 배제된 이번 선거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시민운동 진영에서 거둔 성과는 당선자 수로 드러난 이상의 것이다. 무소속의 약진과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현상황에서 시민운동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제도정치권의 힘만으로는 사회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시민 운동은 사회개혁의 중요한 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시민운동은 무엇보다도 지역주의의 발호를 단호히 막아야 할 것이다. 지역주의는 정당이나 후보자뿐만 아니라 국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 적극적 동조 내지는 묵인이 없다면 정치 지도자들이 지역 감정을 자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지역감정을 극복해 낼 책임이 국민에게도 주어져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가능성의 싹을 잘 기른다면 한국 정치사의 질곡인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나아가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손혁재(열린사회연구소장이자,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이며,본지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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