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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07월
  • 1995.07.01
  • 384
대학 개혁은 국민 참여로
열린 교육 체제를 기본 목표로 한 대학 개혁 방안 중 몇 가지는 논리적으로 일관성도 부족하고 수많은 장애요인을 내재하고 있다. 이들 문제점을 진단한다.

광복 이후 지난 50여 년 동안, 정권이 바뀌면 으레 각종 개혁이란 명목의 시책이 발표돼왔다. 그 중에서도 국민 모두로부터 관심을 끌어온 것이 교육개혁이다. 충격적인 개혁은 1960년대 초반에 시작한 5·16군사 정부의 대학 정비부터 비롯된다. 특히 제5공화국의 교육개혁심의회, 제6공화국의 대통령교육정책자문회의 등은 국민들의 크나큰 기대를 갖게 하면서 개혁추진 기구로 발족하였지만 각기 ‘교육개혁종합구상 1987’과 ‘교육발전의 기본구상 1992’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서 단지 ‘구상’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교육재정도, 통치권자의 의지도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개혁과 구상을 새 정권마다 거듭하다보니 대학생 수만 늘어났다. 1945년 당시보다 200배가 증가하여 170만여 명에 달하여 세계에서 대학생 많기로 둘째 나라가 되었다. 이것이 한국교육 50년의 성과로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랑거리다.

1993년 2월에 출범한 현 정부에서도 1994년 2월에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이 교개위는 지난 5월31일에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소위 5·31 대학교육개혁안의 성격과 방안들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 연후에 대안적 방안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열린 교육 체제라는 신교육 목표

교개위가 구상하는 신교육체제의 목표는 열린 교육 체제에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Edutopia) 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상위의 목표로서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목표” 그 자체로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또한 교개위는 열린 교육체제의 기술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96년에 ‘국가 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가칭)’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에서는 모든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상호연계하여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학습자료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필요로 하는 교육재정을 확보하게 되면 어려운 일은 아니므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계획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 방송위성인 무궁화 위성 1호가 다음 달인 8월에, 2호가 12월에 각각 발사되고 ’96년 6월부터는 전국에 16개 채널 이상의 다채널 직접위성방송(DSB)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유선통신망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원격교육, 전국 규모의 화상회의 등 대규모 통신서비스가 시작되므로 전통적으로 교실에 학생들이 출석하여 시작되는 수업과는 다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재정과 전문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종래의 방송·통신교육수준이라면 별무효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개위는 이러한 열린 교육 체제를 기본 목표로 하여 대학교육 개혁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학의 특성화’, ‘설립, 정원 및 운영의 자율화’, ‘학술연구의 일류화’ 및 ‘국제화’등의 중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약 10가지의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첫째, 대학모형의 다양화, 둘째, 단설전문대학원 설치, 셋째, 준칙주의 도입, 넷째, 평가와 연계하는 정원자율화, 다섯째, 연구의 세계화, 여섯째, 첨단학술 정보 센터의 설립, 일곱째, 평가와 재정지원 연계강화, 여덟째, 외국인 유학생 정책 개선, 아홉째, 고등교육개관의 해외진출지원, 열번째, 한국문화정체성 확립 등이다.

이상의 방안들 중에서 다섯째와 여섯째, 여덟째, 아홉째, 열번째 등의 방안들은 선언적이고 교육재정이 확보되면 크게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 방안의 성격을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나머지 방안들에 관해서는 약간의 언급이 필요하다.

대학교육 개혁 방안의 몇 가지 문제점

우리나라에는 4년제 대학만 하여도 150개가 넘는다. 비록 표면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는 건학이념이 있다. 그러나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건학이념이 각 단과대학 및 학과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특색있게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야 많을 것이다. 대학경영자가 그러한 의지를 갖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필요한 재원을 동원할 수 없거나 혹은 둘다 모두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분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국·공·사립대학을 막론하고 학생규모가 가장 큰 대학으로, 학과가 가장 많은 대학으로 모두가 닮아가려고 하여온 게 사실이다.

교육개혁안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대학은 대학헌장을 통해서 대학의 건학이념, 교육과정의 내용과 특징, 대학운영의 원칙, 학생선발방식, 교수진의 업적, 학사관리의 기본방침 및 졸업생의 진로 등을 대외적으로 밝히도록 하고, ’96년부터 설치되는 교육과정평가원으로 하여금 대학을 평가하도록 하며 그결과를 한점도 숨김없이 공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평가의 결과에 따라 정부는 대학에 대하여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즉 개별대학은 매년 자체 평가를 하고 3~4년 주기로 연구와 인재양성에 대한 종합평가와 1~2년 주기로 교육수요자의 만족도 조사 및 대학의 특정학과에 대하여 분야별로 정부, 대학교육협의회, 산업체, 학생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평가받도록 하고 결과에 따라 차등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학 모형의 다양화와 특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매우 획기적으로 제시된 것 중에 중요한 것 하나는 다전공 복합 연구가 가능하도록 최소 전공 인정학제의 도입이다. 즉, ’96학년도부터 원하는 타학과의 전공과목 중에서 23~35학점(140학점의 1/6~1/4 수준)을 이수하면 전공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단설 전문대학원을 독립하여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대학원, 통상외교대학원, 디자인대학원 등등이다.

1996학년도부터 대학설립 인가제가 준칙주의로 전환된다. 여기까지는 모집 정원 1,250명 기준으로 학교부지와 1,200억 원의 자산이 있으면 대학설치인가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미용대학, 디자인대학 등의 설립에는 지나친 조건이라하여 대학의 규모에 합당한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면 설립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최소 기준을 정하는 법정 기준은 준칙안 제정위원회가 제정하며, 전문대학이나 개방대학은 ‘전문’이나 ‘개방’이란 명칭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또한 1997년부터 비수도권 대학부터 대학평가의 결과에서 우수대학으로 판정받으면 대학입학정원이나 학사운영이 자율화된다는 내용 등이 대학개혁 방안들 중 핵심적인 것이다.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부족한 개혁 방안

교육개혁위원회는 개혁의 추진원칙으로 “교육의 수월성을 신장하기 위하여 각급 학교 운영에 자율과 경쟁 원리를 도입하는 한편, 소외 계층과 지역을 위해서는 형평성이 확보되도록 하면서 체계적인 평가를 통하여 교육의 질이 관리되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개혁방안 등과 추진원칙을 비교해보면 이들 사이에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부족하고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수많은 장애요인이 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첫째, 각 대학들로 하여금 대학의 특성화를 통해서 대학교의 효과성을 높이고 있는지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수시로 대학 외부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하고 평가결과에 따라서 행·재정지원을 차등화하겠다고 한다. 지원을 차등화하려면 각 대학교육이 효과성을 변별력이 있는 척도로서 차등화해야 할 터인데 용이한 일이 아니다. 언론매체에서 가끔 교수 1인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1등부터 서열화시키지만 이는 매우 위험천만의 평가 만능주의에 빠진 것이다. 예를 들어 교수 1인당 학생수 20명이, 교수당 30명보다 좋다라고 함은 학생의 지능이나 시설여건 등이 동일할 경우에 한하여 가치있는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982년부터 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평가사업을 시작하였지만 1등, 2등 하는 식의 서열화는 하지 않았다. 이는 비교집단(국·공·사립별, 남녀별) 선정이나, 평가항목과 가중치, 측정평가의 타당도 문제, 평가결과의 활용문제, 대학서열화에 의한 졸업생의 서열적 평가 등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개위의 방안에서 평가결과를 한 점도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구상이다. 대학 경영·관리자도 평교수도 모두 타당성, 신뢰성 및 객관성이 없는 평가방법으로 인하여 평가 노이로제에 걸리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설령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합의하여 평가방법을 활용하여 차등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수많은 대학들에게 유인책이 될 만한 교육재정이 확보될 것인가가 의문시된다. 요즈음 지난 6월29일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태로 인하여 집권 여당의 인기가 급강하되고 있다. 1993년 2월부터 시작된 부산 구포역의 열차 전복사고로부터 연이은 사고들(연천예비군, 아시아나항공, 훼리호, 성수대교, 충주유람선, 아현동, 대구지하철)로 629명이 사망한 끔찍한 일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학교 건물의 안전관리를 걱정하고 잇다.

성수대교 붕괴 후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 건물 안전진단에서 노후 교실을 개축하거나 신축하는 데 6,762억 원을 포함하여 교실들을 보수하는 등에 5조2,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집계된 바가 있다. 초중등학교의 과밀학급을 2,000년까지 학급당 30명으로 축소하는데 5조1,000억 원(학급증설 3조9,000억 원, 교사증원 1조2,000억 원 등)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유인가로서 재정지원액은 상대적으로 감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개혁의 추진원칙에서 천명된 것처럼 노력은 하여도 성과를 못 올리는 대학을 위하여 형평성을 고려하게 된다면 유인가는 더욱 떨어진 것이다. GNP대비 5%에 대한 개념조차도 정부부처간에 합의를 못보고 있는 실정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셋째, 대학설립에 있어서 준칙주의의 도입이나 단설 전문대학원의 설치 등이 자칫 잘못하면 사립대학의 증설만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립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한다면서도 독선적 운영의 부작용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없는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교수협의회가 대학의 공식기구로서 법률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의 독소조항이 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난립이 더욱 우려되는 것이다.

넷째, 대학교육의 개혁에 있어서 실질적인 견인차의 역할은 교수에 달려 있다. 수업 및 연구여건의 개선은 미비하고 사기는 침체되어 있고, 지난 세월에 겪었든 교육개혁의 실패로 인하여 매우 많은 교원들은 냉소적이다. 대학강의를 절반이나 맡고 있으면서도 대우를 제대로 못받고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특별한 우대책은 이번 개혁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매우 실망케 한다.

모든 개혁 방안들을, ’98년 2월 대통령의 임기 이전에 모두 실천하려는 조급성을 버려야 한다. 교육개혁위원회를 조직하고 방안을 수립할 때에는 관련 집단의 참여가 제한적이었지만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는 모든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통로를 더욱 개방해야 할 것이다.
김선종(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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