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8월 2010-08-01   1148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 ‘나 밥 세 끼 어떻게 먹었다’가 체험의 전부입니까?”

“‘나 밥 세 끼 어떻게 먹었다’가
체험의 전부입니까?”

 

배우 맹봉학 씨가 차명진 의원에게

“어려운 이웃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향상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 한나라당 차명진(부천소사) 의원이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릴레이 체험에 나서면서 한 말이다. 차 의원은 쪽방 체험을 한 후 일명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체험수기를 올려 논란이 됐다. 이에 차 의원보다 먼저 릴레이 체험을 했던 배우 맹봉학 씨가 차 의원의 체험 수기를 읽고 “체험과 삶도 구분 못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썼다. 참여연대 회원이기도 한 맹봉학 씨의 글을 요약해 실어본다.                                                             –편집자주-

 

‘나는 황제처럼 살았다’라는 차명진 의원의 글을 읽고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에 이 글을 씁니다.

명색이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는 분이 체험과 삶을 구분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하루 6,300원이면 한 달에 18만 9천 원, 일 년에 226만 8천 원입니다.

얼마 전 최저 생계비로 하루나기를 체험한 경험이 있는 본인은 두 번 세 번 상처를 입을 그 분들을 생각하면 저 밑에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그 분들은 바람도 통하지 않는 쪽방에서 선풍기 하나로 이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800원어치 쌀과 9백 얼마 하는 국수, 여기에 미트볼하고 참치캔을 샀다지요. 세 끼 식사용으로 충분하다고 하셨지요. 이걸 한 달을 먹을 수 있습니까? 일 년을 먹을 수 있습니까? 다른 분들은 먹는 게 참 힘들었다는데 매일 참치캔에 밥을 드실 생각이신지 참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체험하는 그 방은 그 곳에서는 ‘5성급하는 호텔방’이라고 합니다.

밤에 잠은 잘 주무실 수 있었습니까? 최소한의 개인 사생활도 보장 되지 않는, 방음이 전혀 안 되는 그 곳에서 여유롭게 책도 읽으셨더군요. 하루 체험이니 그렇게 했겠지요. 그 작은 쪽방에서 한 달을, 일 년을 생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루 못 잔 것은 집에 가서 자면 되니까 뭐 어찌 견딜 수 있겠지요.

생색내기 봉사를 하셨더군요.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 분을 동사무소에 모시고 가고 방도 치워 주시고요. 기왕 하시는 거 지하방에 계시는 분들도 찾아뵙고 청소도 해주시고 목욕도 좀 해주시지요. 너무 많은 분들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의원님도 눈으로 보셨을 테니까요. 1천 원 기부 하셨다고요. 훌륭하십니다. 난 십 원도 안 남던데.

그래서 그 분들이 미래를 꿈꾸며 만족스럽게 살고 있습니까? 비록 황제 같은 삶은 아니라도 단 하루라도 행복해 합니까?

정부의 정책이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눈에 보이는 정책으로만 가는 것을 어찌 숨겨 볼 생각이셨나요.

진심으로 그 분들과 눈높이를 맞춰 생각해 보세요. 생색내기가 아닌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서울 한 복판에 있다는 현실을 직시 하고 그 분들을 위해 의정 활동을 하면 국민들이 다 알아 줄 겁니다. 거동이 불편한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시고 그것을 우선해 주시면 국민들은 박수를 칠 것입니다.

‘나 밥 세 끼를 어떻게 먹었다’가 체험의 전부가 아님을 다시 직시하시길 바랍니다.

체험을 왜 합니까? 같이 숨 쉬고 호흡하면서 아픔이 뭔지를 파악하고, 얼마나 힘든지를 알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보여주기 위해서, 한 번 경험삼아서 한 것은 아니겠지요.

1박 2일 동안 체험을 하면서 본인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가슴이 너무 무거워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저는 기부할 돈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곳 동자동 사랑방에 매달 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조금씩 나눠야겠다고 생각해서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제가 버는 돈이 넉넉하지 못해 더 많이 후원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배우 맹봉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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