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6월 2011-06-20   1735

위대한 시민-두물머리 농민 김병인 씨

세상 모든 생명체가 소중한 두물머리 농사꾼

 

강지나 참여사회 편집위원

이번 달 인터뷰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길은 참 상쾌했다. 금강산에서 내려온 물줄기와 강원도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 유유히 흘러가는 물길과 강가에 부는 바람, 두물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밭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묵은 때를 씻겨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 지역에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대규모 수상 레포츠 시설이 들어설 거라고 하니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필자가 찾아간 날, 이미 이주를 결정하고 보상도 받은 한 농가의 하우스가 철거되었다. 김병인 씨는 밭일을 하면서 그 하우스가 철거되는 것을 보다가 그만 낫에 손을 베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은 그의 가슴속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함께 고생하고 싸웠던 농민들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이 가장 속상하다. 정부에서 불법점유·불법경작이라고 경고장을 보내오고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하면 겁이 난다. 지난 2년간 공대위활동을 하느라 농사일도 못하고, 결국 소득도 줄어든 현실 앞에서 농민들이 무릎을 꿇은 거다. 그래도 11가구가 모두 똘똘 뭉쳐서 싸우면 함부로 하진 못 할 텐데, 결국 4농가만 남고 모두 이주를 결정한 상태다.”

“인간 편하자고 땅 속 지렁이 다치게 할 수 있나…”

팔당 두물머리 농민들은 2009년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강제수용하려는 정부에 맞서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2월, 4대강 관련 재판 중 유일하게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양평군은 곧 항소를 신청했고 최종판결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4대강 공사는 강행되고 있었다. 5월 25일에 농지에 대한 공탁이 들어오면 6월 초에 바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마치 폭풍전야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정부의 권고대로 보상을 받고 이주를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상금은 대부분 정부에서 제공하는 저리의 대출금인데, 경기도 일대에서 그 대출금으로 두물머리만한 땅을 사서 농사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땅값이 비싸서 이자와 원금을 갚을 엄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물머리와 인접한, 더 넓은 유기농 단지인 조안면에서는 벌써 4대강 공사가 40%이상 진행되었는데, 처음에 대체농지를 마련해준다고 약속했던 정부는 현재까지도 그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서 강제집행하면 우리 같은 힘없는 농민들은 방법이 없다. 포클레인 앞에 누워있으면 달랑 들려 갈 거고 공무방해로 또 유치장에 넣을 거 아니냐? 물론 유치장에서 풀려나면 또 땅 파고 농사를 지을 거다. 몸은 붙들러 가더라도 정신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괭이라도 들고 와서 이 땅을 계속 지키겠다.”

  김병인 씨의 땅에 대한 의지와 결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잡초제거를 할 때도 호미를 쓰지 않으려 할 정도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인간 편하자고 땅속의 지렁이를 다치게 할까봐서이다.

  “유기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은 하는데, 워낙 문명에 찌들었던 몸이라 나도 쉽지는 않다. 농사에는 이익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추구하는 게 생명과 우리 땅에 대한 예의이다. 인간 편의대로 해충과 이충을 구분해 놓았을 뿐, 이로운 생명체와 해로운 생명체는 따로 없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유기농의 기본이다.”

  그는 사실 농부라고 하기에는 이색적인 인생역정을 걸어왔다. 군에서 10년 가까이 장교생활을 하다가 사고로 전역하여 자동차 정비 일을 했다. 그러는 동안 경쟁사회와 도시의 오염된 환경 등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때 지인의 소개를 받아 생명을 살리는 농법인 유기농을 접하게 되었고, 2003년에는 1년간 주말마다 두물머리에서 농사일을 배우다가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정착하였다.

  “전에는 자기 이익을 좇아서 사는 사람들만 보았지, 이곳의 젊은 친구들처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며 사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그 젊은 친구들에게 반해서, 함께 하고자 영농조합에 가입했다.”

두물머리 지키기, 생명과 자연에 대한 예의

팔당에는 유기농민들로 이루어진 영농조합과 이들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생명살림생협, 그리고 유기농과 생태환경의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생명살림이 있다. 이들의 15여 년 간 활동이 유기농에 대한 교육과 생산활로를 꾸준히 확장시켰다. 이들의 활동은 세계에 알려져 세계유기농연맹에서는 올해 9월 세계유기농대회를 팔당지역에서 열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경기도가 이 대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4대강 소송으로 뜨거운 도마에 오른 팔당농민들을 배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농민 측 대표인 한농연(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불투명한 입장표명으로 마치 경기도가 주재하는 행사처럼 준비되고 있다.

  “김문수 지사가 처음 대회를 유치할 때와는 다르게, 오히려 유기농이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고 말을 확 바꿨다. 그런데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경기도에서 유기농민들한테 친환경 미생물 제제, 유기질 비료 등을 80%나 지원해줬다(웃음). 그런 걸 보면 결국 유기농이 좋고 유기농을 권장한다는 뜻인데, 경기도 지사라는 사람이 말 바꾸기 하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현재 공대위와 천주교연대는 매일 생명평화미사를 열고, 광역도시를 돌며 사안을 알리는 액션계획을 세우는 등 정부의 개발강행을 알리고 그 욕심을 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두물머리는 유기농을 하기에 천혜의 장소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자, 서학의 성지인 천지남과 동학의 성지인 정약용 선생의 마재가 맞닿는 곳으로 기가 상승되는 지역이다. 토양도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침전된 고운 흙만 싸여서 돌 하나 없이 좋은 경작지를 갖추고 있다. 이곳을 지키려는 노력은 우리 후대에까지 생명과 자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굳은 의지를 보이면서도 해맑고 순박한 웃음을 띠고 있는 김병인 씨가 계속 두물머리 농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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