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아호에~’ 하와이 왕국 멸망의 노래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
“니가 가라 하와이” 관객 1천만을 넘었던 초유의 흥행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친구 유오성에게 던진 말이다. 죽음을 피해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말을 거부하는 대사다. 이렇듯 우리에게 하와이는 이국적인 장소의 대명사다.
또한 ‘알로하오에’라는 전통음악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알로하오에라는 말은 ‘그리운 사람’의 뜻으로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석별의 정을 아름답게 그린 노래이다. 하와이 왕조의 마지막 여왕이 된 릴리우오칼라니의 작품으로, 공주시절인 1878년 남녀의 감동적인 이별장면을 보고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알로하오에란 하와이 말로 ‘연애 ·애정 ·친절’ 등을 뜻하고 있는 데서 환영인사나 작별인사말 등 여러 가지 경우에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는 사랑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망국의 한이 담긴 노래이다.
하와이의 흥성
하와이는 하와이 제도로 구성된 미국의 한 주이다. 8개의 큰 섬을 포함한 100여 개 작은 섬들이 600km에 걸쳐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수도는 호놀룰루이다. 이미 기원전 1500년 전부터 폴리네시아인들이 정착해 살았고 서구인들에게는 1778년 쿡 선장이 방문하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다. 1790년 경 미국인들이 왔을 때 이미 50만 명이 거주할 정도로 흥성하고 있었다.
하와이는 다른 태평양 섬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식민지가 아니었다. 카메하메하 1세(1758~1819)라는 비범한 지도자 때문이었다. 뛰어난 외교전술, 외국문물의 활용, 능력있는 고문들과 신하들을 십분 활용하여 왕은 1810년에는 전체 하와이 제도를 통일한다. 따라서 태평양을 지나는 외국 선박들의 중간 기항지로, 무역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며 부흥한다.
그런데 카메하메하 1세는 미국인들을 우대했고, 그 결과 19세기 초에는 선교를 시작하고, 1830년대에는 윌리엄 후퍼라는 무역상이 대규모 사탕수수 농업을 조성했다면서 하와이 원주민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운명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미국인이 옮겨온 전염병에 19세기 중반까지 원주민의 절반이 사망했다. 기독교로의 개종과 술과 무기, 상업 경제를 소개했다. 입헌군주정을 수립하게 하여 카메하메하 3세 치하에서는 주드(Judd)라는 미국인이 10년 동안 추장을 하기도 했다. 1875년에는 미국과 하와이가 하와이산 사탕수수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는 협정을 맺는다. 하와이는 잠시 큰돈을 벌었지만, 그것은 미국인 농장주들의 이익이었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미국인 농장주들은 자신의 땅에서 원주민을 쫒아내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계 이민노동자로 그 자리를 메꾼다. 이제 생존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다.
알로하오에-슬픔의노래
1874년 칼라카우아(Kalakaua, 1836~1891)가 왕이 되었다. 그런데 이 왕은 9개월간 세계 일주를 끝내고 와서는 서양 문화에 심취하여 1882년 거대한 아올라니 궁전을 완성한다. 내부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왕은 대규모 전시성 토목 사업을 통해 그나마 국고를 탕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1886년 대농장주로 구성된 하와이내 소수 미국인들은 하와이 내 민족주의 확대로 인해 입헌군주정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는데 실패하자 쿠데타를 검토한다. 1887년에는 새로운 조약으로 미국이 진주만을 해군기지로 단독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와이 땅에 미군이 상시 주둔하게 된 것이다. 1887년에는 재정이 부족한 왕을 협박해 백인에게 유리한 헌법에 서명하게 한다. 선거 제도를 부유한 백인 농장주나 미국 유학파가 장악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하와이는 미국인이 지배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1890년에는 ‘매킨리 관세법’으로 하와이가 미국 내 설탕시장에서 누리던 특권적 지위를 박탈한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전적으로 의존하던 하와이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하와이 거주 미국인들은 이제 하와이 지배가 아니라 미국과의 합병을 강력히 원하게 된다.
1891년 소극적인 성격의 국왕 칼라카우아가 사망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민족주의자 릴리우오칼라니(Liliuoka-lani, 1838~1917)여왕이 그 자리를 계승하자, 미국인들은 1893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리고 미국에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자 미국공사 존L. 스티븐스가 호놀룰루 항구에 있던 전함에서 해병을 상륙시키자 원주민들과 함께 격렬히 저항하던 여왕이 항복하고 만다.
당시 스티븐스 공사가 미국에 보낸 보고에서 “하와이 배는 지금 완전히 익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그것을 따기에 가장 적합한 황금시간”이라고 강조했다. 1894년 7월 4일 하와이 공화국을 선포하면서 미국 농장주인 샌포드 돌(Sanford B. Dole, 1844~1926)이 초대 하와이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리고는 1898년 7월 7일 매킨리 대통령의 서명으로 합병이 결정된다. 그리고 돌은 초대 하와이 주지사를 역임하고 1901년 사촌인 제임스 돌이 돌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를 만들었고, 인수합병 등을 거치고 지금까지 이 브랜드는 미국의 상징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래서 촘스키는 “돌(Dole)상표가 붙은 파인애플 주스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우리는 서구 문명의 또 다른 승리를 축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알로하오에는 바로 이러한 망국의 슬픔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국가를 형성하는 세 가지 요소 국토, 국민, 그리고 주권을 잃은 하와이 왕국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스스로 힘을 키우지 못하고 문화마저 지키지 못한 하와이 왕국이었던 것이다.
왕국이 합병당할 때 하와이 원주민은 3만 5천 명이었다. 그리고 한때 8천 명으로 감소했다가 1990년에는 전체 하와이 주민의 8분의 1인 14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하와이 문화는 자취를 감추어 훌라춤이나 하와이안 기타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이 전통문화와는 다르다고 한다. 실제 원주민은 산골짜기 화강암 지역에 거주한다.
망국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핵심은 왕들이 백인 문명에 심취해서 그들의 책략에 말려든 것이고, 자국민 복지에 신경을 쓰지 않아 국민들이 경제는 물론 인구조차 격감하고 몰락한 것이다. 어째 지금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 많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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