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11월 2011-11-04   2570

나라 살림 흥망사-미국의 역사왜곡

미국의 역사왜곡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

 

 

미국의 조상은 청교도?

1620년 12월 미국 동부 플리머스 해안에 하얀 옷을 입은 경건한 청교도 102명이 상륙했다. 그들은 축복의 땅을 주신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것을 다짐했다. 그들이 타고 온 배의 이름은 ‘메이플라워’ 호였다. 이러한 이야기는 미국인들이 진심으로 믿고 있고 대부분의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미국의 기원이고 조상들의 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아메리카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래로 10만이 넘는 스페인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유럽 사람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더군다나 그 이전부터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이 5백만 명이나 살고 있었다. 한마디로 현재의 미국땅은 아무도 살지 않던 신세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은 멕시코를 중심으로 지금의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플로리다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스페인의 무적함대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무력해진 스페인의 혼란을 틈타, 무주공산이 된 아메리카 북부에 발을 딛게 된 것은 바로 이때다.

  그래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거의 1백년이 지난 1585년에 월터 롤리라는 영국 사람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특허장을 가지고 소수의 사람들을 모아 현재의 로스케롤라이나의 아우터뱅크스에 있는 로어노크란 곳에 식민지를 개척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음해에 전염병 등으로 모두 죽었다.

  영국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진출을 다시 시도한 것은 또다시 30여년이 흐른 후였다. 1607년 5월 갓스피드, 수잔콘스탄트, 디스커버리라는 이름의 범선 3척이 버지니아에 닻을 내리고 정착을 시작했다. 그들은 그곳을 제임스타운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계속 이민을 받아서 메이플라워호가 올 때쯤에는 4만 명이나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농사를 지을 줄 모르는, 건달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었다. 국왕의 특허장에도 ‘광산채굴권 및 모든 형태의 광산 탐사권’을 준다고 되어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기독교의 전파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본래 목적은 돈이었기 때문에 폭력과 비도덕적인 일들이 많았고 한탕을 꿈꾸었기 때문에 사고가 많았다.

 

미국의 ‘명백한 운명’으로 세계는 피곤하다

백번 양보해서 이들을 이주 영국인의 조상이라고 하려해도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좀 더 자랑스러운 조상을 원했다. 그래서 그런대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청교도를 조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사실 미국인들이 기원으로 삼는 청교도들은 1백 년이 흐른 후에도 겨우 7천 명에 불과했고 지금도 인구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다.

 
  그런데 진실은 이 메이플라워호도 원래는 목적지가 제임스타운이었다는 것이다. 배가 풍랑을 만나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도착한 것이다. 만약 이들이 예정대로 제임스타운에 도착했다면 미국역사는 다시 쓰여 져야 했을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선택되고 만들어진 미국인들과 그 나라는 급속히 팽창해서 서쪽으로 그 영역을 넓혀간다. 식민지에 온 사람들은 인디언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이 약속한 땅을 인디언들에게서 빼앗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의 오리건과 멕시코의 텍사스를 접수할 때부터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곳에는 인디언이 아닌‘사람’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건에는 영국인들이, 멕시코는 스페인인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팽창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e’이라는 이론이다. 1845년 신문기자인 ‘존 L. 오설리번’이라는 사람이 영토확장론을 옹호한 잡지 『유나이트 스테이트 메거진 앤드 데모크라틱 리뷰』에 ‘해마다 증가하는 우리 수백만 미국인들이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신이 마련해준 이 대륙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아무 이념적 기반이 없던 미국인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제 종교적 신념이 그들의 이념이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신에 사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신이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땅을 빼앗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후 미국 역사에서 서쪽으로 태평양까지, 나아가 그 너머까지 미국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이론으로 발전시켰고 1890년대에는 미국 공화당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된다. 그래서 하와이와 필리핀도 운명에 따라 점령하고 중국까지 진출해 명실 공히 제국주의 국가가 된다.

 
  어느 나라나 자신의 건국이념을 포장하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든 미화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유는 이런 건국신화에서 비롯된 ‘명백한 운명’이라는 황당한 이론이 현재의 미국 대외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구실이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부시의 외교정책은 ‘명백한 운명’의 21세기 버전이다. 세상을 선과 악 둘로 나누고 선을 대표하는 미국이 악을 응징하는 사명을 신에게서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에 동의할 리가 없다. 그래서 분쟁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결국 막대한 전쟁비용을 부담하게 된 미국은 지금  부시의 명백한 운명은 제국이 몰락하는 명백한 운명으로 바뀌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명백한 운명’은 ‘명백히 조작된 운명’이다. 부시가 이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단순한 정치적 수사일지라도 문제가 많을진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세계가 피곤해지고 고통 받게 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세계경찰국가라는 것도 이러한 ‘명백한’운명이 주는 강박관념이 원인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세계의 운명과 함께하는 그야말로 ‘보통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