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5월 2011-11-14   1854

위대한 시민-물푸레를 닮아가는 청학동 사람들

물푸레*를 닮아가는 청학동 사람들

 

강지나 참여사회 편집위원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는 놀이터가 하나 있다. 주위 동들이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여있는 반면, 청학동은 작은 평수의 빌라와 원룸, 임대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는 마을로 놀이터 외에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이 없다. 청학동 마을 놀이터는 별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우범지역으로 변했고, 아이들이 맘껏 놀기에 안전한 장소는 아니었다. 이 놀이터 환경개선을 위해 지금 청학동 마을 네트워크가 결성돼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연수구청 소속의 ‘시소와 그네(영유아통합지원센터)’가 중심이 되어서 청학동에 있는 6개의 지역모임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가만사(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들)는 민과 관이 좋은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는 모델로서,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시소와 그네, 사회복지사 홍두나 씨)

 

주민조직이 일궈낸 자신감이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져

청학동 지역모임들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청학동에는 10여 년이 넘는 기간동안 주민조직단체들이 뿌리를 내려온 오랜 전통이 있다. 1998년 토지구획지구 정리사업으로 정부에서 청학동 주민들에게 개발부담금(감보율)을 무리하게 부과하면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던 사건이 있었다. 그때 만들어진 주민대책위원회가 주민조직의 모태가 되었다. 이 모임은 감보율 싸움을 14개월간 벌였고 최초로 인천시와 주민이 승리한 지역의 사건이 되었다. 2000년에는 수인선이 도심을 관통하는 문제를 놓고 청학동 인근 지역의 수인선 지하화를 요청하는 시민단체와 주민조직의 연대투쟁이 있었다. 54개월을 끌었던 이 싸움도 결국 주민들 의견대로 인천시가 철도청에 요청하여, 전 수인선 구간 중 유일하게 청학동 지역만 지하로 지나가는 철도노선이 건설되었다. 이 두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을공동체는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지금은 ‘마을과이웃’ 이라는 공동체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모임은 감보율 싸움으로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게 된 주민들이 기부한 돈을 기반으로 공부방을 열었고 지금은 마을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그때 주민들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저런 공간이 생길 수가 없는데, 그런 싸움을 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만장일치로 공부방을 열자는 결정을 내리게 했었다. 마을학교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공부방으로도 운영되지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학습, 문화마을, 풀뿌리자치의 테마로 마을음악회도 열고, 골목을 청소하는 가족봉사단, 마을풍물단, 골목길 시낭송회 등도 열어볼 예정이다.”(마을과이웃, 윤종만 위원장) 

  청학동에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모임 활동도 꾸준하다. 그 중심에는 지금의 늘푸른도서관 관장이자, 북스타트 상임이사인 박소희 관장이 있다. 박관장은 처음에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모임을 시작했다.

  이런 모임을 하던 중 점차 편히 아이들과 책을 읽을 공간을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지면서 작은도서관을 만들자는 움직임으로 발전했다. 애들을 들쳐 업고 직접 벽돌도 쌓고, 좋은 책들을 전시하고 판매해서 수익금도 마련하면서, 98년에 작은도서관 터를 잡게 되었다.

  인천시를 상대로 연수구도서관 건립을 요구했던 주민모임도 이런 흐름의 한 반영이었다. 아이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엄마들의 운동은 지역에서 부녀회를 중심으로 열렬한 서명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건립이 결정된 후에도, 부지선정부터 도서관 바닥자재, 도서관 설계도까지 꼼꼼하게 주민들이 요구해서 지어진 최초의 도서관이 되었다.

  지금은 마련된 공간을 바탕으로 북스타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스타트는 영유아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부모교육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서 육아문제를 책을 통해 함께 공유하게 하는 활동이다.

  “우리 활동의 특성은 여성이 중심이 되어 지역 기반의 교육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어떻게 여성의 능력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고,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고민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다양한 지역의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계를 위해 육아를 하면서 일을 갖는 다는 것이 여성들에게 얼마나 비참하고 버거운 일인지를 공동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의 모임은 사회를 알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지지해주는 활동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늘푸른도서관, 박소희 관장)  

서로 알고 나누려는 진정성이 건강하고 발전적인 공동체로

인천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인천연대도 가족단위로 지역자치조직을 만들자는 작은 모임들이 기반이 되었다. 청학동이 대표적이지만 인천에는 이런 다양한 모임들이 꼬물꼬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1995년 이후에 모임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 지역이 연수구로 형성된지 얼마 안 된 신생지역인데다가, 주위는 송도, 청라, 신공항같이 고속성장하는 지역에 둘러싸여 있어서, 청학동 주민들이 상대적 빈곤감을 많이 느낀다. 주민 연령대가 다들 30~40대 젊은 층이 많았고 애들 키우는 가족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공동의 관심과 이슈들이 모일 수 있었던 자원이다.”(박 관장)

  농촌도 아니고, 토박이 출신이 많은 것도 아닌 위성도시에서 이런 공동체가 잘 꾸려져 갈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다들 일터를 중심으로 쫓기듯 바쁘게 살고 주거지는 베드타운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데, 청학동 사람들은 마치 고향인양 마을을 아끼고 살피는 마음이 애틋해 보였다.

  “우리마을에는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누구든 오면 느티나무 할아버지에게 와서 인사를 해야 하고, 그러고 가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웃음) 이렇게 청학동에는 마을사람들끼리 나누는 정이 넘치고, 서로 만나면서 느끼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공동체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윤 위원장)

  가만사 모임을 통해 이들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다시 엮어낸 사회복지사 홍두나 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마을 분들을 만날때마다 항상 생생하고 행복하게 지내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젊고 지역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마을에 이런 분들이 계셔서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

  풀뿌리조직의 생명력으로 물푸레처럼 우리 삶을 맑게 해줄 청학동으로 지금처럼 계속 움직여나갈 수 있기를 느티나무 할아버지께 조용히 빌어본다. 

 

*물푸레는 물을 맑게 만드는 나무로서 청학동 옛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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