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1월 2012-01-02   1688

참여연대는 지금-“서울광장조례개정 무효소송 취하 당연하다”

“서울광장조례개정 무효소송 취하 당연하다”

 

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


2009년 12월 29일 서울시민 10만여 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광장을 집회 및 시위의 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신고만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조례를 개정하여 달라는 조례개정청구를 하였다. 제4대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후 새롭게 구성된 제5대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민 의사를 받아들여 기존 조례를 개정하였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은 개정조례가 서울광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울시민의 복리를 침해하고, 신고만으로 서울광장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시장인 자신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시의회가 개정조례와 같은 내용으로 조례를 재의결하자 오세훈 전 시장은 2010년 9월 개정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하여 달라고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였다.

  그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세훈 전 시장은 떠났고, 박원순 변호사가 새로운 시장이 되었다. 박원순 변호사가 시장으로 새롭게 선출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오세훈 전 시장이 행했던 시정(市政) 중 일부에 대한 반대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행정 중 일부를 바로 잡으면서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2월 21일 서울광장조례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이 제기했던 위 소송을 취하했다.

  아마 박원순 시장의 소송취하를 두고 왈가왈부 많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위 소송을 취하한 것이 합당한 것인지 보려면 오세훈 전 시장이 개정조례에 대해 문제제기 했던 두 가지 점이 타당한가를 살피면 될 것이다.

  먼저 ‘서울광장에서 집회시위가 행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민의 복리와 충돌하는 것인지’이다. 미국의 학자인 로버트 달은 ‘우리가 누군가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고 결정한 이상 민주주의와 관련된 기본권은 다른 기본권보다 우월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여기서 민주주의와 관련된 기본권이라 함은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와 집회시위를 포함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은 국가권력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하며,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회시위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는 주민의 복리와 배치될 수 없다. 오히려 충분히 보장되어야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산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존 스튜어트 밀은 자신의 저서인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결국 사회전체의 행복(공리)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이는 현재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 비추어 보더라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 넓게 보장하는 것은 공리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주민의 복리와 괴리된다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서울시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서울광장을 사용하는 것이 합당한지 보겠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경찰이 서울광장을 버스 차벽으로 막아놓았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당시 경찰은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민주당 쪽에서 사용 승인 신청을 하자 서울시는 “광장은 시민의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추모제를 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거부하였었다. 그런데 우리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나 시위가 한창일 때 서울광장에서 전역 군인들의 모임인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서울광장 잔디 위에 전사자의 위패와 대형 태극기를 수천 개 설치해놓고 추모제 성격의 행사를 벌였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추모제 성격의 행사가 안 된다면 모두 안 되어야 할 텐데 어떤 행사는 되고 어떤 행사는 안 된다고 하니 참으로 편파적지 않은가? 이렇게 서울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동일한 성격의 집회임에도 허가될 수도 불허될 수도 있는 것을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서울시장의 자의적인 판단으로부터 광장을 되찾기 위해서는 신고를 통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10만이 넘는 시민의 의사와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반영하고, 민주주의와 공리의 증진을 꾀하며, 자의적인 행정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공간을 되찾기 위해서는 개정조례가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이 개정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하여 달라는 위 소송을 취하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번 소취하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닫힌 광장’이라는 형용모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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