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1월 2012-01-02   2641

김재명의 평화이야기-돈 드니 통일하지 말자고?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비싸네!

돈 드니 통일하지 말자고?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비싸네!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한국 사람이라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4강의 감격을 가슴 한 구석에 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서 북한 대표로 나온 정대세가 흘렸던 뜨거운 눈물도 기억하고 있다. 아쉽게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남북한 모두 바라던 만큼의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 단일 국가가 이뤄져 남북 단일 축구팀이 출전했더라면 어땠을까. 남한의 박지성, 박주영, 이영표, 차두리와 함께 북한의 정대세, 홍영조, 안영학, 남성철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합을 벌였다면 16강은 기본이고, 월드컵 4강 아니라 우승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는 남북 단일팀으로 월드컵 우승이라니, 상상력이 지나치다고 여길 지도 모른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가 된다. 그런데 1 더하기 1인 2가 아니라 3 또는 그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 또는 우리말로 ‘상승효과’라 일컫는다.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고 월드컵 축구 단일팀을 이루게 된다면, 그 단일팀의 전력이 예전보다 훨씬 커진다. 이웃나라 일본팀은 더 이상 한국팀의 경쟁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지금처럼 ‘두 개로 나뉘어진 약한 코리아’를 바라지 ‘하나로 통일된 강한 코리아’의 출현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두 개로 나뉜 약한 코리아가 더 좋다고?

보기를 월드컵 축구로 들었지만, 다른 모든 상황들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통일 코리아’에서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엄청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통일 코리아를 바라지 않는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주변 강대국들은 모두 입으로는 남북한 통일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지금 이대로 분단 상황이 이어가야 좋다”는 생각들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하나로 통일된 강한 코리아’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두 개로 나뉘어진 약한 코리아’를 각기 상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남북분단 상황에선 남북 양쪽의 경쟁을 부추겨 이득을 끌어낼 수 있지만, 통일 코리아에선 그런 이점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 하고 있다. 좀 더 거시적인 전망에서 한반도 상황을 생각해보면 결국 관심은 ‘통일’로 모아진다. 민족통일을 이룬 ‘하나의 코리아’는 21세기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과제이다. 그런데 통일과 관련해 남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대목이 있다.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남한이 부담해야 할 이른바 ‘통일 비용’ 때문이다. 인구 2,340만 명의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은 1,22만 원으로 인구 4,880만 명의 남한(2,192만 원)에 견주면 5.6% 수준이다(2009년 통계).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위기관리 비용, 특히 북한 지역에 공장을 짓는 등 북한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 들어갈 비용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통일비용은 연구기관마다 들쑥날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5년 통일 이후 10년 동안 545조 원 ▷조세연구원은 10년 동안 1220조 원 △미국 랜드 연구소는 5년 동안 60조~795조 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백(스탠퍼드 대학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은 30여 년 동안 2조~5조 달러(약 2,300조~5,800조 원),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영국 피치사는 2천억∼5천억 달러(약 240조∼600조 원)에 이를 것이라 추산했다.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적지 않은 액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 신설 얘기를 꺼낸 것도 액수가 만만치 않다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통일은 재앙 아닌 축복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동독이 무너짐으로써 흡수통일을 이룬 서독도 엄청난 통일비용을 치렀다. 통일 뒤 20년 동안 약 2조 유로(약 3천조 원)를 쓴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도 해마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인 1천억 유로(약 150조 원) 가량이 나가고 있다. 많은 동독 주민들이 직업을 잃은 데 따른 사회복지 비용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자 통일 전만해도 튼실하던 독일 국가경제는 흔들리기도 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많은 서독 사람들이 “통일의 대가로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어려움을 참아가는 모습이다.

  남한 분위기는 서독과는 다른 듯하다. “남한 국민이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다 보면 남북한이 모두 망할 것이다”라며 통일 논의 자체를 막는 묘한 분위기까지 자아내고 있다. “통일해서 무슨 도움이 되나. 통일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1948년 남북 분단 이래 지금껏 60년 넘는 동안 엄청난 액수의 ‘분단비용’을 지불해 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분단비용’이란 남북한이 하나의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를테면 군비 확충에 쓰이는 비용), 그리고 이미 통일국가를 이룬 상태라면 치르지 않아도 될 모든 기회비용(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따른 국제사회의 한반도 평가절하 불이익)을 합한 비용을 일컫는다. 또한 분단비용에는 숫자상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비용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1천만 이산가족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 남과 북 사이에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도 남북 분단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분단비용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보다 중요한 사항은 통일은 비용 문제를 떠난 민족사적 과제라는 점이다. 민족통일을 이룰 수 있다면,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랠 수만 있다면, 일시적으로 생겨날 통일비용은 어떻게든 지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비용은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통일 독일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거울 삼아 시행착오를 줄인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통일한국을 관리해나갈 수 있다.

  인구 8천만 명에 이르는 통일한국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섬나라나 다름없던 남한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 대륙으로 연결된다. 국가브랜드 가치도 올라가 분단 한국 때 겪던 정치경제적 불이익도 넘어서게 된다. 통일은 일부 사람들의 걱정대로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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