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8월 2014-08-04   1222

[경제] 최경환과 소득주도성장

 

최경환과 소득주도성장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조선일보가 지난 6월, 흥미로운 연재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한국경제, 골든타임이 지나 간다’. 이 연재의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경제전문가 12명 중에는 강만수, 강봉균, 권오규, 윤증현 등 역대 전직 경제 부총리들을 포함해서 내로라하는 전직 관료들과 관변 경제학자들을 망라했다.

 

상·중·하 세 번으로 예정되어 있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기사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였고, 두 번째 기사는 ‘부동산을 살려라’, ‘기업이 쌓아 둔 자금을 투자·배당으로 끌어내라’를 두 개의 ‘킹핀 kingpin,핵심목표’으로 꼽았다.  

 

참여사회 2014년 8월호 (통권 213호)

 

최 부총리의 두 무기 = 박근혜의 줄푸세 

 

흥미롭게도 이는 최경환 부총리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그의 무기는 첫째 부동산 활성화, 둘째 기업 현금유보 끌어내기, 셋째 임금인상 등 가계소득 늘리기다. 

이 중 첫 번째는 그의 소신 중 소신에 속한다. 4년 전인 2010년 7월에도 그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고 도입한 정책이니 집값이 떨어지고 있을 때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신현송 국제경제보좌관(프린스턴대 교수)은 “LTV와 DTI가 거시 건전성 규제 수단으로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며 이 주장을 일축하고 오히려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제 ‘실세 부총리’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두 번째 ‘기업자금 끌어내기’의 내용은 무엇일까? 조선일보의 연재 기사에서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서울 시내에 호텔이 들어오게 해 주든지, 영종도에 카지노를 제대로 되게 해 주든지, 제주도에 중국인 병원이 들어오게 하든지, 케이블카를 설악산에 놓도록 해 주든지 뭐라도 하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온갖 규제완화를 통해서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풀려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 부총리의 두 번째 무기인 ‘기업 자금 끌어내기’도 결국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규제완화의 일환인 셈이고, 이에 덧붙여 배당을 늘려서 자산가들의 소비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결국 최경환의 두 무기는 박근혜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와 완전히 일치한다. 

 

참여사회 2014년 8월호 (통권 213호)

 

세 번째 무기는 경제민주화?

 

최 부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스스로 ‘정책 대전환’이라고 부른 세 번째 무기, 임금인상과 사회적 대타협은 지극히 흥미롭다. 이 주장은 ‘소득주도 성장론’이라고 할 만하다. 임금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편으론 기업의 비용으로서 임금인상은 거시경제의 투자와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다른 한편 총수요로서 임금인상은 민간의 소비를 촉진한다. 결국 임금인상이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 두 요인의 합이 결정한다. 후자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임금인상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ILO국제노동기구는 계량 분석을 통해 한국경제도 소득주도성장 국면에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주장하는 정책들은 최저임금 인상, 최고임금 설정, 노조의 강화,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경제 진흥 등으로 경제민주화와 일맥상통한다. 

 

과연 최경환은 이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하는 것일까? 이 주제에 관해 아직 입을 열지 않아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ILO의 긴급 권고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박근혜 정부가 이런 정책을 쓸 수 있을까? ‘줄푸세’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정면으로 맞서는 정책을 실세 부총리라고 해서 추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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