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8월 2014-08-04   1100

[정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의 문제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가의 문제는 너무도 다르다. 그렇기에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 매달려 무엇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가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보다는 파멸로 이끌리기 쉽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

 

안철수 의원의 추락

 

안철수 의원이 추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빨리 레임덕에 빠져들고 있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안철수 의원의 인기는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가장 높았던 것 같다. 당시 야권 후보 중에서는 가장 지지도가 높았고, 일대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에 뛰어든 이후 안 의원의 지지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당시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안철수 의원은 부동의 차기 대통령 1순위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 지지도는 또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3~4위권으로 추락했다. 지지율도 한때 20%대 중반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10% 전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물론 여론은 가변적이다. 정치인의 여론 지지율은 상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반복할 수 있다. 절대적일 수 없다.

 

회복하기 어려운 민심

 

그런 점에서 보면 안철수 의원은 중대한 시험무대에 올라있다. 안 의원은 성공한 CEO 출신이다. 정경유착으로 부패할 대로 부패한 기존 재벌들과 달리 도덕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젊은 층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안 의원은 이 인기를 배경으로 처음부터 곧장 대선에 뛰어들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경제인 안철수는 충분히 검증되었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정치인 안철수의 높은 지지율은 경제인 안철수의 후광효과일 뿐이다. 그 후광효과로 곧바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차기 대선까지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가혹한 검증의 시간이다. 안 의원이 비록 정치 입문자라고 하지만 대권에 근접한 만큼, 초보 정치인이 아닌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런데 자꾸만 불협화음이 들린다. 대선 이전은 차치하고 대선 이후 정치인으로 본격적인 변신을 한 뒤에도 어느 한 가지 순조롭지 않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때는 부산에서 집권 여당과의 정면대결 대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택해 실망을 안겨주었고, 신당 창당준비 과정에서는 모호한 ‘새정치’를 내세우며 어렵게 출사出仕한 최장집 교수와 결별했으며, 야당 통합 과정에서는 개인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과 헤어졌다. 야당 통합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에 몸을 사리며 소극적으로 대처해 무능한 야당이란 비판을 받았고,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 선거에서는 뚜렷한 선거 전략 없이 기초선거 공천문제와 후보공천 갈등으로 내부 분란만 일으키다 이길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야당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떨어진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일련의 정치 행각이 있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 100일이 10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고 밝힌 그 기간에도 국민들은 정치 초보자가 아닌 정치 지도자 수준에서 냉정하게 검증하고 점수를 매긴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형성된 지지율은 좀처럼 변하기 어렵다. 민심은 떠나기도 쉽지 않지만, 한 번 떠나면 회복하기도 어렵다. 50~60%대를 기록하며 철옹성처럼 보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급락하면서 단숨에 레임덕 상황에 이른 것이 타산지석이다.

 

참여사회 2014년 8월호 (통권 213호)

 

‘새정치’ 개념부터 근본 성찰해야

 

그런데 안철수 의원 본인은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철수의 정치는 왜 순조롭지 않은지, 왜 뺄셈의 정치가 되풀이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당명에까지 넣었으면서도 아직도 설명하기 어려운 ‘새정치’의 개념부터 다시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막힌 것을 뚫는 것이다. 무엇을 뚫어야 하고, 그것을 뚫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정치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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