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8월 2014-08-04   1486

[특집] 당신이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

특집 일과 휴가

 

 

당신이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7월 말에서 8월 초는 우리나라 여름철 휴가의 성수기다. 휴가는 인간이 본인의 주된 일자리로부터 벗어나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풀고 건전한 시민으로서 사회적·문화적 생활(여가활동 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현행 노동관계법은 근로자가 기본적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장시간 근로의무를 면제받고 스스로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근로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를 풀 수 있는 연차유급휴가제도를 두고 있다. 휴가제도가 반드시 근로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적정한 휴식은 근로자 개인의 노동력 향상과 기업 전체의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연차유급휴가는 법정法定휴가이며, 근로일은 그대로 두면서 구체적인 근로의무만 면제하여 비교적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휴일과도 구별된다.

 

연차유급휴가는 1년 이상(1년에 80% 이상) 근로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지며, 계속 근로 2년마다 1일을 가산하여 최대 25일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휴가일수는 1일 1근로일을 의미하기 때문에 휴가일수에서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은 제외된다. 임금근로자가 소득의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행법에서는 연차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휴가기간 동안 소득 감소 없이 휴가를 누릴 수 있다. 즉 사용자는 휴가 기간에 대해서 취업규칙이나 그 밖에 정하는 바에 따라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휴가는 근로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법률상 근로자는 정해진 날의 휴가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휴가 종료 후에 본래 일자리로 당연히 복직하게 된다. 연차휴가를 언제 어떻게, 어떠한 목적으로 이용할 것인지도 근로자가 자유로이 결정한다. 즉 그 이용 목적에 제한이 없고, 근로자가 휴가시기를 지정하면서 표시한 이용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해도 관계없다.

 

참여사회 2014년 8월호 (통권 213호)

 

당신의 휴가를 막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목적으로, 원하는 만큼의 휴가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사용 실태를 살펴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의 기업체 노동비용조사(『장시간 노동관 노동시간 단축(I)』, 한구노동연구원 배규식 외, 2011)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연차휴가 발생일수는 전체 11.4일이며, 연차휴가 소진율은 61.4%(연차휴가 미사용일수 4.4일)로 조사되었다. 즉 연차휴가일수 중 약 40% 가까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체 규모별로 살펴보면, 연차휴가 발생일수가 500인 이상 기업체는 16.6일이며, 100인 미만 기업체는 10.9일로 나타났다. 기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평균 근속년수가 짧기 때문에 연차휴가 발생일수가 적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체 규모가 큰 경우에 연차휴가 소진율이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연차휴가 미사용일수는 8.8일이며 소진율은 51.4%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 2009>조사에 따르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업무의 집단적·협력적 성격’ 때문이라는 이유가 42.9%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휴가대신 연차수당 선호’가 27.7%, ‘업무가 많음’이 24.4%, ‘연차휴가를 쓰는 관행이 없어 눈치 보임’ 5.0%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비제조업 중에서 전기·가스·수도업에서 ‘연차휴가를 쓰는 관행이 없어 눈치 보임’의 비중이 12.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기업체 노동비용조사 2009>에서는 연차휴가 미사용의 주된 이유로 ‘연차수당 선호’가 40.5%로 가장 높았으며, ‘일이 많아서’가 20%, ‘대체인력 부족’이 13%, ‘직장분위기 때문’이 10.4%, ‘기타’가 16.1%로 조사되었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한쪽 조사에서는 ‘회사에서 하는 업무나 작업이 집단적·협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사람이 빠지면 작업이 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그만큼 부담이 된다’고 밝혔으나, 다른 조사는 ‘연차수당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무가 많아서’, ‘대체인력 부족’도 상당히 높은 비중을 보인다. 결국 쉽게 휴가를 떠나기 어려운 이유는 근로자 측면에서는 금전보상, 즉 연차수당을 선호하는 현상, 기업 측면에서는 고정된 교대조, 대체인력 부재, 업무에 비해 부족한 노동력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물론 비율은 낮지만 그 밖에도 직장분위기, 관행 등도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휴가를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 국가로 알려져 있고, 장시간 근로는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 산재 발생의 원인, 일자리 창출 동력의 저하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주어진 연차휴가를 제대로 이용하더라도 상당한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노동관계법에서 연차휴가의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도 도입되고, 연차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마다 유급휴가와 관련된 법률규정 및 사회적 규범 등이 달라 이를 정확하게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 연차휴가일수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대체로 짧은 편이며(유럽연합 15개국 평균 25.6일), 연차휴가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일수나 사례도 짧다. 연차휴가제도와 관련하여 연차휴가일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 연속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사용자의 휴가 시기변경권과 관련하여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연차유급휴가제도와 관련하여 1년간 8할 이상 출근해야 연차휴가가 생기도록 하고 있는 현행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근로자가 자유로이, 당신이 자유로이, 휴가를 떠나기 위해서는 정책적·제도적 개선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제도적·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도, 근로자 자신도, 직장문화도 변해야 한다. 기업은 인력 최소화 전략을 바꿔 신규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근로자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량을 줄일 필요가 있고, 근로자 자신도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휴식, 특히 휴가를 금전으로 보상받기를 원하는 태도(연차휴가를 수입으로 보는)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있을 때 당신은 원하는 목적으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휴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으로 근로기준, 노사관계 등 노동 관련 입법을 지원하는 노동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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