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6월 2015-06-01   905

[특집] 2015 정치개혁 핵심은 사표 줄이기

특집 / 정치의 장치裝置

 

2015 정치개혁 핵심은 
사표 줄이기

 

글.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2015년 4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월 6일에 공무원연금 개정 문제로 인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정치개혁을 다룰 때마다 거론되는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의원을 뽑는 지역구(선거구)를 나눌 때, 현역 국회의원들의 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각 정당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구를 나누는 방법을 정한 ‘획정안’을 마련하면 국회는 가부만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정략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시한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면 그 방안을 부결시켜 새로운 안을 제출해달라고 단 1차례만 요청할 수 있고, 그 다음에 제출된 수정안은 통과시켜야만 하는 내용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게리멘더링 방지 방안 
선거방식과 선거구를 정하는 것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전체를 한 개 선거구로 해서 수십 명을 한꺼번에 뽑을까, 아니면 25개 구별로 선거구를 나누어 국회의원을 1명씩 뽑을까 하는 것도 게임의 룰과 관련된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 규칙을, 게임에서 이겨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금까지는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내놓아도, 여당과 제1야당,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들이 득실을 따져 선거구획정을 미루다,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을 무시하고 그들끼리의 협상을 통해 선거구를 결정해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는 선거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법사위까지는 통과되었는데, 다른 쟁점현안에 밀려 6월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여론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과 정치가 바뀌길 바라는 시민들이 얼마나 이 개정안에 대해 주목했을까 돌아보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처럼 정치개혁은 국회의원이나 현역 정치인들 자신의 처지에 바로 영향을 주는, 따라서 국민의 대표자로서 활동해야 하는 책무와 개인의 이익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주제다. 기득권 유지의 유혹에 빠진 정치인과 특권그룹에게 맡겨두지 말고 다수 시민들이 토론하고 개입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비난하고 욕하는데 그쳐서도 안 된다. 정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여의도 정치’만을 두고 보면, ‘국회를 차라리 없애 버리면 좋겠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의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그런데, 꼴 보기 싫더라도 국회 본연의 권한과 기능을 줄여버리면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을 등에 업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이 국가재정 걱정을 하지 않고 내놓은 법안들이 너무 많다면서 ‘의원입법발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국회 기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비례대표 확대하고 의원 수 늘이는 게 시민에게 이득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보다 냉정하게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우선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여 행정부를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기능과 권한을 축소하면 속으로 웃는 것은 국회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진 부패한 행정관료 권력이다. 

그러면 어떻게 국회가 민의를 반영하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정확하게 당락과 의석수로 반영되게 해야 하고, 둘째, 그렇게 원내에 진출한 국회의원과 정당들이 유권자의 감시와 견제에 기초하여 투명하고 책임있게 자신의 권한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영역 중 2015년 정치개혁에서 핵심과제로 떠오르는 것이 유권자의 선택이 의석수로 올바로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 즉 사표를 줄이고 정당지지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는 비례대표제 개혁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어차피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한다면 의원 선출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다.  

지금의 국회 구성방식은 이렇다. 246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자 1인만 국회의원이 되는 ‘지역구 1인 대표제’ 방식으로 뽑는 국회의원이 300명중 246명이고, 국민들의 정당지지 득표율에 비례해 국회의원 의석을 정당들이 나누어 갖는 비례대표 의원이 54명이다. 지역구에서 246명을 선출하는 방식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는 1위 외의 후보자를 선택한 모든 유권자의 표가 사표, 즉 죽은 표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경합이 치열한 어떤 지역구에서 1위 후보가 35%, 2위가 34%, 3위가 20%, 기타 후보가 11%를 표했다면 당선자들 제외한 65%를 투표가 사표가 되는 것이다. 반면 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는 정당득표율 만큼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사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정당득표율로만 의석을 배분할 경우, 의원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치인 개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심판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독일같은 나라에서는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승자를 정하지만 전체 의석수는 정당이 각 주에서 얻은 득표율에 비례하여 배분하여 정당득표-지역구 투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나 정치학자들은 독일식 선거방법이 사표를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부득이 독일식 연동제를 채택할 수 없다면 현재 방식대로 하되 최대한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득표 비례 의석수의 비율을 현행 5:1에서 2:1 이내로 줄여야 사표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의견이다. 정당지지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을 나누는 국회의원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인물’ 중심의 선거는 정당별 ‘정책’ 중심의 선거로 이동할 수 있고  새로운 정당들의 국회 진출 여지도 넓어진다. 이는 국민의 선호에 맞는 정당들이 국회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국회 구성방법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다. 

 

정치 혐오를 넘어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문제는 도합 300명으로 한정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 지역구 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구 대표를 줄이는 것이 그 자체로 바람직하냐는 것도 큰 쟁점이다. 주는 것 없이 당리당략만 난무하는 정치가 한 없이 야속한 이들의 상당수가 지역구 의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주장에 동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16만명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반면, OECD 국가들은 국회위원 1인 평균 9만명을 대표한다. OECD 평균에 이르려면 1.7배 이상 의석수를 늘여야 한다. 

국회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현 지역구 의석수를 240명선으로 소폭 축소하고, 대신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수를 120명 선으로 대폭 늘여 현재보다 총 60명 정도 국회의석수를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의석수가 늘어난다고 특권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 배지 수가 늘어나면 희소가치가 줄어들어 특권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변호사 협회가 반대하거나, 의대 정원을 늘이는데 의사협회가 반대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도 공급이 늘면 특권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게다가 의원 정수를 늘려서라도 비례대표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국회가 사용하는 의원 세비 총액은 의석수와 상관없이 동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일꾼 수는 늘이되 예산을 나누어서 사용하라는 취지다.    

  
 항상 그렇지만, 무엇이 시민에게 유익한 정치개혁 방향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내 문제가 아니라거나, 욕하고 뒤돌아서는 투의 속이 편한 방식 말고 진지하게 참여할 시민들이 많아야 정치는 시민의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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