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04월 2017-03-30   322

[여는글] 대선까지 밝혀야 할 민주주의 촛불

 

대선까지 밝혀야 할 민주주의 촛불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서초구에 살고 있다.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역사는 새 장을 열었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이며 “대통령 파면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헌법재판소의 준엄한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였다. 87년 민주화 이후 진전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합리적 법의 지배 대신 권력자의 자의적 지배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헌법재판소는 사인(私人)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최고 권력자를 징치함으로써 정의와 법치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여는글-하태훈

 

대선은 촛불시민혁명의 연장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광장의 촛불은 국정농단과 헌정농단의 주범을 퇴진시키고 법정에 세우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절반의 승리다. 촛불시민이 수없이 외쳤던 ‘이게 나라냐’에 그 해답이 있다. 그동안 침식되고 허물어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해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세우라는 명령이다. 민주공화국임을 맛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광장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게 한 힘이었다. 

이번 대선은 촛불시민혁명의 연장선에서 치러야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과 헌재의 파면결정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동력으로 작동한 광장 시민의 목소리는 보다 나은 삶,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소득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로 점점 팍팍해져 가는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지속가능한 평등사회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갈망이 차디찬 광장과 아스팔트 위의 겨울바람을 견디게 했다. 촛불시민이 승리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시민의 목소리를 주워 담도록 해야 한다. 촛불의 연기처럼 날려 보내서도, 촛농처럼 흘러 녹아내리게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꺼지지 않는 LED촛불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치권의 몫이다. 대선주자의 할 일이다. 그들이 우리가 겨우내 아스팔트 광장과 거리에서 희생한 대가로 얻은 과실만 따 먹게 해서는 안 된다.

 

권력은 나누고 시민은 참여하자
광장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는 적폐청산이다. 정치, 검찰, 재벌, 언론이 개혁대상이다. 그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나 다름없다. 잘잘못을 따져 책임 지우고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개혁하라는 얘기다. 국민과 유리된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주권자로서 권력을 감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사이의 간극을 메워 나가야 한다. 권력자의 눈치가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두려워하는 검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노동자를 주인으로 존중해 이익을 공유하는 재벌,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펜으로 할 말을 하는 언론이 되어야  ‘이게 나라다, 이게 민주주의다’라는 감탄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대선후보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선거일이 5월이라 이번 대선을 장미대선이라고 부른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다. 선거를 통해 대의민주주의가 만개한다. 선거의 꽃은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다. 유권자가 정책제안을 촉구하고, 후보자가 이를 받아 정책을 제시하면, 유권자가 중심이 된 정책검증을 통해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선거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선거다. 그동안 역대 대선과정을 돌이켜 보면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자나 정당이 내세운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더 따져 물을 기회도 거의 없었으며, 그들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검증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부족했다. 민주주의를 옥죄는 선거법의 온갖 규제에 눌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유권자는 선거의 들러리였다. 이번에는 장밋빛 공약이 남발하고, 막말과 말꼬투리잡기, 네거티브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대선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올바른 후보를 검증하고 선택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선출한 권력도 뒤집어엎을 수 있음을 경험한 시민이고 유권자다. 물은 순리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때로는 소용돌이치거나 바람을 만나면 풍랑도 일으킬 수 있다.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등 어떤 권력이든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항상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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