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01-02월 2018-01-03   1377

[경제] EITC제도는 차상위계층, 근로빈곤층 위한 복지제도의 핵심

EITC제도는 차상위계층,
근로빈곤층 위한 복지제도의 핵심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한밤중에 자루를 둘러메고 몰래 가정집에 침입하는 사람이 있다. 누굴까? 물론 도둑이 제일먼저 연상된다. 그러나 물건을 가져가는 도둑이 아니라 오히려 선물을 놓고 가는 산타클로스도 있다. 그렇다면 세금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뭘까? 마른 세금도 쥐어짤 수 있다는 무서운 국세청이 떠오른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금은 죽음만큼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산타클로스처럼 돈을 주는 세금도 있다. 바로 ‘근로장려세제’라는 이름을 가진 EITC(Earned Income Tax Credit)는 돈을 주는 세금이다. 

 

우니라라 복지제도는 주로 사회보험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국민연금, 고용보험처럼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돈을 보태서 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중산층 이상 정규직이나 되어야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소득 최하계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를 누릴 수도 있다. 결국 4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중산층 이하 차상위 계층은 복지의 사각제도에 방치되어 있다.

그래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4대보험 둘 다 빗겨간 차상위계층을 위해 EITC가 존재한다. EITC제도는 소득최하계층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중산층의 사회보험 형식의 복지제도 사이의 중요한 가교가 된다. 

 

EITC가 무엇일까. 근로소득 금액이 크면 세금을 많이 낸다. 근로소득 금액이 적으면 세금은 줄어들다가 면세점 이하의 소득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근로소득 금액이 면세점 이하보다 더 적을 경우에는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돌려받게 된다. (그래서 마이너스 세금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노동소득에 국가가 마이너스 세금을 보태 주는 형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가 적절한 노동을 통해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은 돈을 벌면 수급자 자격이 박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EITC제도가 필요하다. 저임금 노동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액 대신 마이너스 세금인 EITC를 받으면 된다. 따라서 마이너스 세금 형태로 현금을 지급하는 EITC제도는 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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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만 차별하는 EITC제도

그런데 우리나라에 EITC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자녀가 있는 가족만 해당되었다. EITC는 근로빈곤층을 위한 제도이지, 저출산 예방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만 지원될 논리적인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단순히 예산 제약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EITC제도가 성숙되고 관련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까지 대상이 확대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나이든 부부 중에 사별 등의 이유로 단독가구가 되어 EITC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지난 2014년부터는 60세 이상의 단독가구도 EITC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2015년도에는 50세 이상, 16년도엔 40세 이상, 17년도는 30세 이상 단독가구까지 확대 되었다. 즉, 지난 정부에서도 근로빈곤층을 위한 EITC제도의 취지에 맞춰 매년 10년 씩 꾸준히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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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18년도는 20세 이상 또는 연령제한 폐지가 정상적인 EITC제도의 발전 방향이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2017년도 정부 세법개정안에 EITC 연령제한 폐지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2018년 예산안 부수법안인 「조세특레제한법」 국회 의결에도 EITC 연령제한 폐지는 소외되었다.

 

현 청년세대의 별칭은 ‘88만 원 세대’다. 알바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88만 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의미다. 즉, 근로빈곤층의 핵심은 청년세대다. 그리고 근로빈곤층을 위한 핵심제도는 EITC제도다. 그런데 근로빈곤층을 위한 핵심제도가 근로빈곤층의 핵심인 20대 청년만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층은 ‘개천에서 용 나지 못하는’ 청년 세대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창업 관련 예산이나 중소기업 정규직 청년이 저축하면 돈을 보태 목돈을 만들어 주는 ‘내일채움공제’ 같은 예산을 급격히 늘렸다. 그러나 지금 청년의 현실은 ‘개천에서 용 나기’ 보다 ‘헬조선에서 살아남기’가 더 시급한 문제다. 헬조선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는 마이너스 세금, EITC제도가 20대 청년만 차별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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