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06월 2018-06-02   503

[여는글] 거불피수 거불피자

거불피수 거불피자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공동대표.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지난 4월, 참여연대가 한바탕 곤욕을 겪었다. 사무처장 출신의 김기식 전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 원장에 임명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판과 염려가 오고 갔다. 무엇보다도 참여연대 회원님들의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임원들과 간사들은 회원들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며 깊은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 지점에서 창립정신의 초심을 생각하며 심기일전하고자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하고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개개인이 그러하고 참여연대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지의 ‘바탕’을 의심하고, 감시와 대안을 통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방향’을 부정하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장 임명과 사퇴의 과정에서 그런 불순한 의도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쪽이 있었다. 

 

참여연대를 향한 보수정당과 언론의 흠집 내기는 민망한 수준을 넘어섰다. 그들은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이라 하며 거짓말을 했다. 교묘한 논리와 악마적 편집으로 사실을 부풀리고 진실을 왜곡했다. ‘험담하고 손가락질하기 좋아하는 참여연대’라는, 품격 없는 언사를 신문 사설에 버젓이 사용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내로남불의 전형이고, 기업에 빨대를 꽂고, 권력의 단물에 취해있다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급기야 시민단체 전체를 위선과 거짓을 행하는 집단으로 낙인찍기에 바쁘다. 그렇게 믿고 싶기에 그렇게 보이는, 편집과 편향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 

 

이번 일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떠올랐다. 시민운동/시민운동가는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라는, 매우 협소하고 편협하고 왜곡된 인식이다. 시민운동에 왜 사옥이 필요하냐, 시민운동 출신이 왜 공직에 진출하느냐, 라고 지적한다. 막연한데 당연하듯 규정하고 있다. 불교수행자인 나에게도 그런 비난이 따른다. 중이 마음수행이나 하지 왜 세상일에 나서느냐고 힐난한다. 종교인이 노숙자에게 음식을 주면 선행이라 하고 노숙자가 양산되는 사회구조를 바꾸자고 하면 정치한다고 불편해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인식의 공간이 경직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좋은 세상을 가꾸고자 염원한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선한 의지와 역량이라는, ‘바탕’과 ‘방향’을 갖춘 사람들이 공직을 비롯한 곳곳에서 활동해야 한다. 하여 ‘거불피수 거불피자(擧不避讐 擧不避子)’의 고사를 소개한다. 『한비자』 「외저설좌 하」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적임자를 천거할 때는 원수나 자기 아들이라도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원중 교수의 풀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한비는 이런 예를 들었다. 중모라는 현에 현령이 없자, 진나라 평공이 이를 걱정하며 집정대부 조무에게 물었다. “중모는 우리나라의 중심이자 한단으로 가는 관문이오. 과인은 그곳에 훌륭한 현령을 두고 싶소. 누구를 시키면 좋겠소?” 조무가 말했다. “형백의 아들이 좋겠습니다.” 평공이 말했다.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 조무가 말했다.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들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평공이 다시 물었다. “군주가 보물을 보관하는 곳인 중부의 현령으로는 누구를 시키는 것이 좋겠소?” 그러자 조무는 “신의 아들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무는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오로지 능력에 따라 46명을 추천한 바 있는데, 그가 사망하자 조문하러 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평공이 신하들 중에서 누가 가장 뛰어나느냐고 묻자 당시 숙향이라는 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조무는 서 있는 모양이 빈약하고 의복도 격에 맞지 않으며, 말도 달변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추천한 사람이 수십 명이 되는데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조정에서도 그들을 믿고 있습니다. 조무는 평생 동안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으며, 죽을 때는 자기 자식의 장래도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슴없이 그를 현인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편중과 편향은 경계할 일이다.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인사 또한 경계할 일이다. 그러나 협소하고 폅협한 시선과 규정도 거두어야 한다. “나는 출신을 묻지 않는다. 다만 행위를 묻는다.” 이천육백년 전 석가모니의 말이다. 

허위보도

지난 4월 <조선일보><한국경제신문> 등의 참여연대에 대한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참여연대는 정정보도 요청을 내고 단호히 법적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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