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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7월
  • 2018.07.02
  • 128

특집3_이게 국회냐!

바람직한
의회정치를 위하여

글.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2020

 

 

의회정치의 기본은 조정과 타협 

어느덧 제헌국회가 개원한 이후로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찍이 공자께선 ‘나이 70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해도 실수가 없다’는 뜻으로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慾不踰矩)’라고 한 바 있다. 과연 이런 공자님 말씀이 고희를 맞은 우리 국회에도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을까? 70년의 의정사를 되돌아보면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국회의 역할과 위상은 오히려 제헌국회보다도 못했다고 평가받는 퇴행의 시기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구성된 1988년 제13대 국회 이후로 30년 동안은 크게 볼 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의 기능과 역할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정부기관 중에서 최하위라는 사실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여타의 정부기관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의회신뢰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는 의회라는 조직의 특성 자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즉 의회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사회세력이 대표되는 곳이기 때문에,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이익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또한 의회는 집합적 의사결정기관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회이익간의 갈등은 국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사절차와 규칙을 통해서 조정과 타협, 협상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한다. 의사결정규칙은 대부분 원내 다수파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다수당이 선호하는 정책대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소수파의 참여와 선호표출을 보장하기 위한 의사절차, 예를 들어 본회의 무제한토론제도를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협의제’적 국회 운영의 열쇠는 신뢰와 상호인정의 정치문화

우리 국회가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국회 스스로가 정한 의사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민주화 이후로 국회는 의사절차에서 민주성과 대표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제도개혁을 꾸준히 해 왔고, 그 결과 국회는 적어도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바 없는 수준의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을 갖추고 있다. 가장 최근의 대대적인 개혁으로 2012년 5월의 소위 ‘국회선진화법’을 들 수 있다. 문제는 그 게임규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원구성이다. 국회의 원구성 지연이 반복되자, 1994년 6월 제14대 국회에서 원구성 시한을 국회법에 규정했지만, 그 이후로도 원구성은 법정시한 내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국회 원구성 지연이 반복되었던 배경에는 ‘원내교섭단체대표간 협의’에 기반한 국회운영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원리는 원구성뿐만 아니라 국회운영 전반과 입법과정을 지배하고 있으며, 국회를 ‘협의제’가 지배하는 의회로 평가하는 주된 근거이다. 국회 의사일정의 결정이나 회의소집, 처리할 쟁점법안까지도 사실상 원내교섭단체대표간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 교섭단체 의석비율에 따라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문제나 처리할 교섭단체대표간 협의를 통해서 처리할 쟁점법안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규정이 없지만, 국회의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섭단체대표간 협의에 기반한 ‘협의제’적 국회운영은 다수당의 독주를 막고 소수당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승자독식winner-take-all의 ‘다수제’적인 의회운영방식(미국 하원)에 비해서 민주성과 대표성의 측면에서 더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협의제적인 국회운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내정당간의 신뢰와 상호인정이 지배하는 정치문화가 필수조건인데, 그동안 이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서 협의의 실패는 곧 입법교착이나 국회파행을 초래해 왔던 것이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의 관계, 본분을 잊지 말아야 

협의제적 국회운영의 다른 측면은 ‘실질적 권한이 거의 없는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이 행사하는 네 가지 권한 국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사무감독권, 질서유지권 중에서 핵심은 의사정리권이다. 입법과정에서 의장에게 재량권이 얼마나 부여되어 있는지는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입법기능의 수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은 상당 부분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서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서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을 제한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국회의장이 수행해 온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상 대통령의 지명을 통해서 선출된 국회의장들은 국회 전체를 대표하는 중립적 중재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집권여당의 입법의제를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한 당파적 지도자 역할에 더 충실했다. 민주화 이전에는 법안의 날치기처리, 민주화 이후로는 주로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 권한을 이용한 쟁점법안의 신속처리가 의장의 주된 역할이었던 것이다. 

 

2012년의 국회법 개정(국회선진화법)에서 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도 결국은 국회법에서 설정하고 있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의장의 역할수행을 위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 개정 이후인 제19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장에게 주로 대통령 주도의 입법의제를 직권상정할 것을 요구하는 집권여당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이는 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 여야 원내정당간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당이 대통령의 정책의제가 국회에서 입법에 성공하도록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야당과 협조하여 대통령과 행정부의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정책집행을 감독하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한 여당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집권여당과 대통령간의 대등하지 못한 권력관계는 여당으로 하여금 국회에서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에 집중하게 하고, 이로 인해서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은 파국적인 대립을 반복해 왔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입법활동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와 같은 행정부 감독활동, 그리고 예산심의와 같은 재정통제 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이다.

 

국회개혁, 정당차원의 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사실 국회나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의 상당 부분은 국회 차원의 개혁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자율성 부족과 당론기속의 문제는 단순히 국회법 제114조 2항의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조문을 신설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국회의원을 당론에 기속시키는 근본적인 원인, 즉 대통령과 정당지도부 중심의 후보자 공천제도에 대한 개혁 없이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개혁은 각 정당차원의 개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영향력과 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해야 국민의 대표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치적 관행이나 정치문화적인 요인, 정치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한 문제들은 법·제도 개혁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국회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찾아나가는 노력이 쌓일 때 보다 거시적 차원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특집. 이게 국회냐! 2018년 7-8월호 월간참여사회 

1. ‘국회 패싱’ 현상을 말하다   

2. 이중적 국회의원의 역할, 이제는 균형이 필요하다   

3. 바람직한 의회정치를 위하여  

4. 우리동네 국회의원 감시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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