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1-02월 2019-01-03   1014

[경제] ’13월의 월급’의 비밀

’13월의 월급’의 비밀

 

1월은 연말정산의 달이다. 꼼꼼히 잘 챙기면 ‘13월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간혹 연말정산 이후 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20년 차 직장인들도 연말정산은 아직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매년 연말정산 항목이 달라지는 탓도 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연말정산 하는 방법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연말정산은 ‘퉁쳐서’ 납부한 원천징수

세금을 정확하게 정산하는 과정

 

그런데 연말정산은 도대체 왜 해야 할까? 꼭 해야 할까? 인공지능(AI)이 등장한 21세기에, 자동으로 쉽게 세금을 낼 수 있는 무슨 방법은 없을까? 대답부터 말하면 그런 방법은 “없다”. 그리고 불행히도 연말정산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말은 조세의 대원칙이다. 그런데 소득이 생기면 누가, 언제 세금을 내야 할까? 대부분 나의 소득은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마냥 입금 즉시 내 통장을 스쳐 지나가고 사라진다. 소득이 생겨도 세금을 내기 전에 사라지면 세금을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모아서 세금을 낸다면 세금은 거의 걷히지 않는다. 사실 돈이 있어도 세금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기에 세금은 잘 안 걷힌다.

 

즉 원천징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세법은 소득이 발생한 ‘내가’, ‘나중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소득을 ‘주는 사람이’, ‘주기 전에’ 미리 세금을 ‘찜하고’ 나머지만을 준다. 그것을 원천징수라고 부른다. 이자소득이라면, 이자를 주는 은행이, 강연료라면 강연료를 주는 주최 측이 미리 원천징수를 하고 나머지 금액만 나에게 준다. 근로소득이라면 회사는 나한테 월급을 줄 때, 미리 원천징수를 떼고 월급을 준다. 그런데 원천징수는 국세청이 제시하는 ‘조견표’에 따른다. ‘그까이꺼 대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그렇게 대강대강은 아니다. 똑같은 소득이 발생해도 납부하는 소득세는 각각 다 다르다. 내가 부양가족이 있는지, 의료비, 교육비 등은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진다. 같은 돈을 벌어도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서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소득세 공제제도는 참 좋은 제도로 보인다. 그래서 돈을 받은 나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내가 받을 수 있는 공제금액을 신고한다. 이게 연말정산의 존재 이유다. 

 

내가 세법에 정한 공제항목에 쓴 비용을 연말정산 때 신고한다. 기존에 냈던 원천징수 금액과 실제로 내야 할 세금을 비교해 보고 그 차액만큼 환불받게 된다. 이것이 13월의 월급이다. 그래서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같은 공제항목에 많은 돈을 쓴 사람은 13월의 월급이 두둑해지고, 공제항목을 거의 지출하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원천징수한 금액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돈을 ‘토해 낸다’고 표현한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공제항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

올해부터 달라진 공제항목으로 중소기업 취업한 청년의 소득세 감면율을 90%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도서구입, 공연 관람에 지출한 돈도 공제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과 문화, 예술 공연을 보기 힘든 저소득층을 위한 좋은 제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모든 소득공제는 상위 절반만을 위한 제도다. 하위 절반(16년 근로소득자 기준 44%)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면세점(免稅點)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가 공제 혜택은 하위 절반에게는 의미가 없다.

 

특히, 중소기업 취업청년에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정책의 목적이 불분명하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고자 하는 정책이라면 완벽히 잘못된 정책이다. 중소기업 초임 연봉은 2,636만 원이라 한다.❶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계산해 보면 중소기업 초임이 연간 내야 할 세금은 평균 13만 원에 불과하다. 한 달에 약 1만 원의 세금을 아끼고자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할 청년은 없다. 만약에 1만 원 아낄 생각으로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할 정도로 산수가 안 되는 청년이 있다면 그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만약 중소기업 청년의 소득 보전이 목적인 정책이라 해도 월 1만 원 세금을 안 걷는 것이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도서구입, 공연 관람 공제도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 역시 더 깎일 세금이 없는 하위 절반에게는 혜택이 없다는 사실 외에도 소득공제 목적으로 책이나 공연을 추가로 보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면 좀 회의적이다. 괜히 연말정산만 복잡해진다. 실효성 없는 소득공제는 마치 수혜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책을 만든 사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과장일까? 

 

❶취업포털 <인크루트> 자료, 2018년 기준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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