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4월 2019-04-01   2063

[통인뉴스] 공직자 이해충돌,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공직자 이해충돌,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4년 전 제외된 이해충돌 방지 법안 이번엔 국회 문턱 넘어서야 

 

글. 신동화 행정감시센터 간사

 

 

올해 초부터 여러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했던 발언이나 주장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 아니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국회의원 이해충돌 논란이 한창일 때, 몇몇 국회의원들은 각자 나름의 고민을 담아 이해충돌방지 법안을 새로 발의했거나 발의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여당의 국회 원내대표가 주식백지신탁제도❶ 때문에 역량 있는 기업인을 장관에 임명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게 불과 수개월 전임을 생각하면 이번 이슈가 크긴 컸던 모양입니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은 본래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와 더불어 이해충돌방지 규정까지 포함돼 입법발의 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제외되었습니다. 2015년 국회 본의회를 통과할 당시 제외됐던 바로 그 내용이 4년이 지난 2019년에 다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해충돌방지, 왜 필요할까?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은 말 그대로 두 개의 상이한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음을 뜻합니다. 공직자는 헌법에서 규정한 대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공익을 위해 맡은 직무를 공정하고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공직자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 개인의 지위도 갖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공익과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떠한 일이 생길까요? 이때 이해충돌 해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도 공직자는 과연 자발적으로 자신의 사익보다는 공익에 부합하도록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이해충돌, 그 자체만으로 부패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공적 의사결정이나 공공기관 운영의 합리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공직 수행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없습니다. 

 

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해충돌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면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이해충돌을 적절히 관리하거나 해소하지 않으면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적법성, 공정함 등의 가치가 제대로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❷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통권 264호)

 

이해충돌방지 규제 유형 및 현행 제도의 미비점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공직자가 아예 그 일을 못 하도록 하거나(제척·회피), 직무관련성이 있는 재산을 정리하거나, 퇴직 후 재취업 및 업무수행을 제한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마저도 불가피할 경우 미리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항들을 등록·공개하도록 해 공직자가 소속기관이나 국민에게 직접 감시를 받게 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도 이해충돌 방지 제도는 일부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실시되고 있는 직무관련 주식의 판매 혹은 주식백지신탁,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가족 및 지인 부정채용, 미공개 직무정보를 이용한 사익 취득 등 기존의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이해충돌의 형태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부패행위를 막으려면 추가 입법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여러 규정이 포함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이들 규정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위반 시 강한 제재가 어려워 실효성이 약한 데다가,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에게만 적용되어 지방의회를 포함한 입법부, 사법부 공직자의 이해충돌은 막을 수 없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주요 내용 

이러한 제도적 미비 사항들 때문에 과거 청탁금지법 정부 발의안에 포함되었던 이해충돌방지 규정과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 규정을 기초로 하여 다시금 이해충돌방지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까지의 논의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직자와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4촌 이내 친족)이나 법인·단체가 직무관련자인 경우 해당 직무에서 제척·회피하거나, 직무와 관련한 이해관계의 등록·공개❸ ▲ 고위공직자가 직위에 임용·취임한 후 일정기간 동안, 취임·임용 이전 일정시기까지 재직했던 법인, 단체 또는 대리·고문·자문·상담 등을 제공한 고객을 대상으로 인허가 등 대민업무 수행 금지 ▲ 공직자의 직무관련 외부활동 금지 ▲ 직무관련자와의 사적 거래 제한 ▲ 소속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의 가족 채용 제한 ▲ 소속기관 및 산하기관과의 수의계약 체결 제한 ▲ 퇴직공직자와의 접촉 제한 ▲ 공공기관이 소유·임차한 자산 및 직위 사적 이용 금지 ▲ 다른 (부하) 공직자 등의 노무 사적 사용 금지 ▲ 비공개 직무 정보의 사적 이용 금지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통째로 제거된 채 청탁금지법이 입법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는 사실상 이해충돌방지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비리가 터지고 난 후 적발해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쉽게 합의하지 못했던 구체적인 이해충돌방지 법안이 이번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을 계기로 국회라는 문턱을 넘어서기를 바랍니다. 

 

 


❶ 재산공개대상자인 1급 이상 공직자(기획재정부의 금융담당 부서 소속의 공직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공직자는 4급 이상)는 일정 금액 이상 주식을 갖고 있으면 그 주식을 매각하거나 법률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하며,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정이 있어야만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지 않고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❷ OECD, 이해충돌 방지 가이드라인 「Recommendation of the council on guidelines for managing Conflict of Interest in the public service」(2003) 참고 

❸ 이해충돌이 있는 직무를 할 수 없도록 제척·회피하는 것이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규제이긴 하나,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은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므로 해당 직위의 모든 직무로부터 배제하지 않는 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직무관련자에 대한 정의를 엄격히 해 제척되는 직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직무와 관련된 이해관계를 등록·공개하도록 해 소속기관과 시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공직자로 하여금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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